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의 씨앗이 행복의 숲을 이룰 때까지-백두한라봉사단

[공감신문 최소리 기자] 아프고 소외된 이웃에게 기꺼이 사랑과 정성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요양원과 경로당, 복지관, 고아원에서 음식 봉사와 청소, 돌보미 봉사를 하는 백두한라봉사단이다. 이들의 사랑나눔은 연탄나눔 봉사와 무료급식 봉사 그리고 목도리 뜨기 봉사까지 이어진다. 추운 겨울을 사랑의 온기로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봉사단을 만나고 왔다.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한끼 식사
  지난 10월 23일 오전 11시, 대전 동구 자양동에 위치한 백두한라 음식점을 찾았다. 오늘은 독거노인과 북한이탈주민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를 진행하는 날, 봉사자들이 평소보다 더욱 분주하게 움직인다. 누군가는 음식 재료를 다듬고 누군가는 불 앞에서 조리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음식점 안팎 정리에 한창이다.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독거노인과 북한이탈주민 어르신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3월에 백두한라가 대전 동구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함경도 토속 음식점’을 시작했거든요. 진작부터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장소와 여러 문제 때문에 실천을 못하다가 음식점을 하게 되면서 바로 봉사
를 시작한 거죠.”
  백두한라봉사단 강순희 회장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식탁을 닦고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날씨가 추울 땐 사람 속이 든든해야 하는 법,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12시가 되자 독거노인과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이 백두한라 음식점을 찾았다. 백두한라봉사단은 그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어르신들을 맞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 준비한 메뉴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뜨끈한 잔치국수다. 반찬도 다양해서 딱 맛있게 익은 김치부터 마늘쫑볶음, 버섯볶음에 손수 빚은 고기만두와 작은 케이크까지 준비했다. 백두한라봉사단은 어르신들이 혹여 불편하지 않을까 가까이서 수저를 챙기고 물도 따르며 살뜰히 가족처럼 챙긴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표정과 행동에서 사랑과 정성이 묻어난다.
 

  추운 겨울을 포근히 감싸줄 목도리 뜨기
  백두한라봉사단은 지난 2009년에 만들어졌다. 북한이탈주민이 중심이 되고 대전 시민이 합심해 이룬 봉사단체로, 요양원과 경로당, 복지관,고아원에서 음식 봉사와 청소, 돌보미 봉사를 진행한다. 무료급식 봉사와 연탄나눔 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백두한라봉사단을 이끄는 강순희 회장은 10명으로 시작한 봉사단이 현재 320명에
이른다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난 1999년에 탈북해 2005년에 남한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또 남한에 오자마자 임신을 해서 몸도 무거운 상황이 었고요. 우울함이 너무 깊어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딸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더라고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으면 안되겠구나! 깨달은 거죠. 마침 그때 옆집에 살던 이웃이 함께 봉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어요. 그분을 따라 장애인 협회에 나가 휠체어도 끌어주고 음식도 먹여주며 봉사를 했어요. 늘 마음 한편이 우울했는데 봉사를 하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를 반겨주는 장애인 분들을 보면서 큰 행복도 느꼈고요. 그래서 아는 봉사자들끼리 마음을 모아 백두한라봉사단을 만들었습니다.”
‘백두한라봉사단’이란 이름도 강순희 회장이 직접 지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사랑의 울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라는 소망이 담겨있는 이름이다.“올 1월엔 연탄나눔 봉사를 함께 했어요. 대전지역의 독거노인 10분께 연탄 300장씩 가져다 드렸죠. 작년 겨울이 정말 춥고 혹독했잖아요. 추위에 떠는 어르신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또 독거노인의 집청소 봉사를 갔는데 그때 방 안에 앉아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목도리도 없이 휑하니 목을 내놓고 계시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자리에서 제가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할머니께 둘러 드렸습니다. 올 겨울이 오기 전에 목도리를 떠서 어르신들께 나눠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봉사가 바로 목도리뜨기 봉사다. 강순희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자 봉사단원 모두 흔쾌히 참여의사를 전해왔다. 돌아오는 11월 15일에 대전 하나센터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진행하는데, 이 날 160개의 직접 뜬 목도리를 독거노인과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께 전달할 예정이다. 11월 15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백두한라봉사단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맛있게 식사를 하신 어르신들이 집으로 돌아가시자,음식점 한편의 방에 모여 정성껏 목도리를 뜬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마음에 들까를 고민하며 목도리를 뜨고 있어요. 이제까지 8개를 만들었는데 더 열심히 만들어야죠. 어르신들은 무거운 걸 싫어하세요. 그래서 목도리 실을 고를 때도 신중했죠. 극세사실은 따뜻하면서도 가볍고 보들보들합니다.”
  백두한라봉사단 이남연 단장은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생각을 하니 절로 힘이 난다며 미소 짓는다

  그리운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사랑을 나눠요
  “전 2006년에 남한에 들어왔어요. 부모형제 없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백두한라봉사단에 참여하며 친자매 같은 봉사단원들을 만나 정말 좋습니다. 독거노인과 북한이탈주민 어르신 모두 제 가족 같아요. 그리운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백두한라봉사단 임옥화 총무는 올 12월 14일엔 케이크 만들기 봉사도 진행한다며 말을 잇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대전 시내 학생들과 함께하는 봉사로 2개의 케이크를 만들어 1개는 학생들이 가져가고 1개는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한다.
  “지난 2011년에 남한에 들어와 작년부터 백두한라봉사단에 참여했어요. 전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어르신들 손을 잡으면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질 수가 없어요. 어르신들 모두가 다 제 부모님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백두한라봉사단에서 활동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다 보니 생활이 더 행복해졌어요.”
  봉사를 통해 사랑과 나눔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는 백두한라봉사단 이영순 단장.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순희 회장은 ‘봉사란 서로의 마음을 행복으로 채워주는 것’이라 덧붙인다.
  “봉사는 꼭 재산이 많거나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에요. 음식을 만들고 목도리를 뜨는 일도 모두 쉽고 간단히 할 수 있는 봉사입니다. 백두한라봉사단원 모두는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즐거운 마음으로 뜬 이 목도리가 올 겨울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은 씨앗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곧 숲이 된다. 백두한라봉사단이 사랑으로 심은 작은 나눔의 씨앗은 힘들고 외로운 이웃을 위한 행복의 숲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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