실시간뉴스
HOME 칼럼공감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공감신문 정환선 칼럼] ‘창덕제비꽃’은 살아가고 꽃제비는 살아가지 못하는 ‘창덕궁’서울에서 자연 녹지대가 오래도록 잘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는 곳...
  • 정환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4 18:00
  • 댓글 0

[공감신문] 정환선 칼럼니스트=서울에서 자연 녹지대가 오래도록 잘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부암동의 ‘백사실 계곡’과 창덕궁의 ‘후원’을 꼽을 수 있다. 양서류와 파충류 이끼류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서울 도심에 산소와 녹음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휴식공간 활용의 장이 되고 있다.

후원 “창덕 제비꽃 / 촬영 성주경 길라잡이

사람들은 다양한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면서 언어유희를 즐기기도 한다. 꽃제비와 제비꽃 두 단어는 꽃과 제비라는 배치순서가 바뀜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져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제비꽃’ 단어처럼 좋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가 하면, ‘꽃제비’는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을 이르는 말이어선지 별로 달갑지 않은 단어다. “창덕(昌德)”이라는 단어는 순조 임금이 “창덕궁명병서”에서 ‘덕의 근본을 밝혀 창성하라’는 뜻이라고 밝히고 있다. 덕에 힘쓰면 국운이 길고, 국운이 길려면 오직 덕에 맞아야 한다. 큰 덕은 반드시 오래가며, 그 영향이 만방에 미칠 것이라고 하여 매우 친근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상의원 앞마당 제비꽃 / 정환선

창덕궁에는 다양한 식생들이 분포하고 있다. 매년 4월 중하순에는 고유의 예쁜 이름을 갖은 “창덕제비꽃”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피는 꽃인 “제비꽃”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 4~5월 시기에 가장 흔하게 피는 꽃으로, 양지 혹은 반음지의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 60여 종이나 되는 제비꽃 이름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꽃을 뒤에서 보면 그 모양이 오랑캐의 투구를 닮았다 하여 ‘오랑캐꽃’, 손가락에 반지를 만들어 끼울 수 있다 하여 ‘반지꽃’, 병아리처럼 작고 귀엽다 하여 ‘병아리꽃’, ‘앉은뱅이꽃’, 씨름하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씨름꽃’,‘장수꽃’ 등의 다양한 이름이 있다. 제비꽃 종류 가운데에는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우리와 친근한 “남산제비꽃”도 있다.

창덕궁 후원 남산 제비꽃 / 성주경 길라잡이

2006년 봄 한국식물분류학회를 창설하고 한국 식물연구원을 만들어 식물 관련 연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식물학자 “계우 이영로 박사”는 창덕궁에서 왜제비꽃과 남산 제비꽃의 자연 잡종으로 추정되는 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학명을 그의 영문 이름 머리글자를 딴 “Viola palatina Y. Lee”(창덕제비꽃)으로 이름을 짓는다. 현재 ‘국가 식물 표준목록’에는 미등재 상태다. 이 꽃의 특징은 “여러해살이풀로 잎의 모양이 왜제비꽃과 닮았으나 잎 가장자리에 깊은 톱니가 있다. 꽃은 4월에 자주색으로 피며, 측판 안쪽에 털이 없고 맨 아래 꽃잎이 흰 바탕에 검은 자주색 줄이 있다. 교잡종이기에 꽃이 지고 난 후 열매가 없어 열매로는 자손을 퍼뜨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창덕궁 후원 “흰 제비꽃” / 성주경 길라잡이

세계 여러 나라 사이에는 무역 전쟁이 매우 심화 되고있는 추세다. 이로 인하여 무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신품종 개발과 특허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식물의 고유한 원종을 잘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1947년 미 군정청에 근무하던 ‘미더’는 백운대에서 추위에 강한 털개회나무의 씨앗을 미국으로 가져가 고가의 상품성 있는 “미스킴라일락”이라는 신품종 개발에 원종으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서 원종에 대한 로얄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광복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일제강점기하 우리나라의 모든 학문 분야에 일본인 학자들의 주도적인 연구로 인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아 보인다. 식물 분야의 경우 연구 결과물에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에 일본 학자의 이름이 많이 들어가 있어 부끄럽기만 하다. 이 박사 연구에 따라 궁궐 이름 “창덕”을 제비꽃에 붙여 우리의 자긍심을 높인 것처럼 이제는 한반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결과물에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여 우리의 자긍심을 높였으면 한다.

궁궐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이곳 저곳에 자라고 있다. 창덕궁 후원을 들어가다 보면 미공개지역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맑은 공기와 새소리가 청아한 가정당 입구 작은 문이 보인다. 이곳 앞마당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두 겹의 꽃받침이 모두 곧게 서 있는 흰색 민들레가 가 잔디 사이로 여기서 자란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창덕궁 가정당 “흰 민들레 꽃” / 정환선

궁궐에 “제비꽃”은 살아가고, 꽃제비는 살지 못한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궐내 곳곳에 서양의 예쁜 꽃과 나무들보다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를 더 많이 심어 즐겼으면 좋겠다. 특별히 “창덕제비꽃”은 이곳이 처음 발견된 곳이고 자생지이자 군락지라는 점을 방문객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코너를 조성, 궁궐 내 한 축을 차지하는 아름다운 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심고 가꾸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지식·공익·나눔 | 교양공감
여백
여백
시사공감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