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SNS가 발달할수록 흔히 '허언증'이라 불리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그럴 능력은 없을 경우 거짓말을 해서라도 관심을 얻으려는 발버둥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짓말이 반복되면 습관을 넘어서 정신병 수준으로 발전한다. 이는 주변인 뿐만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를 경계하자는 의미에서 공감 포스팅팀이 '허언증', 정확히는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 알아봤다. 

 

■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본인이 처한 현실을 부정한 채 자신의 뜻대로 꾸며낸 세계를 진실이라 생각하면서 거짓말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한다. 이는 '리플리 병' 혹은 '리플리 효과'라고도 한다.

이는 성취욕만 강한 무능력자가 실제로는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이들은 꿈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 거짓말을 시작한다. 해당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스스로 그 것이 정말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 ‘리플리 증후군’ 유래
‘리플리 증후군’은 소설 <The Talented Mr. Ripley(재능 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톰 리플리에서 유래됐다. 리플리는 재벌2세 친구를 살해한 후 그 대신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리플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일삼게 된다.

(사진=영화 '태양은 가득히' 中)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그저 유래만 됐을 뿐이지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볼 수는 없다. 톰 리플리의 경우 스스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한다. 그는 사이코패스이자 냉정한 범죄자일 뿐이다.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 확신하는 ‘리플리 증후군’ 환자가 아니다.

이후 해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공전의 히트작으로 떠오른다. 그 유명세에 힘입어 ‘리플리 증후군’도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됐다.

 

■ ‘리플리 증후군’ 실제 사례

- 천재 소녀 사건

지난 2015년 SAT 만점을 받은 미국의 한인 여고생이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에 동시 입학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다시 말하지만 ‘동시합격’이 아닌 ‘동시입학’이다. 각 대학을 2년씩 다녀본 후 원하는 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고교 재학 중 MIT에 응모한 논문 덕분에 페이스북 창업자가 직접 스카웃했다는 후속 보도뿐만 아니라 스탠퍼드와 하버드 학위를 모두 딸 계획이라는 인터뷰 기사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해당 대학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SAT 만점, 스탠퍼드·하버드 대학 합격, MIT 논문 응모까지 단 하나도 사실은 없었다. 그 전부터 그녀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인해 성적표 위조를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조용히 귀국했다.

 

- 가짜 아나스타샤 사건

사실 러시아 혁명 이후 처형된 아나스타샤 공주를 사칭한 이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나스타샤 공주와 가장 닮은 외모를 지닌 애나 앤더슨이 제일 유명하다. 그녀는 기절한 자신을 공산당 군인이 구해줬다고 증언했다.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각종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그녀는 러시아 황실의 각종 정보와 황실 예법을 잘 알았고, 동일인 판정을 받을 수 있을만큼 흡사한 귀 모양을 지녔다. 이에 그녀는 로마노프 왕조의 상속권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 그 후 그녀는 한 미국인 교수와 결혼해서 평범하게 늙어죽었다. 애나는 끝까지 자신이 아나스타샤라 주장했고, 묘비에도 '아나스타샤 로마노바'라고 쓰였다.

사후 러시아 정부는 그녀의 유전자를 입수해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애나와 아나스타샤는 동일 인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평생 본인이 아나스타샤라 믿고 살아간 애나는 ‘리플리 증후군’ 환자였던 셈이다.

 

■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작품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노신의 ‘아Q정전’이다. 주인공 아Q는 엄청난 성취욕은 지녔지만, 시정잡배에게조차 무시 당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에 아Q는 시정잡배에게 맞을 때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졌지만, 정신은 내가 더 우월하므로 결과적으로 이긴 것과 다름없다”는 정신승리법을 사용한다. 현재 쓰이는 ‘정신승리’는 이 작품에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정신승리’만으로 자신의 비루한 현실을 합리화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이 더 우월한 비구니나 어린이를 상대로 괴롭히는 망상을 거듭한다. 그렇게 열등감을 해소하던 아Q는 신해혁명에 한 발 걸치면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한다. 결국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하고 총살당한다.

주인공 아Q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리플리 증후군’ 발생 원인부터 전개 과정, 그리고 처참한 말로까지 모두 간접 경험할 수 있다. 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이 작품을 두고 "아Q의 모습은 현대인들, 많은 사람들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결국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탄생한다. 이 포스트를 읽는 독자들은 더 이상 무의미한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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