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리메이크란 이미 발표된 작품을 같은 매체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리메이크는 사실 양날의 검이다. 원작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작은 기존 팬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흥행하는 반면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오히려 원작을 망쳤다면서 욕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리메이크된다는 사실 자체는 원작이 어느 정도 작품성이나 흥행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니 큰 영광이라 볼 수 있다. 이에 공감 포스팅팀이 해외에서 리메이크 된 한국 명작들을 찾아봤다.    

■ 8월의 크리스마스(1998) - <일본> 8월의 크리스마스(2005)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멜로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 여름처럼 아직 한창이여야 할 주인공이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없는 시한부란 사실을 은유한다.

'예고된 죽음을 기다리던 남자가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는 신파적인 스토리를 비극이 아니라 지극히 담담하게 그려냈다. 마지막 20분은 아예 대사조차 없이 흘러간다. 기존 한국 멜로영화와는 달리 미니멀리즘 전략을 취해서 '신선한 한국형 멜로가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개봉 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기도 했다. 또한 1998년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2005년 일본에서 리메이크 후 개봉했다. 전반적인 사건 전개와 디테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작품을 배우와 언어만 바꿔서 재촬영한 느낌이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여주인공이 주인공의 죽음을 알게 된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이 주인공의 편지를 읽지 못하지만, 일본 리메이크 버젼에서는 편지를 읽는다.

 

■ 시월애(2000) - <미국> 레이크 하우스(2006)

2000년 개봉한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한국 영화. 제목 '시월애(時越愛)'는 때 시, 넘을 월, 사랑 애. 이를 직역하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란 뜻으로 영화 내용과 어울린다.

같은 해 개봉했던 영화 ‘동감’에서도 시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보다 비주얼적으로 호평 받았던 ‘동감’이 ‘시월애’에 비해서 더 흥행했다.

‘시월애’는 오히려 해외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영화제와 DVD 등을 통해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그 당시 해외에서의 한국 영화 팬덤을 이끌어냈다.

이 후 2006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레이크 하우스'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됐다. 제작비 4000만달러를 들여서 총 수익 5233만달러를 거뒀다.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주연 배우인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성적이다.

 

■ 올드보이(2003) - <미국> 올드보이(2013)

2003년 11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2003년 청룡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뿐만 아니라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BBC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중 30위를 차지했다.  

이에 10년 만인 2013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개봉했다. 원작 만화가 아니라 영화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했다. 하지만 연출과 내용 모두 혹평 받았다. 제작비 3000만달러인 저예산 영화란 점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원작 올드보이는 IMDB 평점 8.4였지만, 리메이크 올드보이 평점은 겨우 4.6이었다. 로튼 토마토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는 42%에 불과했다.

그래도 평타는 쳤던 ‘시월애’ 리메이크 작품인 ‘레이크 하우스’를 제외하면 한국영화의 해외 리메이크작이 대부분 기대 이하였다. 그 중에서도 ‘올드보이’ 리메이크 버전은 특히 최악으로 기억된다.

 

■ 장화, 홍련(2003) - <미국>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2009)

2003년 6월 개봉한 한국 최고의 공포 영화. 실제로 최종 관람객수 314만6217명으로 한국 공포 영화 중 최다 관람객수를 자랑한다. 이는 한국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미장센에 큰 공을 들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집이 또 하나의 배우'라 할 정도로 배경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는 그 후 개봉한 ‘아파트’, ‘신데렐라’, ‘분홍신’, ‘해부학 교실’ 등의 한국 공포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작품은 2009년 미국에서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란 이름으로 리메이크했다. 원제는 <초대 받지 못한 자(The Uninvited)>. 그러나 한국 영화가 해외로 건너가 원작을 뛰어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또 하나의 사례로 남았다.

그래도 다른 리메이크 작품들처럼 막장까진 아니고, 심리적인 불안함을 잘 표현된 평작이다. 원작과는 배경과 캐릭터, 결말 등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특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체가 여동생이라는 점이 제일 큰 차이다.

 

■ 초능력자(2010) - <일본> 몬스터즈(2014)

2010년 11월 개봉한 강동원, 고수 주연의 한국 영화. 타인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와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대결을 펼친다.

초능력’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로 인해 일반 관객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낯선 장르를 관객이 납득할 정도로 짜임새 있게 연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관객수 216만4805명으로 손익분기점인 170만명을 넘기면서 흥행에는 성공했다.

이는 2014년 일본에서 ‘몬스터즈’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된다. 영화 ‘링’으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맡았다. 원작 ‘초능력자’와는 결말이 다르다.

또한 초능력자에 대한 설정도 차이가 있다. 원작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다리 하나가 없지만, 초능력을 아무리 써도 현기증 정도를 제외하면 몸에 이상이 없다. 그러나 ‘몬스터즈’에서는 초능력을 쓸수록 몸이 썩어간다. 다리의 상처도 능력으로 썩어버린 것이다.

사실 한국 영화의 해외 리메이크작 중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경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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