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게임 속에는 주인공을 비롯해 주인공을 돕는 친구, 또는 라이벌 등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몰입해,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한다. 우리는 때로 그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웃거나 울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을 NPC라고도 표현한다. [스카이림 게임 장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니 말이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주인공 자체가 돼 보기도 하고, 조연 캐릭터들과 감정을 교류할 수도 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0과 1’로 이뤄진 가상의 인물들에게 때로는 전우애를, 때로는 우정을 느끼곤 한다.

너도 한방, 나도 한방,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의 법칙은 게임 캐릭터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죽창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하지만 죽음은 어찌나 공평한지, 많은 게임 속 캐릭터들도 죽음을 피하지는 못한다.

게임 속 캐릭터들의 죽음 중에는 플레이어를 충격에 빠지게 만들거나,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게임이나 몰입감이 뛰어난 게임 속의 캐릭터가 죽는다면, 우리는 충격이나 슬픔을 넘어 상당한 상실감까지 느끼기도 한다.

X버튼을 눌러 '조이'를 표하십시오. [콜오브듀티 : 어드밴스드 워페어 게임 장면]

이번 공감포스트는, ‘겜알못’ 기자가 해본 게임 속 캐릭터의 안타까운 죽음을 몇 사례 꼽아봤다.

물론 소재 특성상 아주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니 주의하자. 또한, ‘게임 오버’시의 죽음이나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작중 죽음을 면할 수도 있는 경우는 선정에서 제외했다.

 

■ 안타까움의 눈물… ‘인기 캐릭터의 죽음’형

게임 개발자들은 종종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를 죽이기도 한다. 왜 그런 짓을 할까?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게임 속의 적에게 더 분노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분도 언젠가 죽을까? 별명이 '그린 지쟈쓰'인데? 부활하려나? [와우 게임 장면]

반면에 플레이어 입장에서 이런 유형의 죽음은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게임을 진행하며 나름의 애착이 생겨났는데 극적인 전개를 위해 죽어버린다면, 게임에 등장하는 적 뿐만 아니라 그런 스토리를 만든 개발자들에게 분노하게 될지 모른다.

 

존 ‘소프’ 맥태비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

시리즈로 제작된 게임 중에는 전작의 주인공(플레이어)이 후속작에서 재등장해 죽는 경우도 있다. FPS 게임 ‘콜 오브 듀티’의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시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그의 죽음.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게임 장면]

물론 시리즈 자체의 주제이자 배경이 ‘전쟁’이긴 하지만, 인기작품 ‘모던워페어’의 1편과 2편에서 주인공으로 맹활약을 펼치던 캐릭터를 최종작인 3편에서 죽이는 처사는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뭐라구~? 비누라서 잘 안들리는데~?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게임 장면]

1편과 2편에서 플레이어로 등장한 주인공 ‘소프’는 그간의 인기에 비해 다소 맥빠지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았다. 이 죽음은 나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기에, 충격을 받은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모아놓은 유튜브 영상까지 나오기도 했다.

 

바리안 린 국왕 (WOW)

진영 간의 대결구도를 묘사한 MMORPG에서는 플레이어들이 각 진영의 수장을 ‘최애’ 캐릭터로 꼽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군단' 확장팩 오프닝 트레일러부터 사망떡밥을 솔솔 뿌리던 바리안 린. [와우 게임 장면]

WOW의 양 진영 중 호드 측 플레이어들은 과거부터 오랜 기간 ‘대족장’을 맡은 오크 스랄을 ‘형님’이라 부른다. 얼라이언스측에는 이렇다 할 상징적 인물이 없었는데, 어느 날 홀연히 스톰윈드 왕국의 실종된 왕, ‘바리안 린’이 등장하고 개발사로부터 상당한 푸쉬를 받아 인기를 끌었다.

바리안 린 국왕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로 플레이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런 인기는 호드 측 ‘대족장’의 자리가 ‘가로쉬’에게 넘어가면서 더 심해졌다. 가로쉬가 과격한 무개념 행보를 보일수록 바리안 국왕은 왕 다운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힘이 곧 통솔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알겠다.

