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소리는 귀중한 축복이다. 만약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끝없는 적막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울 터이니.

가끔은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슬픈 음악처럼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들은 우리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는 숲길을 걸을 때 들려오는 새 소리가 우리를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가하면 어느 비오는 밤, 슬픔에 눈물짓고 있는 날에는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묘한 위안이 된다.

들을 수 있다는 축복 덕분에 우리는 음악을 감상하며 울고 웃을 수 있다.

다양한 악기와 노랫소리가 합쳐 조화를 이루는 음악은 또 어떤가. 음악은 듣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게 만들며. 많은 이들이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해도 아마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중 듣기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귓가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늘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축복 같았던 소리가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소음이라 부른다.

예기치 못한 굉음에 우리는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다. 또한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기계 소음은 우리를 잔뜩 날카롭고 예민해지게 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이러한 소리들을 ‘소음’이라 한다.

과도한 소음은 공해임이 틀림없으며, 소음 유발을 지속하는 것은 폭력과 다름 없다.

소음은 이미 대기오염처럼 일종의 ‘공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소음공해는 경우에 따라 갈등을 빚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초래할 수도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갈등이 커져 범죄로 번지는 경우도 많이 들려오고 있다. [KBS2 뉴스 화면 캡쳐]

소음공해로 인해 건강상의 피해를 입고 소송으로 일이 커진 사례는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뉴스를 보면 소음 때문에 갈등이 커져 범죄가 일어났다는 소식도 쉽사리 듣게 됐다.

소음에 대한 피해는 이제 무시할 수준을 한참이나 지나쳤다. 거주지 인근 소음원으로 인한 소음 피해와 규제기준, 낮과 밤마다 달라지는 소음 규제, 그리고 결코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 ‘층간소음’의 항의 용인 수준에 대해 공감포스트 팀이 살펴봤다.

 

■ 철도 소음 피해보상은 철도측이? 주거지 시공업체가?

철도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며 수년간 철도소음에 시달려온 B씨는 집에서 뿐 아니라 근무지에서도 기차소리가 들리는 환청 증상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내도 신경과민에 시달리고 있고, 자녀도 소음성 난청으로 피해를 입었다. 모두 철도소음 피해가 누적된 탓이라 생각하는 B씨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아파트 거주민들과 함께 철도 측에 소음 피해보상을 요구하려는 것이다.

철도나 공장시설물, 고속도로 등 거주지 인근에도 소음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음원으로 인해 피해를 보아도 법적 피해보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각 건축물의 건축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거지 인근의 철도는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만약 사례자 B씨의 주거지 건축 이후에 철도가 들어섰다면, 철도의 소음이 소음규제 기준을 초과할 경우 철도 시공을 담당한 업체가 피해보상과 소음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할 책임이 있다.

경기 동두천시 지행역 인근 현장 일대.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 연합뉴스=공감신문]

그러나 철도가 먼저 들어선 뒤 B씨의 아파트가 건축됐다면 아파트 시공업체가 건축과정에서 소음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므로(또는 마련한 소음방지 대책이 미흡했으므로) 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다만 아파트와 철도 중 무엇이 더 먼저 건축됐는지와는 별개로, B씨가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측정 결과 소음규제 기준에 미달될 경우에는 법적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소음 규제 기준도 시간대 별로 다르다

# 프리랜서로 집에서 업무를 하는 A씨는 부쩍 찾아온 더위에 창문을 열어놓고 지낸다. 그런데 요즘은 더위를 참고 창문을 닫아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됐다. 매일 밤 집 앞 놀이터에 청소년들이 몰려와 열띤 ‘토론(?)’을 벌이기 때문이다. 토론은 매일 과열되는지 고성과 육두문자가 오가고, 그 때문에 A씨는 소음공해에 시달리게 됐다. A씨는 “낮에도 여러 소음이 들리는데, 밤이 되면 유독 더 시끄러워지는 것 같다”며 의아해 한다.

