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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이준익 감독의 그때, 그 작품

[공감신문] 역사(歷史)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인물의 기록을 말한다. 우리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현실을 비추어보고 미래를 내다본다. 또 이전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혜안을 얻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역사적인 소재를 활용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감독이 있다. 바로 영화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준익 감독이다.

영화감독 이준익/ 출처=네이버캐스트

그는 2003년 황산벌을 시작으로 왕의남자, 님은 먼곳에, 사도와 동주를 찍었고, 오는 6월 말에는 박열 개봉까지 앞두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이준익 감독이 걸어온 역사를 소재로 한 대표작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안에 투영하고 싶었던 감독의 심중을 조금이나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이준익 감독의 작업실/ 출처=네이버캐스트

 

■ 조선 최초의 궁중 광대극 ‘왕의남자’
연산의 기구한 사연과 기울어가는 조선의 운명을 광대들에 빗대어 그려낸 왕의남자는, 당시 천만 관객을 기록하며 때 아닌 역사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이다.

김태웅이 희곡을 쓰고 직접 연출까지 한 연극 ‘이 爾’를 원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당시 연기파 배우였던 감우성, 정진영과 신인이었던 이준기가 만나 환상적인 시너지를 냈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연극 ‘이 爾’의 한 장면

영화는 한양에서 연산과 녹수를 풍자하던 놀이판을 벌이며 큰 인기를 누리던 장생의 놀이패가 의금부로 끌려가게 되면서 전개된다.

하지만 공길은 특유의 재치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에 연산은 광대들을 궁으로 불러들이고, 장생의 놀이패들은 시국을 풍자하는 놀이판을 선보이게 된다.

이준기는 왕의남자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다./ 출처=왕의남자 스틸컷

이 같은 연극이 계속될수록 궁궐은 피바다로 변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놓여 있는 공길 에 대한 연산의 사랑과 이를 둘러싼 녹수의 질투가 지켜보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왕의남자에서 연산군은 광기에 물든 미치광이로 묘사된다. 하지만 연산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풍자하는 광대들의 재치는 마치 지금의 시대를 다시 한 번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준다.

연산을 바라보는 녹수/ 출처=왕의남자 스틸컷

 

■ 전쟁 속에도 사랑은 영원히 ‘님은 먼곳에’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영원하다. 2008년에 제작된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는 71년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제작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영화이다.

한때 이준익의 남자라고 불렸던 정진영과 개성 넘치는 연기력으로 충무로에서 주목을 받던 수애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170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만든 작품 '님은 먼곳에'/ 출처= 님은 먼곳에 스틸컷

특히 님은 먼곳에는 대한민국 가수 김추자가 70년대에 발표한 노래로서, 우리 민족의 아픔이었던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담고 있어 그 의미가 특별하다. 이 당시에는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당시의 시대를 나타내는 노래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행방조차 알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한 순이(수애 분)는, 베트남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정만’을 쫓아 써니라는 이름으로 위문공연단의 보컬로 합류한다.

순이의 노래는 전쟁에 지쳐있던 많은 장병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출처=님은 먼곳에 스틸컷

화염과 총성이 가득한 베트남, 그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순이는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그 상처를 치유하는 노래를 전하며 많은 장병들의 마음을 위로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남편을 만나기 위한 순애보를 지닌 순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담은 전쟁, 그 역사 속에서도 가장 소중했던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 그 자체인 것이다.

님은 먼곳에 촬영 장면/ 출처=님은 먼곳에 스틸컷

 

■ 어긋난 부정 ‘사도’
국민배우 송강호와 유아인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큰 이슈를 모았던 사도는, 600백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한국 영화 관객 수 50위에 랭크된다.(2017년 6월 기준)

“권력은 부자 사이에도 나눌 수 없다”는 옛말이 있던가,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도’는 권력과 부정 애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이 결국 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현실을 비춘다.

유아인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 출처=사도 스틸컷

친아버지의 명령으로 27세 때 죽음을 맞이한 세자, 한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영조는 왕이 되고 싶어 했던 인물이었고, 세자는 인간으로서 살다 가고 싶어 했던 인물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자식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 했던 영조의 어긋난 부정 애는 결국 세자를 비극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만연한 잘못된 부정, 모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사랑과 교육도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방법이 달려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긋난 부정을 그려낸 영화 사도/ 출처=사도 스틸컷

 

■ 가장 순수했던 불멸의 영혼 ‘동주’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를 살다간 순수 청년 윤동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싶어 했던 그 여린 마음의 청년이 남긴 시는 지금 우리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 있다.

특히 2016년에 제작된 영화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문학적 순수함을 상업적으로 이용될까 염려해 저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가장 순수했던 불멸의 영혼 윤동주

우리가 학교를 다니며 한번 쯤 들어봤던 동주의 시가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상황과 함께 내레이션으로 겹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또한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친구 송몽규와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윤동주의 모습은 지켜보는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했던 동주/ 출처=동주 스틸컷

불멸의 청년 윤동주의 그 순수하고 뜨거웠던 열정은 이 땅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동주’를 통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람 그 자체를 진실로 사랑하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했던 건 아니었을까.

윤동주의 별 헤는 밤

 

■ 일본을 뒤흔든 독립운동가 ‘박열’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박열’은 1919년 일본으로 건너가 무정부주의 운동에 투신하였으며, 비밀결사 흑도회를 조직한 독립운동가 박열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이다.

수려한 외모와 함께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춘 이제훈이 주연을 맡아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열은, 작년 쇼미더머니5 우승자 비와이가 영화의 OST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 출처=박열 스틸컷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 된다. 이에 일본 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뜨거운 심장을 지니며 끝까지 저항했던 ‘박열’, 어쩌면 이준익 감독은 이 인물을 통해,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청년에게 어떤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짐작해 본다.

독립운동가 박열의 뜨거운 영혼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출처=박열 스틸컷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보면 유독 역사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많다. 이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인물들을 통해, 눈으로 보이는 모든 현상은 변화하고 없어지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은 변하지 않고 순환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어릴 땐 새로움이 사랑인 줄 알았는데 커보니 익숙함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더 큰 사랑임을 깨닫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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