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많은 독자분들이 SNS를 통해 나를 아셨으리라 생각된다. 이전에 방송에 출연하던 때부터 날 지켜보셨던 분들도 계셨을 거고, 또는 여기저기 사진을 보며 옛날 싸이월드식 표현으로 ‘파도를 타고 돌다가’ 날 아신 분들도 있으실 거다. 나도 안다. 내 SNS는 야하다. 관심종자처럼 살색 사진이 가득하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쓴다고 하면 모두들 놀란다. 그리고는 묻지, “도대체 무슨 글을 쓰시나요?”

나는 이런 관심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편이기도 하다. 그냥 여자 사람으로서, 나의 매력적인 모습을 담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그게 누구의 눈에 비춰져서 관심을 끌면 그런가보다, 하고 기분이 좋다. 그 뿐이다. 나의 매력이 귀엽고 청순한 모습이라면 그런 모습을 어필할 것이다. 내가 가진 매력 중에서 누가 보았을 때 육감적인 매력이 있다면 난 그걸 드러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작가’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는 편견을 가진다. 얇은 린넨 소재 빛바랜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뿔테 안경에 주근깨를 감춘 채, 머리를 질끈 동여 맨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다보다. 이해한다. 작가가 회사원보다는 흔한 직업은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더욱 내 맘대로 굴 수 있다. 야해보이고 천박해보일 지도 모르는 차림새의 내가, 최소한 누구보다는 훨씬 더 공익적인 글을 쓰고 훨씬 더 공부를 열심히하며, 심지어 때로는 학교에 강연을 가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 물론, 학교에 갈땐 TPO에 맞는 복장을 갖춰 입는다.

원래 알던 지인들 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난 그냥 나같이 군다. 난 농담을 즐기는 편이다. 그 중에서는 정말 원색적인 표현도 있다. 속어도 쓴다. 누군가는 놀라며, “아니, 작가님이 그런 말을 써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표준어나 예쁜 말을 쓸 수도 있지만 우리말은 정말 표현이 다양하며, 말의 맛을 살리려면 꼭 그 단어를 써야만 맛인 말들이 있다. 이를테면 지랄스러울 때는 지랄이라해야 맞다. 이런 단어를 왜 쓰면 아니되는가. 작가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맛있게 느껴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맛있는 단어를 왜 쓰지 말라고 하는가. 난 어느 공식적인 자리에 나와 있지도 않았었는데.
속으로 생각했다. 나에게 그 질문을 한 이에 대하여 머릿 속으로 판단을 내렸다.
‘저 사람 지지리도 책을 안읽는구나, 특히 문학. 자기개발서나 읽으시는 군!’

난 계속 이렇듯 자유롭게 살 생각이다. 일부러 직업과 겉모습의 격차를 두고 그 차이를 즐기려고, 음 마치 뭐랄까 한방 먹이는 기분으로 나의 모습들을 소진할 생각일랑은 없다. 난 소중하니까. 하지만 하고 싶은 건 하고 살거다. 드러내고 싶은 건 드러낼 것이다. 난 당당하다. 난 내면에 더욱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내가 부러운가? (부러웠으면 좋겠는데...) 부럽다면 당신도 작가가 되어라, 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말하면 이 다음부터 당신은 내가 아무리 대단한 사진으로 꾀어도 내 글일랑 읽지 않겠지. 나는 다른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여러분, 공부하시라.

영화배우 배두나의 팬이다. 원래도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결정적인 팬이 된 작품은 <공기인형>과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조용히 속으로만 좋아하던 그녀가 국위선양 그 매력을 전세계에 뿜어내는 것을 보자니 홀로 뿌듯한 기분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난 그녀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그녀가 받고 자란 가정 교육이 남달랐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대단하신 분 같았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도 천박해보이지 않으려면 머리에 든 게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단다. 다른 엄마들처럼, 여자가 천박해보이지 않으려면 짧은 치마를 입지 말아라, 라고 가르친 게 아니다. 감히 어떤 분이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아빠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곧잘 했었다.
사진작가인 나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나에게 건강미 넘치는 여자 모델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멋지지 않냐고 하셨었다. 아빠는 여자가 여성적인 매력을 가지는 것은 축복인 거라고 말하셨었다. 단, 아빠는 내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응원하셨었다. 그와 예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지금 내 살색 SNS를 보는 이들 중엔 우리 아빠도 있다. 페북 친구다. 하지만 아빠는 나에게 그런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아빠 친구 분들에게 ‘얼마 전엔 내 딸이 그 유명한 잡지에 섹스 칼럼을 실었대!’라고도 하신다. 그리고는 내가 쓴 철학이나 정치 칼럼을 공유하시며 이렇데 덧붙이시지, “내 딸이 쓴 말이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허허허.”
괜히 다 알면서 내 딸은 원래 이런 여자다, 한방 먹이는 거다.

어쩼든 다시 배두나 씨의 어머니 이야기로 돌아가, 배두나 씨가 <복수는 나의 것> 오디션을 봤을 때 어머니가 찾아가 영화사에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두나는 나의 20년 기획 상품입니다. 믿고 쓰셔도 됩니다.”
그녀는 그 영화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누가 그녀를 만만하게 보겠는가? 배두나다, 배두나! 워쇼스키가 사랑하는 그 배두나!

근데 난 지해수고, 일부의 사람들은 날 만만하게 본다. 난 연예인도 아니고 대중 앞에 서는 직업도 아니고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쓸 뿐. 하지만 별 상관없다. 겉모습만 가지고 나를 판단하는 이들은 나도 관심이 없다.
여러분도 그런 분들이라 여태 나의 글을 읽으시는 걸 거라 생각한다. 공부를 해서 내면을 다채롭게 만들고, 다양한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겉모습보다도 더욱 궁금해지는 내면을 갖는 것이다.
저 인간은 무슨 생각일까, 궁금하게 만들어서 그 뇌와 가장 가까운 속살인 당신의 두 눈동자를 자꾸만 바라보게 만들라는 거다.
세상 가장 익사이팅한 순간이 아닐런지!
당신의 겉모습, 자동차, 사는 동네, 인맥에 집중하는 이들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눈동자를 집중하는 사람을 만나시길.

어서 다들 그렇게 되어서 재밌는 드립을 치고, 자유롭게 옷을 입고, 웃고 싶을 때 웃고, 맛있는 말들을 섞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재미없고 사실 멋이 없다, 이게 나의 진심이다. 내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다들 너무 답답해 보여서 그런다.

재밌고 멋있는 사람들과 앞으로도 쭉 만나고 싶다. 아! 난 도태되지 않겠어, 더 멋있어져야 하잖아? 지금 난 방콕인데 수영장가서 가져 온 책을 읽어야겠다. 공부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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