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리콜 불이행 처벌규정 존재하지 않아...법 개정 필요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자동차 리콜 제도와 관련, 불명확한 리콜 규정과 정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명확한 리콜 규정 확립과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 강화 등 자동차관리법 개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동차 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자유한국당 김상훈 국회의원 개최)가 열렸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에서는 ‘자동차제작자는 자동차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자동차소유자에게 결함 사실과 시정조치계획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우편발송 등을 통해 지체 없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류병운 홍익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 있는 리콜 요건은 매우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류병운 교수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 등’은 모호한 규정이다. 이로 인해 리콜 필요성 판단을 두고 제조사와 소비자, 규제당국간 심각한 의견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현행법상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린 강제적 리콜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은 자발적 리콜 의무를 뜻한다.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라는 요건은 죄형법정주의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안전운행’, ‘지장’, ‘결함’ 등의 용어는 각 요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 / 김대환 기자

박상훈 대표는 “자동차제작자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관해 정보를 제공받았지만, 기술적 문제 등으로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시정조치를 위해 상당 기간의 연구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도 결함을 안 후 지체 없이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책임 없이 처벌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류 교수가 말한 강제적 리콜의 불이행 시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을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은 리콜요건과 시기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재작결함에 해당하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기준은 하위법령에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을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 김대환 기자

특히, 김을겸 상무는 “제작사가 리콜의무를 부담하는 기산점인 ‘안 날로부터 지체없이’도 매우 불명확하다. 제작사는 신속하고 자발적 리콜에도 불구하고 리콜 실시 여부의 적정성과 적시성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콜대상인 제작결함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리콜여부와 시기에 대한 판단이 제작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돼 결함 차량에 대한 피해 구제를 제작사 조치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소비자 위험이 장기간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사는 결함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처벌 부담 등으로 결함과 직접 관련이 없는 리콜을 실시 할 가능성도 있어 오히려 소비자 안전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상무는 “정부는 명확한 리콜 기준과 역할 강화를 통해 제작사, 소비자들의 혼란을 경감시켜 줄 필요가 있다”며 “국가기관에 의한 결함조사 및 판단, 시정명령 활성화 등 정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일정기간 이상 모니터링 사안에 대해 제작사는 신고의무를 가지고 정부는 이에 따라 종합적인 리콜여부를 판단·권고하고 있다"며 "이는 제작사의 늑장 리콜시비 및 정부의 늑장대처 논란을 줄여주고 신속한 결함조사를 가능하게 한다"고 전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 / 김대환 기자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자동차관리법의 리콜 규정이 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작 결함 조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함 조사에 기술적인 자료의 공유 등 적극 협조하도록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기상 대표는 “정부가 인력과 예산을 갖추고 주도적으로 제작 결함조사, 리콜 권고, 강제 리콜 등을 실시해 BMW 사태와 같이 원인이 불분명한 사안에서도 리콜 공백을 메꿔 주는 방향으로 법제가 개선돼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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