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여기, 아마도 감독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연기해낸 배우들이 있다.

물론 관객들의 뇌리 속에 인상 깊었던 것도 물론이다. 그들의 인생 연기, 혹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 <마더>(2009), 김혜자

‘국민 어머니’였던 김혜자는 어디에 갔나. 우리가 생각하던 마더는 없고 새로운 마더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2009년 작품이었던 <마더>에서 김혜자는 충격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가 대단한 연기파 배우인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젊은 시절에 한국 영화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다양하지 않았고, 중년 여배우가 지금에 와서 맡을 수 있는 캐릭터들은 한정적인 편이다. 

그녀는 <마더>를 통해 중년 여배우의 활동영역을 한차례 드높인 느낌이다. 우리가 그녀들에게 아직 볼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사실. 그녀의 연기는 굉장했고 충격적이었다. 

■ <하이힐>(2013), 차승원

요즘 배우 김수현이 ‘잘빙’(잘생긴 빙구)으로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전에 우리에게도 잘생기고 기럭지 길고 친근한 ‘오빠’가 있었으니....그는 바로 모델 출신 배우 차승원!

삼시세끼 등에서 친근한 매력을 드러낸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선생 김봉두>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는 <하이힐>에서 정말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분명한 건 차승원이 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거다. 

그에게 그러한 눈빛이 있다는 것도 이 영화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더 다양한 작품에서 보고 싶은 배우다. 이 영화를 보면 그렇게 느낄 것이다.

■ <말죽거리 잔혹사>(2004), 권상우

몸짱 배우 권상우는 사실 멜로에 강한 배우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에서는 사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신부수업>, <탐정>같은 다소 캐주얼 이야기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멜로 연기를 해왔었다.

그 영화들 중 최고는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가 아닐까.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이 잘 드러낸 것은 단연 권상우일 것이다.

그는 근육을 감추고 교복을 입으며 첫사랑의 뼈아픈 감정들을 세밀하게 연기했다. 극 중반부에는 그 근육을 영화에 거슬리지 않게,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에서 그가 정말 빛났었다.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이정현

<와>, <바꿔> 등으로 90년대 가요계에서 테크노 여전사, 아니 여왕으로 군림했던 이정현.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배우였다. 그리고 연기를 상당히 잘하는 배우이다.

이번 달 말에 개봉할 <군함도>(2017)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우 이정현’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사실 이전에도 다양성이 돋보이는 영화들에 출연해 왔었다. 그녀의 끼와 연기력은 그런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내기 너무도 충분하지 않은가. 

한국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같은 이 영화는, 이정현의 소녀 같고, 아줌마 같고, 순수하고, 억척스럽고, 잔혹한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 <타짜>(2006), 백윤식·조승우

아, 이 영화에서 누구 하나를 꼽을 수가 있을까? 모든 배우가 매력이 넘쳤었지.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돋보이는 배우는 백윤식과 조승우였다.

백윤식이라는 배우가 오랜 시간 연기를 하고 대중들에게 모습에게 선보인 역할 중, 아마도 <타짜>에서 평경장이 가장 인상 깊고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아직도 사람들은 <타짜>의 감흥에 젖어 그 대사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니 말이다.

조승우는 왜냐고? 이전에 배우 조승우가 선보인 캐릭터들은 소년적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연기한 고니를 통해, 당시 모든 대한민국 여자들의 이상형 배우로 등극한다. 정말 ‘더럽게 섹시’했다.

심지어 그 엄청난 연기를 했을 때, 그의 나이가 겨우 27살이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놀랍다!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서영희

드라마를 통해 이쁘장한 주인공의 친구, 정도로 비춰졌던 서영희. 그녀가 이렇게 폭발력 있고 무시무시한 배우였는지 몰랐었다. 몰랐던 게 미안할 정도다.

그녀는 정말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 같았다. 이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그런 자신의 입장을 다 보여준 셈이다. 

서영희는 여기서 정말 자신을 다 걸고 연기한 느낌이다. 영화도 영화지만, 그녀의 연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잘한다’를 넘어서서 정말 ‘열심히 했구나’, 그게 피부로 와 닿아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 <복수는 나의 것>(2002), 배두나

화려한 모델 출신 배두나? 그녀의 이전 필모그래피는 처음부터 강렬했었다. 그녀가 현재 30대 여배우, 아니 대한민국 여배우 중 독보적인 길을 걷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될 성 푸른 나무였다.

박찬욱 감독의 2002년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녀는 송강호, 신하균과 함께 굉장히 강한 연기를 선보인다. 당시 그 어떤 여자 배우라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만한 역할이었다. 

특유의 신비로움보다는 중성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영화에 녹아든 그녀. 대단한 폭발력은 아니지만 특유의 무덤덤한 듯한 연기 스타일을 여기서부터 구축해낸 듯한 느낌이다. 박찬욱 감독의 여배우 보는 눈은 이전부터 탁월했구나 싶다. 

이밖에도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위의 작품들은 영화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 배우의 매력을 쫓아가며 보는 것이 더욱 즐겁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배우들에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이 얼마나 황홀할까? 그것도 자신만 입을 수 있는 옷이 선사된다면! 저 영화들은 러닝타임 내내, 그들에게 영광의 기록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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