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사람들이 갈수록 활자를 멀리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독서율이 얼마만큼 떨어졌다’던가, ‘서점 매출이 얼마만큼 떨어졌다’던가 하는 소식들이 줄기차게 들려왔다.

한 때는 책 좀 깨나 읽었던 기자는 어느 샌가 의식하지 않으면 책을 집어들지도 않게 됐다. 그리고 요즘은 ‘성인 평균 한 달 독서량이 몇 권’이니 하는 말을 듣고도 ‘뜨끔’하는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방송 캡쳐]

과거에는 책을 좀 읽자는 TV프로그램도 나올 만큼 독서를 강조했고, 책이 곧 지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손만 몇 번 똑딱거리면 궁금한 정보의 대부분은 알아볼 수 있고, 심지어 옛날 옛적 읽어본 재미난 이야기도 영상 등을 통해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니까.

어찌 보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당연한 변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손 안에 지식의 보고를 들고 다니는데, 그런 사람들이 굳이 종이를 팔락 팔락 넘겨가며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요즘 사람들은 책을 참 안 읽는다. 제일 최근에 읽었던 책 제목이 뭐였는지도 기억을 못 하는 이들이 많다. 참고로 기자가 마지막으로 책을 덮어본 지는 한 달도 지난 것 같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기자는 이것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책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그리고 빨리 사라져버릴 줄은 미처 몰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앞서도 설명했지만 요즘 스마트폰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충분한 배터리)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심심할 틈이 없다.

만약 여러분이 퇴근길 재미난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웹툰 어플을 켜면 된다. 주말 저녁, 남들의 가슴 절절한 연애담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다면? 영화 스트리밍 앱으로 로맨스 카테고리를 뒤적이면 된다.

뿐만 아니라 모르는 단어도 스마트폰에 있는 사전 앱을 활용하면 된다-아니다. 사전 앱까지 켤 필요도 없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으니까.

최근의 우리는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며,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 그런데 흰색 종이에 검은색 글씨가 쓰인 걸 보고 있으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겠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으로 빗대보자, 삼시세끼를 피자나 치킨, 맵고 짠 찌개만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닝닝한 죽을 먹는다면? 앗, 이게 그리 적절한 예는 아닌 것 같다고? 죄송하다. 기자도 책을 더욱 많이 읽어야겠다.

책만 펼쳐들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는 이들도 많다. 그들은 책을 읽을 때 눈앞에 생생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으니까,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해할 수 있다. 일리도 있는 말이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우리가 언젠가 상상하는 힘을 잃게 될까봐.

책, 특히 소설 등 문학 작품은 원래 장면을 상상하며 읽는 건데, 그 상상이 구체적이지 않으니까 우리가 자꾸만 시각적인 정보에 기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생각해보면 독서와 공상을 좋아했던 십몇 년 전 기자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모르겠다.

 

■ 책을 강권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은 집에 가서 책 한권을 꼭 읽겠어!’라고 다짐하는 것도 그리 좋은 마음가짐일지 모르겠다. 그건 마치, ‘오늘은 집에 가서 꼭 설거지를 해 놓겠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기가 의무감이어선 안 될 터다. 특히 그 책이 문학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편 부모 세대들은 종종 ‘요즘 애들은 책을 안 읽는다’며, ‘전자오락’만 한다며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녀에게 책 선물도 해봤지만 도통 들여다보는 꼴을 못 봤다는 얘기도 하실 수 있겠다.

그런데,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 여러분이 안 읽으면, 그 애들도 안 읽는다. 아이들을 붙잡고 ‘책 좀 읽어라’고 하기 전에 부모님이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들 역시 알아서 책을 펼쳐 들 것이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때 책장을 펼쳐들면 된다. 그러다 영영 책 한권 못 읽을 것 같다고? 만약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의무감으로 책을 읽으려 하기보다 아래 소개할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 어색한 친구, 책과 친해지는 방법

책을 읽으려 시도는 하지만, 좀처럼 사 모으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추천해주거나 인기 많은 책을 고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아니 활자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 책 재밌어요’라는 권장이 무의미하게 들릴 수밖에 없겠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뗀 후 뭔가를 열중해 읽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럼, 책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물론 가장 첫 번째 우선순위는 각자의 ‘취향’이 되겠다. 관심 있는 분야, 혹은 좋아하는 문학 장르의 책부터 읽어야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에도 손이 갈 테니 말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과는 도저히 안 맞는 것 같다면, 우선은 어린이용 동화책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딱딱한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그림이 그려진, 한 페이지에 네다섯 문장밖에 없는 그런 동화책 말고, 초등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을 위한 청소년 동화책 말이다.

창피할 것 없다. 만약 동화책을 읽고 감동을 받는다면, 그건 여러분이 그만큼 순수하고 동심이 남아있다는 뜻일 테니까. 그리고 동화책은 생각보다 재밌다!

동화책이 조금 쑥스럽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겠다. 음… 영화화된 원작 소설은 어떨까? 원래 대부분 사람들은 소설 원작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영화화된 작품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것을 역행해보자는 것이다.

[영화 헝거게임 속 장면]

지나치게 영상매체에 익숙해졌다면, 텍스트를 읽고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상상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면, 이를 역행하는 식으로 상상하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다. 소설로 읽으면서,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방법은 상상하는 ‘훈련’이 될 뿐, 상상력을 길러주지는 못할 테니 유념해두자. 영화 속의 장면들을 연상한다는 것이 상상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밖에도 한 번 읽었던 책을 ‘되새김질’ 하듯 다시 읽어보는 것도 활자와 친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새롭고 낯선 문장보다 언젠가 읽어본 문장을 읽는 것이 더 쉽게 읽힐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지난주에 읽었던 책을 또 읽어보는 것은 지루할 테니, 읽은 지 조금 시간이 지난 책을 꺼내드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되겠다.

 

■ 한때 책과 절친했던 분들에게

이번 공감포스트는 우리가 왜 책을 읽지 않게 됐는지에 대한 기자의 짤막한 고민, 그리고 그것이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에 대한 걱정 등을 담아본 것이다.

또한 기자가 여러분에게 ‘이래보자, 저래볼까?’하고 추천할 만큼 ‘다독왕(多讀王)’인 것도 아니니, 책을 읽자고 포스트를 마무리하는 것도 조금 민망하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들, 이를테면 취업이라던가, 승진, 연애 등이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문에 오늘 포스트를 통해 하려는 얘기는 ‘책 좀 읽읍시다’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을 책 외의 여러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를 접하게 될 여러분들 중 책을 읽고는 싶으나, 그러기엔 책과 사이가 너무 틀어져버린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기자가 소개한 방법들이 책과 다시 가까워지는 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기자도 과거에 비하면 책과 사이가 그리 가깝지 않은 편이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며 그들을 마주하지 않을 만한 여러 핑계가 생기고, 이제는 조금 어색한 사이가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한때 책을 통해 온갖 체험을 해보고, 아무런 공상에든 젖어있을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립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책장에 다가가 다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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