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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공감신문]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를 추정할만한 ‘어떤 것’을 발견한다. 그 ‘어떤 것’을 증거라 한다. 증거란 사실의 존부에 관해 확신을 주기 위한 자료다.

‘어떤 것’은 심증일 수도 있고 물증일 수도 있다. 정황상 증거는 범인을 잡을 수 없다. 지문이나 머리카락, CCTV처럼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범인 검거가 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은 증거 은폐에 사활을 건다. 증거은닉을 위해 목격자를 죽이거나 시신에 전분 가루를 뿌린 범인도 있을 정도이다.

범인이 백날 노력해봤자, 증거는 늘 존재한다.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오늘 공감포스팅은 사건 현장의 증거로 범인을 검거한 사례를 모아봤다.

 

■ 24시간 항시 촬영 중! 초고화질 CCTV, ‘차량 블랙박스’

블랙박스는 차량 내‧외부의 영상과 음성을 저장하는 장치다. 뺑소니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이 블랙박스가 범인 검거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범죄자가 방범용 CCTV 위치와 사각지대를 피하기는 아주 쉽다. 하지만 움직이는 CCTV, 차량 블랙박스는? 피하기 힘들 것이다. 

2012년, 영업이 끝난 빈 상가가 계속해서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영업시간이 끝난 식당을 돌면서 계산대의 돈을 훔쳤다 식당 안 CCTV를 확인했지만, 범인은 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상태였고, 현장에는 지문도 남기지 않았다.

1년 반 동안 총 40차례 일어난 이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던 범인을 검거하게 된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차량 블랙박스였다. 식당 앞 차량 블랙박스를 수사하던 경찰이 범인을 발견했다.

범인은 식당 앞에서 주위를 살피더니 점퍼를 벗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식당의 유리창을 깨기 위해 벽돌을 가져가는 모습, 범행 후 현금을 챙기는 장면까지 블랙박스에 찍혔다.

경찰은 블랙박스 화면 속 남성의 얼굴과 동종범죄 전과자를 대조했고,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으나, 블랙박스의 영상을 보고 범행을 시인했다.

현재 국내에서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은 약 50만대다. 사건 현장에는 CCTV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사건 발생 18년 22일째, 보관된 ‘DNA’로 범인 검거

DNA란 유전자의 본체로 모든 생물의 세포 속에 있는 것이다. 지문, 머리카락, 혈흔, 타액 등을 DNA라고 한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DNA를 사건의 증거로 채택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사건 현장의 모든 DNA가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2016년 DNA로 18년 전 미제사건이 해결된 사례가 있다.

1998년 10월 27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남성이 “집을 보겠다”며 아파트에 찾아가 혼자 있던 34살 여성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열 한 살 난 딸이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 요청을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사건이다.

범인은 피해자 살해 후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10차례에 걸쳐 총 151만원을 인출했다. 돈을 인출하면서 찍힌 사진이 있었으나 이는 너무 희미해 범인을 확실히 알아볼 수 없었다.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발견한 체액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이 AB형인 것을 확인하는 등 2년간 수사를 펼쳤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그 후 2015년, 당시 수사본부에서 막내였던 김응희 경위가 재수사에 착수했다. 정비된 DNA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범행 당시 20대였을 것으로 추정, 출생연도가 1965년부터 1975년 사이인 유사수법 전과자 8000명을 추렸다. 그 중에서 AB형인 이들 125명으로 범위를 좁힌 후, 125명의 얼굴과 신용카드에서 돈을 빼내는 상황에 찍힌 사진을 대조해 범인과 유사한 용의자들을 추려냈다.

혈액형이 같고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들을 추려 잠복 수사를 하던 중, 오 씨가 버린 담배꽁초에서 범인의 것과 일치하는 DNA를 발견했다. 경찰은 18년 22일째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범행 후 결혼도 하고 회사에서 일하면서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있어 많은 사람을 경악케 했다.

현재 경찰은 살인, 강간‧추행, 아동‧청소년 성폭력, 강도, 방화, 약취‧유인, 상습폭력, 마약, 특수절도 등 주요 11개 혐의의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피의자의 DNA를 채취해 영구 보관하고 있다.

 

■ 범인이 날개가 없는 한 발견할 수 있다. 현장 감식의 ‘기초’ 발자국 

모든 사건엔 증거가 남기 마련이다. 특히 발자국이 그렇다. 범인이 걸어 다니기만 한다면 무조건 발자국은 남는다. 발자국은 범죄 수사나 실종자 추적에 중요 단서로 쓰이고 있다. 발자국은 범인이 이동한 방향을 알려주며, 연속하는 발자국을 분석하면 걸음걸이 특성까지 유추할 수 있다.

제주에 한 가정집에 침입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미수 사건의 특성상 현장에는 별다른 증거물이 없었고, 현장에 남겨진 건 범인의 발자국뿐이었다.

경찰은 현장에 남겨진 신발 크기로 발 크기를 짐작해 신장을 추정했다. 그리고 학생이 진술한 인상착의를 토대로 현장 주변에서 대대적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서귀포서의 형사 인력이 총동원된 수사상황반이 꾸려졌고, 12일 만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현재 구축된 발자국 데이터베이스는 4만8320종으로 국내 유통되는 제품의 80% 정도가 등록돼 있다. 경찰은 “발자국이 비록 1대1 증거로는 약하지만, 여죄를 추정하고 입증하는 자료로 중요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 사건 현장의 모기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

사건 현장을 날아다니는 모기가 흡입한 피를 분석해 범인의 DNA를 확보할 수 있다. 모기에서 나온 혈흔 물질로 용의자 검거가 가능하단 얘기다.

2005년, 이탈리아 해안가에서 젊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결정적 증거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던 중 형사는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한 남성의 방 안에서 모기 한 마리를 발견했고 남자가 용의자라는 심증만 있던 경찰이 과학 수사를 의뢰했다.

“그 여성을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던 남자의 방 안 모기 혈액에서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경찰은 남성을 일급 살인 사건으로 구속했다.

2008년, 핀란드에서도 도난당해 버려진 차 안에서 발견된 모기의 피에서 용의자 DNA 확보, 범인을 검거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월 파주의 여관에서 남편이 부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현장에서 모기를 채취해 분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기의 혈흔에는 앞서 투숙했던 남성의 DNA로 확인됐다.

일본 나고야대학 연구팀이 ‘모기가 빨아들인 피에서 흡혈 이틀 후까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의 교수는 “모기를 통해 현장에 있던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게 되면 현장에 남은 모기도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범죄자들이 지문을 잘 남기지 않아 수사가 어려운데, 이같이 새로운 과학수사기법을 이용한다면 범인 검거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보인다.

만약 당신이 미제사건의 범인이라면 오래된 사건이라고, 잊힌 사건이라고 마음 놓지 마시라. 경찰은 범인이 모르는 사이에 아직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과학 수사가 3D로 범인의 얼굴을 재현해내고, 영하 20도 상태에서 보관된 DNA를 재감정하며, 범인의 지문을 재검사하고 있다.

‘180일 초과 장기미제사건’은 총 4만여 건에 달한다. 현재는 각 지방 경찰청마다 미제사건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하고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미제 사건이 0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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