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동경이 사진 /  출처, 연합뉴스=공감신문

[공감신문] 세계에는 수많은 견종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토종개로 인정받은 종은 얼마 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가 알고 있는 토종개는 매체에 많이 등장하는 ‘진돗개·풍산개·삽살개’ 정도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많은 견종이 존재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멸종하거나 교잡되어 사라졌다. 혹은 몸보신에 좋다고 잡아먹혀 멸종위기까지 갔던 종도 있다. 이번 공감포스트는 우리가 잘 모르는 토종개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 꼬리가 없는 개 ‘동경이’

밥테일계의 선두주자 웰시코기

꼬리가 없는 개를 떠올리면 ‘웰시코기’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귀여운 외모에 짧은 다리 그리고 꼬리가 없는 매혹적인 뒤태를 가지고 있는 종이다. 이런 종을 통틀어 ‘밥테일’이라 부른다. 밥테일은 비단 개만 해당하지는 않고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들도 포함된다. 고양이 중에는 ’아메리칸 밥테일‘이라는 꼬리 없는 고양이가 있다.

꼬리가 없는 토종개 '동경이', 사진에 꼬리기 길어보이는 건 털때문이다. / 출처,연합뉴스=공감신문

우리나라 토종개 중에도 꼬리 없는 개가 있다. ‘동경이’라는 종이다. 꼬리가 없거나 아주 짧다. 과거에는 ‘댕견·댕댕이’ 등으로 불렸다. 우리가 몰랐을 뿐 이 종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와 함께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동경잡기(東京雜記)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등 오래된 역사서에 동경이에 대한 설명이 기록돼있다. 경주지역 유물 중에는 꼬리 없는 개 토우가 발견되는 등 동경이가 우리 토종개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동경이가 토종견임을 증명해주는 유물들 /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홈페이지

동경이는 사람과 친화력이 높은 종이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공격성을 잘 보이지 않는다. 온순한 품성을 인정받아 작년에 ‘노약자 정서 안정견’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동경이는 순한 품성을 인정받아 '노약자 정서 안정견'으로 활용 됐다. / 출처, 연합뉴스=공감신문

사실 동경이는 최근까지 토종개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동경이에 대한 관심이 커져 2010년에는 국가로부터 토종개로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아시아지역 견종으로 등록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진돗개와 삽살개에 이어 세 번째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 사냥견으로 이름 높았던 ‘제주개’
제주개는 체구는 작지만 충성심이 높고 날렵해 사냥견으로 쓰였다. 기록에 의하면 한라산에 사는 노루나 오소리 등을 잡았다고 한다. 멸종 직전의 제주개는 1986년 제주축산진흥원에서 복원작업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최초 수컷 1마리, 암컷 2마리로 복원잡업을 시작했다.

복원중인 제주개 / 제주축산진흥원

사실 제주개에 대해서는 몇몇 논란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개를 진돗개의 교잡종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진돗개는 꼬리를 말고 제주개는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체구부터 제주개가 더 작다.

진돗개는 꼬리를 말고 제주개는 꼬리를 세운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제주개의 기원에 관해서도 논란거리가 있다. 가장 신뢰받는 가설은 과거 원 간섭기에 몽골에서 들여온 종이라는 것이다. 제주 말이 몽골에서 들어왔듯 인간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개도 함께 들여와 토착견이 됐다는 설이다.

원 간섭기에 몽골에서 말과 함께 들여왔다는 가설이 신뢰받고 있다.

제주개가 이렇게 된 데는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쳤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전쟁물자로 모피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한반도 내 개가죽을 쓸어갔는데 제주개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6.25전쟁 후 먹을 게 없어서 제주개를 잡아먹었고 뭍에서 온 개들과 교잡화가 진행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제주개의 혈통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논란이야 어떻든 현재 제주개는 복원작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토종개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2016년 복원중인 제주개 사진 / 출처, 연합뉴스=공감신문

 

■ 한국판 울프독 ‘불개’
그 기원이 확실히 전해지지는 않지만 불개는 소백산 늑대와 개의 교잡종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불개의 생김새는 다른 개들과 달리 날렵한 형상을 띠고 있다. 코나 발톱이 다른 개와 달리 붉은빛을 띤다. 보통 늑대의 눈은 개와 달리 노란빛을 띠고 있다. 개는 대체로 검은 눈을 가지고 있다. 늑대와 개를 교배해서 나온 종을 ‘울프독’이라고 부르는데, 울프독의 눈도 노란빛이다. 늑대의 피가 진할수록 눈이 노란빛을 띤다. 몇몇 불개 중에는 노란 빛을 띠는 개체가 보인다.

늑대와 개를 교배하면 울프독이 탄생한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행동도 특이하다. 보통 개들은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데 불개는 몇 년을 키워도 주인을 경계한다. 이는 늑대에게서 나타나는 성향이다. 늑대는 독립성이 강해 어렸을 때부터 키워도 인간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물론 개체별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불개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불개의 생김새 / 출처, '불개와 울프독' 블로그 캡처

불개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긴 모습이 워낙 특이하다보니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일명 ‘약개’라고 불리며 보신탕 재료로 희생됐다. 멸종 직전까지 가게 된 이유가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라니(...) 참 안타깝다. 현재는 불개의 혈통과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몸에 좋다면 일단 먹고 보는 현실(...)로 인해 멸종위기까지 갔던 불개

 

■ 기록만으로 전해지는 토종개들
위의 설명한 종들은 현재 실체가 존재하는 종들이다. 사실 이외에 기록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견종들이 있다. 어떤 종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오수개

오수개 복원 상상도 /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오수개는 고려시대 보한집(補閑集)에서 등장한다. 주인을 구한 충견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에 살던 김개인이란 사람이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갑자기 주변에 불이 붙었다. 주인이 위험에 빠진 걸 알아챈 개가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죽었다는 내용이다. 생김새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없다 단순히 전해지는 이야기뿐이다. 이를 토대로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발바리

요즘에는 소형 애완견을 통칭해 발바리라고 부른다.

과거 언론에서 성폭행 범인을 부르는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원래는 시골에서 흔히 기르던 소형 개를 칭하는 단어였다. 과거에는 견종 보존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고 흔한 종들이라 이미 교잡화 됐다. 최근에는 애완견 중에 시추나 페키니즈 등과 같은 소형견들을 부를 때 사용된다.

■ 포스팅을 마치며
항상 어떤 매체를 보던 토종개하면 진돗개나 삽살개정도만 출연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글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토종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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