통솔이란 조금씩 주고받는 것이며, 사람을 단결시키는 것이야.

잔가지도 한데 묶으면 쉽게 부러지지 않거든. 

-바리안 린-

 

하지만 그런 그의 통치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서로 대립하던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손을 잡아야 할 만큼 강력한 적이 등장하면서 그를 ‘폭사’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바리안 린 국왕의 게임 속 장례식. [와우 게임 장면]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그의 죽음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기자는 비록 골수 호드 종자지만, 명예를 알고 관용을 베풀 줄 알았던 그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다.

 

■ 새하얗게 불태웠어… ‘장렬히 산화’형

게임 속 캐릭터 중에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까지 사투를 벌이는 사례도 있다. 그들은 눈물겹도록 고군분투한 이후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를 감동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붇고 난 뒤 탈진하듯 죽어버리는 캐릭터도 있다. 하루살이처럼.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위해 결의를 다지고, 온 몸을 내던지는 모습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장작개비 같다. 그리고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캐릭터들은 모든 것을 새하얗게 불태운 채 승화한다. 슬프고 비장하게.

 

리 에버렛 (워킹데드)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캐릭터는 ‘워킹데드’의 시즌1 주인공, 리 에버렛이다. 기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시큰해질 정도로 그의 사투를 감명 깊게 지켜봤다.

다소 험상궂은 인상이지만, 클레멘타인에게만은 따뜻한 남자 리. [워킹데드 게임 장면]

리는 좀비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 혈육도 아닌 여자아이 ‘클레멘타인’을 딸처럼 보살피면서 그녀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으로 클레멘타인이 납치당하고, 거기에 좀비에게 물리기까지 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리는 클레멘타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좀비화를 무릅쓰고 마지막 힘을 짜내고, 좀비 무리로 뛰어든다.

리: 날 쏘고 가라. [워킹데드 게임 장면]

리가 그녀를 찾아낸 이후, 좀비에게 물린 상처로 인해 그는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리는 혹시 자신이 좀비가 돼 버린 후 클레멘타인을 해칠까봐 자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리와 클레멘타인 두 사람의 절절한 작별인사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눈물을 훔쳤다.

 

그롬 헬스크림 (워크래프트3)

리의 죽음과는 다르게, 자신이 벌인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캐릭터도 많다. 이런 식의 죽음은 작중 묘사되는 그들의 ‘민폐’ 행보를 조금이나마 용서할 수 있게, 정당화할 수 있게 만든다. 워크래프트3에 등장한 ‘그롬 헬스크림’의 죽음이 그렇듯 말이다.

그롬 와쪄염 뿌우-! [웹사이트 캡쳐]

그롬은 오크들이 타락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캐릭터다. 호전적이면서 명예와 강한 힘을 중시했던 그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유혹에 악마의 피를 마신 첫 번째 오크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오크들은 악마의 지배를 벗어났지만 그롬은 모종의 사건으로 재차 악마의 타락을 받아들인다. 이후 스랄의 도움으로 타락에서 정화된 그는 계속되는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 악마 ‘만노로스’와 결전을 벌인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날리면서 장렬히 산화한다.

악마의 피를 안 마시면 공주로 사로잡힌다는, 다른 방식의 민폐를 끼치는 그롬. [와우 게임 장면]

워크래프트3의 오크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다보면 그롬의 대책 없는 행보에 기가 막힐 때도 있다. 하지만 숱한 민폐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지배를 끝낸 그는 오크 종족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됐다.

 

■ 빨리 가, 어서!… ‘희생’형

‘영웅’의 미덕을 얘기할 때는 ‘희생’이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게임에는 영웅적 면모를 지닌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므로, 게임 속 캐릭터의 죽음 중에는 이 ‘희생’형의 죽음이 상당히 자주 등장한다.

 

빌 (레프트4데드)

좀비 FPS게임 레프트4데드에는 개성 넘치는 4명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애초에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동하길 권장하는 게임인 만큼, 이 4명의 케미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레프트4데드의 '간지 할배' 빌 옹.