해가 내려앉고 밤이 찾아오면 세상도 한층 조용해진다. 그런데 오히려 더 조용한 밤에 소음이 더 심하게 들리는 것 같다면 착각일까? 야간에 유동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낮보다 밤에 소음이 더 심한 데에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밤에 낮보다 더 소음이 크게 들리는 이유는 시간대별 지표 온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주간에는 지표면이 햇빛을 받아 지표 온도가 상공의 온도가 높다. 이 온도 때문에 높은 고도까지 소리가 퍼지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야간의 경우에는 다르다.

야간에는 지표 근처의 온도가 상공의 온도와 거의 차이가 없거나, 혹은 상공의 온도보다 낮아진다. 때문에 소리도 높은 고도까지 퍼지지 못하고 지표 근처로 굴절된다. 따라서 야간에는 소리가 낮보다 멀리 퍼지는 것처럼 들린다.

다행히도 주간보다 야간에 더 엄격하게 소음을 규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일까, 환경정책기본법의 지역별 수인한도(환경오염 등을 통념상 참을 수 있는 정도)도 주간보다 야간의 수인한도를 더 낮게 정하고 있다. 야간이 더 시끄러우니, 소음에 대한 규제 정도도 야간에 더 높다는 의미다.

상가나 공장 밀집 지역에 비해 주택가의 소음규제 수준이 더 높은 편이다.

대체로 주택가나 학원가, 상·공업 지역의 소음 수인한도는 저마다 각각이지만 모든 지역이 주간보다 야간 수인한도가 낮다.

소음의 측정 단위는 등가소음도(평균소음, leq)와 최고소음(db)이며, 객관적 측정을 위해 전문가 방문측정을 요청할 경우에는 5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

 

■ 층간소음 항의 수준도 법적 규제 있다?

# 공시생 C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름이 아니라,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 때문이다. C씨 위층에 사는 거주자의 두 자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쿵쾅거리는 통에 좀처럼 책상에 앉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무작정 찾아가 따지기에는 지인이 들려준 얘기가 C씨의 마음에 걸린다. “직접 찾아갈 경우 과도한 항의로 규정돼있으며, 이로 인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C씨는 집주인을 통해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 위층의 태도에 C씨는 “결국은 올라가 담판을 지어야 할 듯 싶다”고 분개했다.

만약 위층 거주자가 규정된 소음 수인한도 이상으로 소음을 낸다는 것을 C씨가 입증할 수만 있다면 층간소음 피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층간소음 규제 강화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공감신문]

또한 C씨의 경우 ‘수험생 및 재수생’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층에서 내야 할 배상금은 20% 증가한다. 이는 피해자가 환자이거나 1세 미만 유아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하는 식의 행동은 위법 또는 과도한 항의로 규정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13년 층간소음 갈등에 대해 내린 판결에 의하면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층간소음 항의를 하는 것은 용인된다. 막대 등으로 천장을 두드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위 판례 결과를 층간소음 갈등의 ‘항의 행동지침’으로 여기는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층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공감신문]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다세대 주택 내 층간 소음 갈등의 시발점이 위층인 것 만은 아니다. 물론 피해자는 아래층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모든 가해자가 위층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건축상의 문제로 바로 위층이 아닌 다른 곳의 소음이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모든 생활소음을 층간소음이라며 항의하는 ‘과도하게 예민한 아래층’ 역시 일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소음 갈등의 해결, 결국 해답은 ‘배려’와 ‘이해’다

소음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해’의 하나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세계 각국이 소음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 주의 대다수는 주거지역 인근의 자동차 경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 다수의 주에서는 주거구역 등지 내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행위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아파트 입주 단계에서부터 소음과 관련된 규제사항을 주지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도 일정 기준 이상의 소음 발생 시 수백만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소음 규제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서울시는 각종 소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소음규제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한 바 있다.

듣기 싫은 소리, 시끄러운 소리로 인한 고통은 분명 존재한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소리들은 우리의 삶에 여러 가지 색을 덧칠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며 살 수 있다.

세상 일이 모두 이 같은 말로 결론지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결국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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