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보통 국가라면 일정한 영토와 국민과 주권 삼박자를 다 갖춰야 한다. 이를 갖추더라도 주변 국가들의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정식 국가로 인정받게 된다. 허나 세계에는 존재 자체가 의심되는 초소형 국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초소형국민체(micronation)’이라고 불리며 바티칸이나 모로코와 같은 극소국가(Microstate)와는 다르다. 극소국가는 정식적인 국가로 인정받지만 초소형 국민체는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낙원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장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초소형 국가를 만든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진지하다.

그럼 알고 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초소형 국가(국민체)들에 대해 알아보자.

 

씨랜드 공국 국기

■ 버려진 구조물 무장 점거, 씨랜드 공국(Principality of Sealand)
영국의 동남쪽 해상에 위치한 초소형 국민체다.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해안방어를 위해 세워진 구조물이었다. 전쟁 직후 방치돼있던 구조물을 패디 로이 베이츠가 가족들과 함께 무단 점거했다. 이후 ‘씨랜드 공국’이라는 이름으로 개국하였다.

씨랜드 공국은 버려진 구조물을 무단 점거해서 생겨났다.

물론 이에 반발한 영국이 해군을 파견하기도 하고 재판을 열기도 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다가오는 영국 해군에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대며 저항했다고 전해진다. 재판의 경우도 당시 영해는 3해리까지 인정했기 때문에(현재는 12해리) 버려진 구조물은 영국의 영해 밖에 있었다. 그래서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구조물 위에서 너네끼리 잘 살아봐라’고 방치했다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씨랜드 공국 주화와 여권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자칭 국가기 때문에 국장, 국가, 화폐, 여권 등 있어야 할 것들은 다 만들었다. 또 지도자에게는 대공이라는 칭호가 수여된다. 페디 로이 베이츠 대공이 초대 대공이며 현재는 아들인 마이클 베이츠가 대공이다.

오래된 발전기로 인한 대화재로 국가 전체가 소실될 위기에 처했었다.

못 말리는 씨랜드 공국에도 시련이 닥친 적이 있다. 방문한 외국인이 아들을 납치해 섬을 탈취하려 했던 사건, 오래된 발전기로 인한 대화재로 국가 전체가 소실될 위기에 처했었다. 어찌 됐든 아직까지 존재하는 이상한 국가다.

 

헛 리버 공국 국기

■ 잔꾀로 살아남은, 헛 리버 공국(Principality of Hutt River)
호주의 극서 쪽에 위치한 초소형 국민체다. 원래는 밀을 생산하는 호주의 작은 농장이었다. 허나 1970년 호주 정부에서 밀 판매량을 제한해버리자 이에 반발한 농장주 레너드 캐슬리는 독립을 선언하고 자신이 국왕이 돼버린다.

헛 리버 공국 레너드 1세 대공

당황한 호주 정부는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했지만 계속 거절당한다. 이후 군사적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레너드 1세는 스스로 직위를 ‘공’으로 낮추고 영국연방 소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영연방 소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호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이 수수방관 중이다.

어떻든 간에 헛 리버 공국도 자기들끼리 화폐도 만들고 국기도 만들고 여권도 만들며 잘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작은 규모의 군대까지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존재 하지 않는다.

헛 리버 공국은 과거 군대(?)까지 보유했었다.

헛 리버 공국으로 관광을 가면 레너드1세가 직접 관광 안내를 해준다고 하니 참고하자.

 

몰로시아 공화국 국기

■ 대통령이 되고 싶었어, 몰로시아 공화국(Republic of Molossia)
일반인 케빈 보가 네바다 주의 땅 일부를 사들인 후 만든 초소형 국민체다. 역시나 정식 국가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

케빈 보 몰로시아 공국 대통령(?)

몰로시아의 경우 사유지 내에서 귀여운 장난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공화국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국민도 없이 공화정이 될 수가 없다. 케빈 보는 스스로를 대통령이라고 칭하는 중이다.

단 두명으로 구성된 몰로시아 공화국 군대(대통령과 아들)
몰로시아 공화국은 이미 없어진 동독일과 전쟁중이다. / 쉐도우 복싱의 대가 몰로시아 공화국

군대도 있는데 자신과 아들이 전부다. 무장은 소총 두 자루가 전부다. 고무보트도 한 대 있어서 고무보트에 승선하면 해군으로 돌변한다. 자기들 딴에는 현재까지 동독과 전쟁 중이라고 하는데 동독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아틸란티움 제국 국기

■ 정체를 알 수 없는 아틀란티움 제국(Empire of Atlantium)
아틸란티움 제국은 1980년 세워진 나라지만 수도를 2번이나 옮긴 특이한 국가다.

1980년 조지 프랜시스 크룩생키, 제프리 존 더건, 클레어 마리 쿨터라는 세 명의 청년이 세웠다. 서로 황제, 국무총리직을 가지고 운영해 나가다 1999년 아파트를 산 후 수도로 지정했다. 2008년에는 시골에 땅을 산 후 오로라 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 번째 수도로 삼았다.

조지 2세 아틸란티움 제국 황제(...)

인터넷상으로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인터넷으로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이 100여 개 국가에 1000여 명이라고 한다. 제국에서 시민권을 인터넷으로 준다는 것도 참 이상한 노릇이다. 이외 국가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등장하는 걸 즐기는 조지 2세 / 아틸란티움 제국 화폐와 우표

한편 황제 조지 2세는 건국 이래 계속 재임 중이라고 한다.

 

세보르가 공국 국기

■ 명예만 되찾고 싶었던 세보르가 공국(Principato di Seborga)
앞서 설명했던 초소형 국민체와는 다른 유형의 국가다. 실제로 이 지역은 역사 깊은 땅이며 거주하는 국민들도 300여 명이 넘는다. 10세기부터 기록이 남겨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진 이후 이탈리아에 강제 병합 당한다.

역사가 담긴 세보르가 공국 건물

병합 후에 이탈리아 내 작은 마을로써 잘 지내다가 1960년 조르조 카르보네가 세보르가 공국의 독립을 되찾을 것을 주장하며 독립(?)하였다. 독립 후 조르조 카르보네를 대공으로 선출하고 화폐 발행, 헌법 제정 등 국가다운 틀을 다져나갔다.

세보르가 공국 주화

허나 이탈리아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일까. 무늬만 독립국일뿐이다. 실제로 살아가는 행정구도 이탈리아로 되어있다. 이탈리아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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