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전쟁은 언제나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 전쟁 중에는 국가 전체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기본적인 의·식·주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전에는 먹지 않았던 음식이 주식을 대체하거나, 전쟁 중 편리를 위해 만든 음식들이 민가에 널리 퍼지기도 한다. 현재는 보편화돼 잘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는 전쟁에 영향을 받은 음식들이 여럿 있다. 이번에 공감포스팅팀에서는 전쟁에 영향을 받아 탄생하거나 유명해진 음식들에 대해 준비했다.

 

■ 6.25전쟁의 여파로 탄생한 ‘밀면’

부산과 근교 지역에서는 밀면을 많이 먹는다.

부산과 근교에서 여름 하면 꼭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밀면이다. 밀면은 냉면의 일종이다. 경상도식 냉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맛도 냉면과 비슷하다. 시원하고 매콤달콤 하다. 다만 면의 굵기는 냉면에 비해 두껍고 하얗다. 기자가 부산에서 처음 밀면을 먹었을 때 냉면과 비슷했던 기억이 있다.

밀면은 면발의 주원료를 밀가루로 만들었다.

밀면의 역사는 길지 않다. 6.25전쟁 시기에 탄생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 전부터 냉면은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냉면 면발의 주원료인 메밀을 구하기 힘들게 됐다. 메밀을 대신해 밀가루를 이용해 만들게 되었는데, 이게 바로 ‘밀면’의 시초다.

 

■ 6.25전쟁의 여파로 탄생한 두 번째 음식 ‘족발’

국민 약식 족발. 남녀노소 즐기는 대표 메뉴다.

야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족발과 보쌈 일명 ‘족보’. 그중에서 족발은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음식 중 하나다. 야들야들하면서 담백하다. 콜라겐 함유량도 많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피부미용에 좋다고 인기가 많다. 그냥 족발도 맛있지만, 냉채족발·불족발 등 입맛 취향에 따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다.

현재 족발은 6.25전쟁 피난민인 이경순 할머니가 오향장육과 고향의 요리를 응용해 만들었다.

독일의 ‘슈바인학센’, 스페인의 ‘하몬’ 등 돼지다리 요리는 세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요리다. 다만 족발은 역사가 긴 음식은 아니다. 물론 돼지다리를 먹었다는 역사적인 기록은 있지만, 현재의 족발은 밀면과 마찬가지로 6.25전쟁의 영향으로 탄생한 음식이다. 현재 족발은 북에서 피난 온 이경순 할머니가 장충동에서 오향장육과 고향에서 먹던 돼지 다리 요리를 응용해 만든 음식이 시초가 됐다.

 

■ 전쟁 중 콜라를 대체하기 위해 독일에서 탄생한 ‘환타’

아직까지 코카콜라는 청량음료계의 대표주자다.

 1885년 개발된 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 돼 있는 탄산음료다. 이 코카콜라를 대체하기 위해 독일에서 개발한 게 바로 ‘환타’다. 사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전 미국 다음으로 코카콜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그래서 독일 내 코카콜라 공장이 많았다.

환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코카콜라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1941년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연합군으로 참전하고부터 콜라를 마실 수 없게 됐다. 콜라를 생산하려면 콜라원액이 필요한데, 독일은 콜라원액 제조법을 알 수가 없었다. 당시 코카콜라 독일 지사장이던 ‘막스 카이트’(Max Keith)는 콜라원액을 공급받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콜라를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음료수를 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사진은 50년대 환타 광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음료수가 ‘환타’다. 최초의 환타는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유제품을 만들고 난 찌꺼기인 유장(乳漿)과 사과술을 빚고 남은 찌꺼기 그리고 탄산가스를 넣어서 만들었다. 독일인들의 사랑을 받던 환타는 1960년에 코카콜라에 인수 당했다.

 

■ 두 가지 가설을 가지고 있는 ‘라면’의 유래
인스턴트 음식의 대명사 ‘라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동북아시아에서 공통된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음식이다. 이제는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스턴트 음식이 됐다. 라면의 유래에는 두 가지 가설이 존재 한다.

동북아시아 공통 인기 음식 라면

첫 번째는 중국유래설이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이 전투식량 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건면(乾麵)의 일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과 1870년대 일본으로 들어온 중국인들이 팔기 시작한 음식이 라면의 시초라는 설이다. 실제로 라면은 한자로 ‘납면(拉麵)’라고 쓰고 발음으로 ‘라미엔’이라고 부른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의 건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는 인스턴트 라면의 시초는 일본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스턴트 라면은 ‘안도 모모후쿠’가 당시 남아돌던 밀가루와 튀김요리에 영감을 받아 인스턴트 라면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닛신 치킨라멘’이라 한다.

안도 모모후쿠가 개발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사진은 닛신 치킨라멘

어디서 유래됐든 일본이 중국 라면에 영향을 받았고, 우리가 일본의 라면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현재는 각국의 라면의 형태가 다른 음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르니, 유래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전투식량 보존을 위해 개발된 ‘병조림’
현대에는 금속제 깡통에 음식물을 넣는 통조림의 형태가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참치나 연어, 골뱅이, 햄 등의 식품이 통조림 형태로 판매된다. 금속제 통조림 전에는 유리병 안에 음식을 넣고 코르크 마개로 봉합한 ‘병조림’이 주를 이뤘다.

병조림은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의 전유물이다.

병조림은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진 전유물이다. 당대에는 음식물을 보존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투식량을 운송하거나 병사들에게 신선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이기가 매우 힘들었다.

병조림 방법을 널리 알린 '니콜라 아페르'

1804년 프랑스에서는 음식물을 오래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공모를 내걸었다. 이때 ‘아페르’란 사람이 유리병 속에 음식물을 넣은 채 가열하고 코르크 마개로 밀봉하는 병조림 방법을 소개했다. 이러한 통조림 제조법을 ‘아페르 법’이라고 한다.

요즘에도 병에 절임음식을 해먹는 집도 있다.

아페르의 병조림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승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언제나 깨끗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돼 병사들의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또한, 미리 조리돼 있어 기타 취사도구나 재료 등의 보급 부담도 줄어, 부대가 움직이는 데 부담이 줄었다.

 

■ 포스팅을 마치며
평소에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의 유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먹는 독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에 담긴 유래나 숨은 뜻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거라 생각한다. 짧은 글이지만 독자들에게 도움 되는 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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