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나홀로 족들의 삶

[공감신문] 나홀로 족, 싱글 족 등으로 지칭되는 1인가구의 증가는 이미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 된 지 오래다. 특히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유통업계가 이 흐름을 포착, 이들을 겨냥한 전략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있는 1인식당. [인스티즈 웹사이트 캡쳐]

나홀로 족들을 위해 출시되는 제품들 중에는 1인분 식재료나 식품, 각종 가전제품이나 가구들이 있다. 심지어 이제는 술이나 고기 등 평소 혼자 식당을 방문해 먹기 껄끄러웠던 메뉴들을 판매하는 ‘1인 식당’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사람이 적은 심야 시간에 혼자 극장을 찾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흐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심야영화관 또는 카페에서도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통계청은 지난 2013년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의 25.3%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모르긴 몰라도, 4년이나 지난 2017년 현재는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나홀로 족으로 화려한 삶을 즐기고 있을 터다.

한국에 '모태쏠로'란 말이 있다면 서양에는 'Forever Alone'이란 표현이 있다.

기자의 체감 상으로는 불과 15년쯤 전만 해도 혼자 사는 이들은 ‘딱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독신’이라는 말은 으레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정적 어감을 지녔었다.

뭐든 '다 같이' 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혼자 뭔가를 하는 이들을 딱하다고 여겨왔다.

특히 어르신들은 2030세대, 40대까지도 혼자 살면서 유유자적 즐기는 이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쯔쯔, 혀를 끄는 소릴 내곤 했다. 그 처지에 동정이 간다는 의미도 포함해서 말이다.

편견에 가득 찬 시선을 받아왔던 독신들이 어떻게 ‘화려한’ 나홀로 족이 될 수 있었을까? 짧은 기간에 그들은 어떻게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의 주류 중 하나로 급부상하게 된 걸까?

 

■ 과거의 나홀로 족, ‘독신’을 바라보던 편견들

과거부터 혼자 사는 이들은 편견어린 시선과 지탄을 받아왔다.

배우자나 연인, 자녀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독신들은 먼 과거부터 사회적 반대와 지탄을 받아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진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유달리 가족 중심적인 가치관이 강한데다, ‘독신’은 가족을 중시했던 전통적 생활방식에 대척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싱글이냐, 아니냐는 상관 없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독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가 하자가 있어 아직도 짝을 찾지 못했다’는 식의 편견이 있어왔다. 그러나, 기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독신들은 누군가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선택받길 원치 않는 것이라고.

독신들은 혼기가 찼음에도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거나, 혹은 결혼 자체를 ‘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 취미 등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비혼(非婚)’을 선언하기도 한다.

 

■ 너도 홀로, 나도 홀론데 누가 우릴 무시하는가

독신에 대한 편견을 벗겨내는 데는 시간의 흐름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시대가 변하며 이전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부모세대로 자라나게 됐으니 말이다. 당장 기자의 부모님만 봐도 ‘혼자 사니까 재밌어? 좋겠다’며 안부 메시지를 보내시곤 한다.

결혼을 필수라 여겼던 과거 인식은 많이 바뀌어버린 지 오래다. [EBS 방송 장면 캡쳐]

또한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결혼이나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과 출산 기피 현상은 이제 대다수의 나라의 화두로 자리 잡게 됐다.

아울러 개인의 영역을 중시하고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것을 두고 몇몇 기성세대는 ‘개인·이기주의’라 할지 모르지만, ‘개인주의=이기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가치를 귀히 여긴다고 해서 그것을 ‘이기적’이라 비판할 수는 없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등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사회적 문제는 아니다.

반면에 선택이 아닌 불가항력으로 혼자 살게 되는 이들도 있다. 타지에 직장을 구하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 또는 독거노인 역시 1인 가구의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황혼 이혼으로 노령기에 혼자가 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들로 1인 가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개중에는 혼자 삶을 즐기면서 더 잘 사는 이들도 있다. 이쯤 되면 혼자 산다고 상대를 동정하는 것이 되레 이상해보일 법 하지 않나?

 

■ “저 사람 혼자 밥 먹는다”도 이제 옛말

기자의 대학생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점심시간에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는 신기함과 더불어 동정이나 연민이 담겨있기도 했다.

과거 부득이하게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끼니를 떼우는' 느낌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혼자서도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콘셉트의 식당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리브 방송 장면 캡쳐]

그러나 라이프 스타일 판도가 이렇게 바뀌자, 식당 등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도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아직 2인분 이상부터만 주문이 가능한 식당도 다수 남아있지만, 이제는 어지간한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혼자 식사를 할 때 ‘한 끼 때운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최근 칸막이가 설치된 공간에서 정갈한 요리를 즐기는 1인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SNS에 '자취요리'를 검색하면 자취생들의 요리 인증샷이 무수히 많이 나온다.

