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일반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은행들의 신용대출 이자가 연 4~5%대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지독한 불경기로 돈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아 생기는 수년간 이어지는 세계적인 초저금리 현상 때문 일게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저금리 혜택(!)을 보는 경우는 신용이 좋은 1~3등급 가계에만 해당된다. 7~10등급의 낮은 신용등급의 금융 소비자는 지금도 20~34.9% 수준의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대부업의 대출금리 평균은 연리 34.7%, 저축은행은 25.9%, 캐피탈은 21.6% 수준이라고 한다. 사채와 같은 비제도권 대부이자는 이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에 낀 중간정도의 신용을 가진 5~6등급의 일반 서민이 금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국민의 30% 내외가 이러한 중신용자들이다. 이들은 연리 15% 수준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의 고금리대출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저신용자들의 처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중신용자를 위한 연리 10% 전후의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한 탓이다.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에는 소극적이다. 판매 중인 대출상품들도 그 한도가 높지 않으며, 대출거절 비율이 높아 명맥만 유지해온 수준이다.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나 리스크 관리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중금리상품 판매로 겉으로 보여지는 은행대출금리 상승을 걱정하기도 한다. 중금리대출로 인해 부실이 커진 뼈아픈 경험을 한 은행도 있다 보니 정부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중금리대출의 확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중신용자의 신용정보가 불충분한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일부 시장이 왜곡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겠다. 최근 일본 은행들의 중금리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중금리대출의 노하우가 많은 보증업체와 보증계약을 통해 대출의 부실위험과 노하우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안정적인 중금리대출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 은행들의 중금리대출시장 확대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제고뿐 아니라 서민금융의 건전화와 활성화에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솔선하여 중신용자들을 위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더욱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 서민금융기관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문제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과 조화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 서비스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면 정부의 인위적 개입 없이도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 지점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디지털 전자매체로 이루어지므로 상대적인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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