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통해 남과 북을 하나로 잇다-파주시 여원 자원봉사단

[공감신문 최소리 기자] 한 명 두 명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한 자원봉사자들이 지금은 어느덧 30여 명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여성분들만 아니라 아내나 여자 친구, 혹은 엄마를 따라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남성분들과 어린 자원봉사자들도 늘었습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인 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남북 간의 통일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이 있다면 이산가족 분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새롭게 터전을 잡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고향에 남겨놓고 떠나야 했던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갑니다.
  지난 8월 14일, 광복절을 앞두고 파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이 된 ‘여원 자원봉사단’이 지역 노인복지관에서 ‘2015북한전통음식 한마당’을 개최해 동네 어르신300여 분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이번 행사에 봉사단이 준비한 음식들은 자원봉사자들이 고향에서 즐겨먹었던 두부밥, 인조고기, 순대 등 북한 함경북도 지방의 대표 음식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한식들이 그렇지만 북한 음식들은 특히 손이 많이 가는 편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2~3일 전부터 장을 함께 보며 정성껏 음식들을 마련하였습니다. 힘이 더 많이 들어도 특별히 북한 음식을 준비한 이유는 봉사를 통해 고향에 대한 향수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음식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 된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봉사단 명칭이 ‘여원(女園)’ 인 이유는 봉사단원들이 여성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이 가족처럼 항상 함께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단의 모토도 ‘사랑, 나눔, 희망’입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과 더불어 살아가고 더 나아가 그들이 이제는 나눠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원’은 지난 2013년 10월 파주시에서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여원’은 지역사회 독거노인들과 파주시로 새로 입주하는 북한이 탈주민들의 적응을 돕고 있습니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이들의 손길이 필요할 때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이 같은 봉사가 이어진 지 어느덧 3년째가 되어 갑니다. 이들은 주로 입주 청소, 후원금 지원 등 북한이탈주민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자연스럽게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고 있는 이들이 벌써 40가구가 넘습니다.

  백춘숙(48) 회장은 봉사단이 생기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정착 초반, 다른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처럼 그녀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이땅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외로움에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몸도 날마다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새로 입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 초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착을 돕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정착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그렇게 아픈 몸도 봉사활동만 하게 되면 신기하게 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 역시 열정에 감동을 받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도와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나고 봉사 활동이 커지자 주변의 권유로 3년 전 부터 ‘여원 자원봉사단’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날 여원 자원봉사단에서 마련한 음식을 맛있게 먹은 어르신들은 잠시나마 음식을 통해 먼저 온 통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인도 한국전 때 한국으로 넘어온 실향민이라고 밝힌 한 어르신은 자신의 고향이 함경도와는 다른 지역이다 보니 오늘 맛있게 먹은 음식들이 고향 음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자신처럼 북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북한이탈주민들로부터 대접을 받으니 큰 위로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원’의 열정적인 봉사활동 활약상은 파주시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원’은 파주시로부터 봉사표창을 받았고, 올해 들어서도 이미 회원 2명이 파주시 ‘우수 봉사자’ 표창을 받았습니다. 이날 봉사 활동 현장을 방문한 황진하 국회의원(파주시)은 여원 봉사단의 이런 활동과 노력이야말로 지역 내 남한 주민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며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남북을 하나로 잇는 통일을 앞당기게 한다고 격려하였습니다.
  파주시자원봉사센터 이한주 원장은 본인이 3년 전 백춘숙 단장에게 자원봉사단을 한번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권했던 이 중 한 명이었다면서,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여원’이 이렇게 파주시에서도 가장 모범적이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자원봉사단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도 기쁘고 감개무량하다고 하였습니다.
‘여원 자원봉사단’은 이번처럼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보다 잘 정착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과의 관계와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껏 음식들을 준비하는 데는 여러 날이 걸렸지만 이날 본 행사는 불과 한 시간여 만에 아쉽게 끝이 났습니다. 이날 음식 봉사를 받은 어르신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비록 오늘 하루 ‘여원 자원봉사단’과의 짧은만남이었지만 따듯한 감동의 여운은 어르신들의 가슴 깊이 오랫동안 남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