이밖에도 흔히 생활고나 ‘귀차니즘’으로 배달음식, 인스턴트 식품만을 먹고 살 것처럼 여겨지던 ‘자취생’들 역시 상황은 달라졌다.

과거 자취생들이 채소 등 신선재료를 ‘양은 많고 유통기한은 짧은데 조리할 줄은 몰라’ 외면해왔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어플로 요리 고수들의 레시피를 보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요즘 자취생들의 SNS에는 어지간한 레스토랑만큼 맛있어 보이는 1인분 음식의 사진이 올라오곤 한다.

'혼자 밥 먹기'는 이제 나홀로 족에게 너무나 쉬운 난이도다.

이렇듯 1인 가구들은 그간 불편한 점으로 여겨왔던 ‘식사’를 손쉽게 극복하게 됐다. 그들은 이제 건강을 위해서, 또는 요리의 즐거움을 위해,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것을 먹기 위해 등 여러 이유로 혼자서 밥을 먹는다.

 

■ 나홀로 족이라고 해서 좋기만 한 것 아니다

앞서 나홀로 족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거나, 혼자 살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괜찮다고 소개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 아니겠는가.

나홀로 족들과의 수다를 통해 그들이 겪는 불편과 단점에 대해 살펴봤다.

혼자 살게 된다는 건 설거지, 빨래 등 가사일을 전부 혼자 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 직장인 박 씨(31세 남)는 가끔 일이 너무나 바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침대에도 못 가서 기절하듯 잠드는 그에게 집안일은 사치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박 씨는 “철없는 소리일지 몰라도, 부모님과 떨어져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늘어나는 집안 일이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혼자 살기 때문에 더 쉽게 범죄의 타겟이 되는 경우도 많다.

#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김 씨(29세, 여)는 번화가에 위치한 빌라 1층으로 입주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중이다. 밤만 되면 창밖이 떠들썩해지고, 심지어 취객이 창문을 두드리거나 멋대로 창문을 열기까지 한다는 것. 동거하는 연인이나 남편이라도 있다면 괜찮았겠지만 여자 혼자 살고 있다 보니 더 무섭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고 하소연을 한다.

독립해 혼자 살게 되면 엄청, 엄청 많은 돈이 나가기 마련이다.

# 김 씨의 얘길 들은 취준생 홍 씨(26세, 여)는 매달 돌아오는 월셋날도 만만찮게 무섭다고 한다. 집에 손을 벌리기는 싫어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지만 번 돈이 고스란히 월세, 공과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허무감까지 밀려온다고. 아직까지는 아끼고 아끼며 생활하고 있는 홍 씨지만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쉰다.

사교적인 성향의 사람이 타의로 나홀로 족이 될 경우 더 많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 기러기아빠 신 씨(54세 남)는 10년째 혼자 살고 있다. 프리랜서 예술가인 그는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를 주로 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고 외롭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끼니를 제때 챙겨먹어 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술과 안주로 외로움을 달래는 게 일상처럼 돼 버렸다며 허탈하게 웃는다.

나홀로 족이라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한 결혼정보업체는 20~30대 미혼남녀 613명(남자 299명/여자 314명)을 대상으로 혼자 사는 것의 단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혼자 해보기 전에는 빨래를 말리고, 걷고, 개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인지 모를 것이다.

그 결과 남자는 주로 ‘청소나 빨래 등 가사일에 게을러진다(29.4%)’는 것을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았다. 이밖에도 ‘끼니를 자주 거르게 된다(23.2%)’ 역시 혼자 사는 것의 큰 단점으로 꼽혔다.

여자 응답자는 대체로 ‘혼자 살면 겁난다(34.9%)’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남성에 비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은 나홀로 족 여성들이 혼자 사는 삶을 고스란히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 앞으로도 증가할 나홀로 족, 장점도 단점도 있다

나홀로 족이 되는 이유는 모두가 제각각이다. 학업이나 취업, 가정사 등 온갖 사연들이 그들을 혼자 살도록 만들기도, 또는 그들 스스로 나홀로 족의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혼자서 잘 살고 있다면 오지라퍼들의 편견 어린 시선도 문제될 것 없다. [유튜브 캡쳐]

최근 인식의 변화와 함께, 혼자 사는 삶을 즐기는 이들은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옛날 어린이 프로그램 제목처럼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오지랖 넓은 기성세대의 따가운 눈총쯤은 가뿐히 무시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투자하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 현실적 문제로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의로 1인 가구가 된 이들 중에는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혼자 사는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MBC 방송 장면 캡쳐]

통계청은 앞으로 203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족을 위해서나 가족에 의해, 학업이나 직장을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하기 위해 등 자의로든 타의로든 혼자 살게 되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여러분이 늘어나는 나홀로 족 중 한 명으로 합류하게 된다면, 특히 자의로 이를 선택하게 된다면 실행에 앞서 한 번쯤 생각해보자. “나는 혼자서도 잘 살 준비가 됐나? 나홀로 족의 장점만큼 단점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