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실리콘밸리에 또 한번 성추문 관련 폭로가 이어졌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 CEO의 사임 이후 한 주만에 터져나온 소식이다. 

미국 CNN 방송은 벤처캐피털 '바이너리캐피털'의 공동 설립자이자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로 명망 높았던 저스틴 칼드벡이 여성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임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 6명이 칼드벡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었다고 폭로했다. 여성들은 칼드벡이 잠재적 투자를 빌미로 "호텔방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하거나 다리를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벽 3시에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칼드벡과 바이너리 측은 당시 해당 보도를 부인했으나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결국 칼드벡은 지난 23일 무기한 휴직 선언과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어떤 방식으로나 어떤 시기로든지 나로 인해 불편함을 느꼈던 여성들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한 층 거세졌다. 사실상 사과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인들의 반발도 뜨거웠다. 기업 인맥 전문 SNS '링크드인(Linkedin)' 창업주 레이드 호프먼은 "(칼드벡의 행동이) 교수가 학생에게,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동"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 대부분은 성평등적이며 협력하는 문화를 구축하고 있지만 벤처캐피털과 기업 사이에서는 이런 문제를 처리할 인사적인 기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바이너리캐피털 이사회는 칼드벡에 사임을 요구했다. 공동창업자 조나선 테오는 "그의 행동이 폭로됐을 때 즉각적인 사임을 주장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면서, "내가 파트너이자 친구를 제대로 인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칼드벡 사임은 트래비스 칼라닉의 사임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트래비스 칼라닉 전 CEO는 파괴적인 기업문화와 기업 내 만연한 성차별 문화 등에 대한 비판으로 CEO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은 실리콘밸리의 성차별적 문화가 놀라운 소식은 아니지만, 그간 비중이 커진 여성들이 자신의 직업 커리어와 개인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는 입을 다물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에는 여성들이 소송을 제기해야만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도 변화를 이끌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실리콘밸리는 지난 20여년간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초기 설립 당시 남성 위주의 문화로 인해 여성에 차별적 문화가 자리잡기도 했다.

최첨단 기술을 주도하며 진보적 성향인 것으로 평가받는 실리콘밸리의 이와 같은 문화는 달라져야만 한다. 업계에 깊게 자리한 여성 차별적 문화가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