그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인 빌은 퉁명스러우면서도 동료들을 상당히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마지막 미션에서는 발전기 가동이 멈춰 일행이 고립되자 “너희들은 내게 전부나 다름 없어!”라며 좀비가 득실거리는 곳으로 향해 발전기를 재가동시킨다.

그 친근했던 노인네의 희생정신은 플레이어들을 숙연해지게 만든다. [유튜브 캡쳐]

결국 나머지 세 캐릭터들은 그의 희생으로 인해 탈출할 수 있었다. 후속작 레프트4데드2에서는 그의 안타까운 최후를 지켜볼 수 있다.

 

베스미어 (더 위쳐3)

늑대 교단 위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로, 노화가 극도로 느려지는 위쳐들의 특성상 2~300살은 됐다고 알려져 있다.

잔소리는 많지만 선생님, 때로는 아버지같은 존재, 베스미어. [위쳐 게임 장면]

게임 속 세계관에는 ‘침대에서 늙어 죽는 위쳐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위쳐들이 그만큼 위험한 일을 하며 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00년을 살아왔다는 것은 그의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방증이다.

주인공 ‘게롤트’의 스승 격 인물인 그는 시리즈 첫 편에서 짤막하게 나온 후 위쳐3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베스미어는 주인공도 아니지만 상당히 정이 가는 캐릭터다. [위쳐 게임 장면]

특수한 능력을 지닌 ‘시리’를 손녀처럼 여기던 베스미어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적에게 인질로 사로잡힌다. 역시 베스미어를 할아버지처럼 따르던 시리는 붙잡힌 베스미어를 위해 적의 요구에 응하려 했으나, 그럴 경우 시리는 물론이고 세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베스미어는 시리를 위해 저항하고, 그 과정에서 목이 부러져 죽는다. 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시리는 결국 분노가 폭발해버리고, 적들을 퇴각시키기에 이른다.

 

■ 그 외 다양한 형태로 죽는 캐릭터들

게임 속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고조시키거나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죽어나간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이런 죽음은 동료를 위한 희생, 또는 비장한 각오로 장렬히 산화하는 식의 묘사가 많다.

'애국자'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그녀, 더 보스. [메탈기어 솔리드3 게임 장면]

특히 ‘메탈기어 솔리드3’에 등장하는 ‘더 보스’는,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온갖 종류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제자(주인공)에게 죽는다는 깊은 이야기를 지녔다.

굳이 죽을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허무하게 간 조니. [GTA5 게임 장면]

그런데, 플레이어 입장에서 다소 어처구니없이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다. 특히 GTA4의 DLC ‘로스트 앤 댐드’의 주인공 죠니는 GTA5에서도 등장하는데, 거의 등장과 동시에 죽어버려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편 명작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인트로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죽은 캐릭터가 있다. 바로 주인공 ‘조엘’의 딸 ‘사라’다. 사라의 죽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했고, 그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조엘의 모습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눈물을 지었다.

많은 게이머들, 특히 딸을 둔 아빠들을 울린 슬픈 장면.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장면]

이밖에도 현실 속 우리들이 모두 영웅적인 것은 아닌 만큼, 게임 속에서도 다소 현실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사실 게임 속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많은 이들이 이런 식으로 죽게 될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 R.I.P, 우리의 ‘최애캐’들

앞서도 언급했듯 기자가 해본 게임 외에도 다른 여러 게임 속에도 숱한 캐릭터들이 죽어나간다. 하지만 기자는 게임 전문 리뷰어가 아닌 일개 게이머 중 하나일 뿐이다.

주인공이 죽는 게임은 더 이상은 naver! [레드 데드 리뎀션 게임 장면]

여러분이 그렇듯, 기자 역시 취향에 맞지 않는 게임은 좀처럼 손이 가질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해본 게임의 폭이 좁다고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 포스트에 소개된 죽음이 무언가를 대표하거나 순위로 매겨질 수 없음은 기자도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이 겪어본 게임 속 캐릭터의 죽음 중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소개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기자와, 다른 독자들과 함께 이들을 추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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