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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나와 당신의 몸에 대하여
  • 지해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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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니스트=몇 년 전 내 사진들을 보다보면 새삼 놀랄 때가 있다. 아마 약 6년 전쯤 사진들이 특히 그러한데, 지금과 너무 달라서다. 물론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내 외모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지금은 그 전인 20대 초반의 얼굴과 비슷하다.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냥 인상만 그 때와 비슷하다. 작년 여름, 아는 배우 오빠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당시 그 오빠는 드라마 촬영 중에 있었는데, 우리 동네인 이태원에서 그날 오후에 촬영이 있더라는 것. 그 드라마에 얼굴을 아는 배우들도 몇몇 있으니 시간 괜찮으면 와서 얼굴이나 보고 구경 오라는 거였다.

그래서 낮에 촬영장에 들러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는... 곧 촬영이 시작되기에,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굉장히 낯이 익은 옆모습의 여인이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때 촬영은 (대낮에 찍었지만)클럽 씬이었다. 주조연 배우들 외에도 몇 십 명의 보조출연자들이 있었는데, 나는 거기서 아주 가깝지 않았지만, 그 옆모습! 그 여자가 내가 아는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괜히 놀러온 내가, 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기에- 최대한 몸을 숙이고 까치발로 걸어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그녀에게 손을 뻗어- 혹시..? 하고 물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냐고! 그녀는 날 보더니 ‘어머-’하며 주저 앉았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2살? 아니면 13살? 이후로 그녀를 처음 만나는 거였다. 우리는 17년 만에 상봉 했고-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7살 때부터 13살 때까지, 나에게 엄마 같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음속에 그러하다. = 구스타브 클림트<엄마와 아기>중에서

촬영장 분장팀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맡고 있는 그녀는 예전에 우리 아빠와 함께 일하던 언니였다. 내 첫 생일 파티도 언니가 준비해줬던 거고, 우리 할머니는 이후에도 계속 언니의 소식을 궁금해하셨었다. 나도 언니의 가족들을 알고 있었다. 언니에겐 예쁜 조카도 있었는데, 나보다 몇 살 동생인 그 아이와 같이 놀러간 적도 많았었다. 우린 옛날 이야기를 하다 그만- 울어버렸고, 나는 일 중인 그녀를 방해할 수 없어 연락처만 받고 나왔었다.

17년 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던 걸까. 나도 나지만, 나는 그녀가 더 나이가 들었더래도 알아볼 수 있었을 것만 같다. 당시에는 내 나이였던- 그런데 이제는 50이 넘은 그녀가 아무리 60, 70이 되더라도 지금의 그녀와 같이 산다면 아마 난 그녀를 알아볼 거다.

내가 알던 17년 전 그녀는 그때에도 잘 나가는 코디네이터였다. (당시에는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이렇게 세분화로 나뉘어지지 않았었다. 예전 드라마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생각하시면 쉬울 듯) 나는 그녀가 왜 지금도 현장을 뛰는 지 물었다. 몇 년 전 그녀는 매우 아팠었고 이후 일을 쉬다가 다시 현장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 그랬다. 내가 항상 봐오던 언니가, 거기에 있었다.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느라 얼굴에 홍조가 발그레한, 색감과 패턴 있는 옷을 좋아하던 야무진 손을 가진 언니!

나도 그녀처럼 몇 년 전에 아팠던 적이 있었다. 내가 위에서 말했던 6년 전 즈음이었다. 물론 갑자기가 아니라 쌓이고 쌓였던 거겠지. 당시 나는 쓰러져서 119에 실려 갔었다. 그 때의 사진을 보면 지금의 내가 아니다. 사진을 본 사람들 중엔, 저 때보다 살이 더 많이 빠진거냐- 혹은 성형이나 시술을 했냐고 묻는다. 아니다. 살도 2-3kg밖에 빠지지 않았다. 다만 저 때의 나는- 잘 못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잘 못 산다는 것은, 잘못되게 산다거나 혹은 경제적으로 궁핍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말 잘 ‘못 산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살았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방법들이었다. 그걸 알게 된 건 이후에 건강을 근본적으로 낫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한의원을 찾았을 때였다. 한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사상체질이 아닌 8체질 이야기를 하며, 나에게 맞는 섭생을 하라고 일러주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바꿔야했다. 하지만 20대 중반 나이에 너무 아팠던 나는, 살기 위해서 그가 시키는 대로 실천해보았다. 그리고 나서 몸도, 외모도, 성격도 달라졌다.

지금은 그 방법 그대로 살지는 않는다. 그렇게 안한 지 꽤 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항상 스스로가 인지하며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잘 안다.

예전 서양권에서는 우리의 영혼과 신체가 따로 존재한다고 여기곤 했다.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은 분리가 되어 있다고 여기며, 마음은 능동적이고 몸은 수동적이라고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반면 동양권에서는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일원적인 사고를 갖는다. 그래서 일까? 한의학에서는 오행에 대해 설명하며 나에게 거기에 적합한 운동을 권하고 거기에 맞는 ‘맛’을 제시하였었다. 나는 스스로도 내 몸에 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불은 몸의 오장육부 중엔 심장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걸 식혀주기 위해서 나는 ‘수’기운이 많은 것들을 먹고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수영을 좋아했었는데, 당시 좀 자주 갔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pixabay

놀랍게도 나의 화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위로 솟구치던 불필요한 화들이 점점 내려가게 된 것이다. 그러니 얼굴도 달라지더라. 잔뜩 솟아있던 광대뼈가 내려가게 되고... 턱은 좀 짧아지고 자주 웃다보니 콧구멍이 좀 커진 건 좀 불만이다. 어쨌든- 그렇게 변화한 것이다!

몸이 그렇게 되니- 이젠 정신으로 몸을 돌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신체를 통해서 정신을 돌보기에 난 너무 게으르고 나약했으니까.

그래서 명상이라던지 좋아하는 음악 듣기, 그리고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맘껏 하기! 같은 것으로 에너지를 유지했다. 아니 그냥 솔직히- 하고 싶어서 한거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할수록, 몸도 유쾌해하는 것 같았다. 어느 여배우에게 동안의 비결을 묻자, ‘젊게 사는 것’이라 하더라. 이건 진짜다. 그리고 최근 1-2년 진짜 그렇게 살고 있는 나는 요즘 어린 시절의 내 얼굴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혹은 우리 아빠 어린 시절 얼굴...

필자 어린 시절

어쨌든 17년 만에 날 알아본 그녀 역시, 어린 시절의 꿈 많던 나를 다시 알아본 게 아닐까? 난 지금도 무지 꿈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때와 지금 내가 먹는 것들, 만나는 사람, 좋아하는 것, 생활 패턴, 음주 여부...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지만 내가 꿈이 많다는 것과 늘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흥 많고 창조적인 일들을 좋아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 정신이 나를 다시 그 때로 조각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당신의 모습은 어떤 시절과 닮아 있나. 그리고 그게 마음에 드는 시점인지- 사실 나는 지금 베스트는 아닌 것 같다. 가장 예뻤을 때는 뭐니뭐니해도 사랑을 했을 때가 아니었을는지.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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