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균등의 공정사회를 꿈꾸며

▲ 오신환 국회의원
(새누리당, 서울 관악을)

  미유와구 이산신교(未有窪溝 而産神蛟)라는 말이 있다. 커다란 웅덩이에 있지 않았는데도 신령스러운 교룡(蛟龍)이 생겼다는 표현으로 이른바 ‘개천에서 용난다’의 또 다른 말이다.
  사법시험을 대체하겠다고 태어난 로스쿨이 대학교육을 받은 자들에게만 그 문을 열어놓고 천문학적인 학비를 요구하면서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은 나지 않을 거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난한 고졸학생으로서 사법고시를 합격해 한 나라의 수장이 된 고 노무현 대통령 같은 미담도 이젠 옛일이라고도 한다.
  현재 ‘사법시험 존치’ 이슈가 뜨겁다. 2017년 예정된 사법시험의 폐지를 앞두고 로스쿨제도가 오히려 사법시험제도 보다 못한 법조인양성제도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변호사시험에 합격도 하기 전에 대기업과 대형 로펌 등에 입도선매 되었다가 시험 탈락 후 채용이 번복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것이 2015년 대한민국 법조계의 서글픈 현주소이다.
  영원불변의 제도라는 것은 없다. 과거에는 고시낭인과 법학교육의 훼손이라는 문제 때문에 사법고시를 폐지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로스쿨의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법고시의 장점과 로스쿨의 비교우위의 특징을 가지고 두 제도가 병행존치 된다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더욱 우수한 법조인력 양성은 물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기국회 기간에 사법고시 존치와 관련하여 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해 사시와 로스쿨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80%가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고 있고 그간 국회와 학계, 법조계에서도 수십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청회 개최 결정은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법제사법위원회내에 사법고시와 로스쿨의 병행존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향적으로 공청회를 수용했다는 점은 유의미한 결실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사시존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골든타임인 만큼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법조인 양성체계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이 사시존치를 전제로 논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비극은 하나의 방식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로스쿨만이 진리이라는 편견을 벗어버려야 한다. 사시와 로스쿨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유지되면 그만큼 법조인을 희망하는 국민의 선택은 다양해지고 두 제도는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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