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약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 대처하는 제도들 존재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비용 대비 효과성이 입증된 의약품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선별등재목록제도’를 도입했고, 임상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약제를 선별해 건강보험을 적용시키기 위해 2008년에는 경제성평가 제도를 실시했다.

하지만 제약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을 위해 많은 개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약품 가격은 높아졌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의약품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이고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제성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경제성평가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환자 접근성 향상과 제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의약품 경제성 평가 제도 개선 정책 세미나’(국회보건복지위원장 자유한국당 이명수 국회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주최)가 열렸다.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경제성평가는 불확실성을 포함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약 등재 시 불확실성의 해결은 경제적 이익을 얻는 제약사의 책임으로 간주돼 왔다”며 “신약 등재 시 파악하지 못한 불확실성의 충격은 고가의 약제일수록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달리 많은 국가들에서는 신약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제도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 / 김대환 기자

그는 “신약 등재 시 제출되는 임상자료는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배정임상시험 자료들이나 국내 환자들이 포함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내 실제 임상현장의 자료들을 전향적으로 모아 등재 후 신약의 국내 환자들에서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정훈 교수는 “경제성평가는 기준의 적절성 문제도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WHO 기준이라면 1 GDP라고 하는 2500만원(비항암제)과 2 GDP 5000만원(항암제)을 언급하고 있으나 WHO의 현재 입장은 급여결정에 GDP에 근거한 경제성평가기준사용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안 교수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제약사가 제출한 경제성평가 자료의 검토를 외부 전문가 그룹에 맡긴다”며 “공정성, 전문성 확보가 가능하고, 검토보고서가 공개돼 피드백절차를 투명하게 거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같은 의사결정위원회에서는 검토보고서와 해당 약제가 가지는 여러 사회적 가치들을 함께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혔다.

조영미 사노피아벤티코리아 상무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혁신적인 치료제의 가치 평가를 경제성평가에 의존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 대비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조영미 사노피아벤티코리아 상무 / 김대환 기자

조영미 상무는 “경제성평가에서는 부가세와 유통마진을 포함한 약가로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출하가로 비용효과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적인 치료제일수록 비교대안 대비 부가세의 부담이 가중돼 비용효과성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동일한 조건 하에서도 호주, 영국 등에서 보다 제약사 공급가가 크게 낮아진다”며 “경제성평가에서 치료제의 부가세를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상무는 “우리나라의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으로의 신약 도입을 기피하는 현상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위험분담제로 100% 문제 해결을 하기는 어렵지만,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환자 접근성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경제성평가제도는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의학적으로 필요한 신약일지라도 기존 의약품에 비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등재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신약의 가격산정 시 비교가 되는 약제를 원칙적으로 등재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의약품으로 후발제품의 약가가 수재되지 않은 제품을 선정하는 등 신약에 대한 가치가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김대환 기자

김은진 조사관은 “의약품 평가 관련 새로운 기술의 개발로 자료 작성 및 검토에 대한 어려움 증가,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치료제 등장으로 인한 여러 불확실성의 증가 등으로 평가를 받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경제성평가제도에 대한 이해를 통한 효율·신속성을 가진 제도 개선 방안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평가 제도의 운영 과정 중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 과정 등에 있어서 각 신약의 특성을 반영해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 또한 희귀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환자의 치료를 위한 의약학적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박영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오늘 토론에서 말씀해 주신 경제성평가제도의 비용 효과성 문제와 불확실성 문제는 공감한다”면서도 “아직까지 제도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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