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 인간의 욕심은 보기 좋은, 더 강한, 보다 우월한 품종을 만들겠다는 ‘창조’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자연적으로는 절대 탄생할 일 없는 교잡종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공감포스팅팀이 인간의 욕심으로 탄생한 교잡종을 모아봤다.

■ 라이거 (Liger)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의 교잡종이다. 그 반대의 경우 ‘타이온’이라 부른다. 사자와 호랑이 간의 유연 관계가 매우 가까웠던 덕분에 가능한 결과.

라이거는 사자와 호랑이를 모두 애매하게 닮았다. 백호가 부모라면 흰색 털을 지닌다.

수컷은 아이를 절대 가질 수 없지만 극소수의 암컷은 교미가 가능하다. 타이온도 마찬가지.따라서 라이거 혹은 타이온과의 2차교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호랑이가 교미할 경우 라일라이거(Liliger)나 타일라이거(Tiliger)가 탄생할 수도 있다.

타이온에 비하면 온순한 편이라 인기가 많다. 그러나 호랑이·사자 평균 몸무게가 200kg인데 반해 수컷 라이거의 경우 무려 300kg에 달해 엄청난 체급 차이를 보인다. 이에 동물원에서는 파워밸런스 때문에 라이거를 사파리에 방사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생존 측면에선 오히려 사자나 호랑이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 라이거는 완력이나 턱힘의 경우 체급과 비례하는 만큼 맹수와의 단순 힘싸움에선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비대한 몸으로 인해 순발력, 민첩성, 지구력이 매우 떨어진다.

■ 노새 (Mule)
암컷 말과 수컷 당나귀 사이 교잡종이다. 잡종견과 함께 대표적인 잡종강세(heterosis) 품종이다. 노새는 말과 당나귀의 장점을 골고루 지녔다. 

일단 말보다 끈기 있으면서 당나귀보다 순하다. 또한 비슷한 체구의 말에 비해서 아무거나 잘 먹으면서도 비교적 덜 먹는다. 또한 가죽이 말보다 질겨서 비교적 덜 민감하고, 발굽도 더 튼튼하다. 비나 강한 햇빛도 잘 견디며 질병과 해충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거기다 머리까지 좋다. 그만큼 키우기도 비교적 쉽다. 하지만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과거 위험했던 장소를 가기 거부하는 등의 단점은 있다. 또 말보다 성질이 더럽다고 한다.

이러한 장점을 지닌 노새는 2세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말은 염색체 64개를 가진 반면 당나귀 염색체는 62개로 개수가 서로 다르다. 이에 따라 1대 잡종인 노새의 염색체 수는 63개가 된다. 상동염색체 짝이 맞지 않기 때문에 생식을 위한 감수분열을 일으킬 수 없다.

번식력이 강한 암컷의 경우 아주 가끔씩 말 혹은 당나귀의 새끼를 낳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수컷 노새는 결코 그 어떤 암컷도 임신시킬 수 없다.

■ 사바나캣 (Savannah)

수컷 서벌(*아프리카 살쾡이)과 암컷 집고양이의 교잡종. 대형종 고양이로 4kg에서 11kg, 최대 18kg까지 자란다. 서벌 유전자 덕분인지 매우 민첩하다. 

고양이지만 주인에게 친밀감이 매우 높다. 게다가 훈련을 거치면 개처럼 산책 시킬 수 있다. 부모인 서벌의 성향을 물려받아 일반적인 고양이와는 달리 물을 좋아한다.

그만큼 활동량도 많아서 매일 일정 이상 놀아주지 않으면 ‘악마견’처럼 온 집안을 헤집어버릴 수 있다. 특히 육식동물인 서벌 혈통이기 때문에 매번 생고기를 챙겨줘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기엔 리스크가 상당한 편.

사바나캣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서벌의 특징과 특성이 옅어진다. 특히 서벌 혈통으로 인한 야생성이 점점 사라져간다. 5세대 이하는 서벌 특유의 무늬를 제외하면 일반 집고양이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각 세대는 F(filial)로 표기한다.

교배종이라 수컷 대부분은 불임(무정자증)이다. 그래서 암컷이 더 비쌀 것 같지만 사실은 덩치가 큰 수컷이 더 비싸다고 한다.

■ 레오폰 (Leopon)

표범과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 표범의 점박 무늬와 숫사자의 갈기 등 표범과 사자의 대표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레오폰 자체는 과거 유럽 동물원에서 몇 차례 태어났으나, 모두 성체가 되기 전에 죽었다. 오직 1960년대 일본 ‘고시엔 한신파크’에서 탄생시킨 레오폰들만 성체까지 성장했다. 이에 현재 알려진 레오폰 이미지는 거의 고시엔 출신 레오폰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 ‘레오폰’이란 명칭도 일본 ‘고시엔 한신파크’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고시엔 한신파크는 교잡종 동물 탄생을 계획한다. 이에 1955년생 수표범 '카네오'와 암사자 '소노코'를 교잡종 부모로 정한 후 어릴 때부터 함께 사육해 서로에 대한 적대심을 없앴다.

정작 다 자라고 나니 크기 차이가 너무 심해서 교미 자체가 어려워보였다. 교잡종 탄생 계획이 무산되기 직전 소노코와 카네오가 교미 장면이 목격됐다. 이 후 1959년 소노코의 임신이 확인됐다.

1959년 소노코는 수컷 '레오키치'와 암컷 '본코'로 명명된 레오폰 남매를 출산한다. 이후 1961년에는 두 번째 레오폰 남매인 수컷 '조니', 암컷 '데이지'와 '체리'를 낳는다.

하지만 수컷 레오폰은 교잡종이라 당연히 불임이고, 암컷도 임신이 어렵기 때문에 레오폰 남매들은 후손 하나 없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1985년 레오폰 수컷 ‘조니’를 마지막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도 레오폰을 직접 볼 수는 없게 됐다.

■ 지브로이드

얼룩말과 조랑말, 당나귀 등 다른 말속 동물 사이에 태어난 교잡종을 이르는 통칭이다.

부모의 종류에 따라 얼룩말과 말의 교잡종 졸스(Zorse), 얼룩말과 조랑말의 교잡종 조니(Zony), 얼룩말과 당나귀의 교잡종 존키(Zonkey) 등 부르는 명칭이 모두 다르다. 같은 지브로이드라도 각자 부모의 종류에 따라 외모가 다르다.

암컷 얼룩말은 다른 종류의 말과 잘 교미하지 않아서 수컷 얼룩말과 교배된 지브로이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브로이드도 노새처럼 부모 간의 염색체 수 차이로 2세 번식이 불가능하다.

대부분 얼룩말보다 몸의 줄무늬도 가늘고, 양도 적으며 크기 자체도 왜소하다. 얼룩말을 닮아서 사납고 예민한 성격이지만, 가축용 말의 혈통이 섞였기 때문에 길들이기는 쉽다.

가끔 야생에서 지브로이드가 발견되기도 한다. 인간에 의한 첫 등장은 1815년 콰가와 아라비아말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 지브로이드다. 이에 흥미를 느낀 당시 유전학자들로 인해 다양한 지브로이드가 탄생했다. 찰스 다윈도 ‘종의 기원’에서 지브로이드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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