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지난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이른바 ‘민생살리기 4대개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4대개혁(공공, 노동, 교육, 금융)은 우선순위도 내용도 틀려서 민생경제 대책이 될 수 없고, 주거개혁, 중소기업개혁, 갑을개혁, 노동개혁이 진짜 4대 개혁이라는 취지였다.
  ‘을의 눈문’을 닦아주기 위해 을의 힘을 강화하고, 을의 이익을 찾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 것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의 집단교섭권 강화하고, 대·중소기업상생을 위한 교섭권을 제도화하며, 성과공유제와 초과이익공유제를 확산해가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항들은 사실 동반성장위원회 등을 통해 대부분 추진되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통해 비교적 강력히 규제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하도급 거래에서의 납품단가문제에 법이 직접 개입하여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현행 하도급법에서는 동일한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과 형벌의 함께 물릴 수 있고 또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는 등 을에 대한 갑의 우월적지위의 남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어내기 판매강요 행위, 고가인테리어 강요 행위, 납품단가 후려치기, 추가공사비 미정산 행위, 부당반품 행위, 기술 편·탈취 행위 등을 대표적인 갑질로 제시하고 이들의 뿌리를 뽑겠다고도 했다.
  이 또한, 우월적 지위남용 행위들에 대해 이미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에서 강력히 규제되고 있다. 특히 기술탈취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배상까지 가능토록 제도가 시행되었다. 예컨대 대리점업계의 밀어내기 판매 강요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1항 제4호의 ‘거래상 지위남용’(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규정에 의해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가맹점업계의 고가 인테리어 강요행위 역시 ‘가맹사업법’에 관련 규제 규정이 있으며, 이는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가맹점 보호조항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 그리고 공정거래법의 관련 규정을 통해 대표적인 ‘갑질’ 문제를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경제의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공정한 갑을관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약자보호에 초점을 맞춘 제도만 강화해가면 불공정한 갑을관계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치유될 수 있을까?
  회견에서 강조된 갑을개혁은 ‘을의 눈문’을 줄여주는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 보다 현실적인 해법은 갑과 을의 상호이익을 위한 협력기반을 쌓아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갑을관계로 표현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의 수평적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상생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선행과제일 것이며, 규제의 강화보다 기존 제도의 효과적인 운용이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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