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들

[공감신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안 좋은 기억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 경험을 다시금 되짚는 것은 당시의 상처가 되살아나는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되새기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리기 마련이다.

한때 정말 아팠던 기억, 슬프고 속상했던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당시의 상처를 떠올리며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을 애써 잊으려하고,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는 대중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종종 마음씨가 섬세한 사람들 중에는 ‘불편해서’, ‘마음 아파서’ 충격적이고 참혹한 실화를 다룬 영화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 역시 그래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가 없는 처지다.

어떤 일은 아무리 먹먹하고 불편하더라도 기억하기 위해서 직시해야만 한다.

우리가 아픈 상처를 꼭 기억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을까? 이에 대해 가/부로 명백한 답을 내릴 수는 없으나, 개중에는 ‘그렇다’고 대답해야만 하는 사례도 있을지 모른다. 특히 잊혀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가슴 먹먹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소개한다. 기자도 아직 몇몇 작품들을 볼 용기가 나지 않지만,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믿음으로 이 영화들에 접근해볼 생각이다.

 

■ 재심(2017)

재심 영화 포스터.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각색된 영화다. 지난 2000년 전북 익산시에서 한 택시기사가 살해를 당하고, 목격자 최군이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최군은 징역 10년을 복역하다 2010년 만기출소했다.

극중 변호사 이준영 캐릭터의 실제 모델 박준영 변호사.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 장면]

하지만 얼마 전 진실이 밝혀졌다. 최군은 경찰의 강압수사에 의해 누명을 썼을 뿐이며, 진범은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박준영 변호사에 의해 드러났고,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결국 영화로 제작됐다.

재심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아래 소개할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결국은 진실이 밝혀졌다는 사실 때문에 후련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건 외에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이거나 피해를 입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재심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특히 우리는 경찰의 폭행, 고문 등으로 인해 미성년자였던 최군이 무고하게 10년을 복역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이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2000년대라는 점 역시 큰 충격을 전해주고 있다.

 

■ 귀향(2016)

귀향 영화 포스터.

지난 2016년, 일제로부터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당시 기자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할머니들, 영화 속 그 어린 소녀들의 인권이 무참히 유린당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리고 아픈 역사임을 알고 있었지만, 기자는 그것을 묻어두고 싶었다. 알면 알수록 속상하고 서글플 것이 뻔하기에, 일반적인 수준으로만 알고 싶었다. 

귀향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어떤 영화는 그렇게 역사 속의 뼈아픈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돼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돌아보고 싶지도 않게 만든다. 기자 뿐이 아니라, 기자의 주변에 기자와 같은 변명을 대며 그 영화를 외면했노라고 고백한 이들도 많았다.

귀향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그런데 그 영화를 외면하고 얼마 지나고 난 뒤, 기자의 그 ‘아픔은 묻어두고’ 식의 태도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귀향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를 받았는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직 살아계시는 할머니들에게 ‘이만하면 됐으니 잊으시라’고 종용한다.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여라'고 강요하면서 말이다.

사과는 피해를 입은 이들이 받아들여야 성립된다. 누군가가 사과를 받아주라고 권한다고 해서 수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당사자가 납득할 수 없다는데, 무슨 권리로 주변에서 사과를 수용하라고 강권한단 말인가.

귀향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어쩌면 기자가 그 영화를, 그들을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한 행동이 앞서 말한 그 ‘일부’ 사람들의 태도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았나 싶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기자는 개인적으로, 더 이상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을 ‘마음 아프다’며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 한공주(2014)

한공주 영화 포스터.

지난 2004년 전 국민을 공분케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성폭행 사건이다. 밀양 지역 고교생 44명이 가담해 여중생 1명을 1년 동안 유린한 사건으로, 이들의 범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이에 항의하는 촛불집회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공주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피해자는 이제 성인이 됐지만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 일을 겪고도 쉽사리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영화는 사건 이후 도망치듯 서울로 전학 온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는 사건 이후로도 아직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먹먹함을 남긴다.

한공주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에 대해 옹호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의 실수라고, 그 실수 하나 때문에 인생을 망가트려서야 되겠냐고.

한공주 영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직도 고통 받는 사람이 있는데, 정작 가해자는 이제 그만 잊어달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한 판단은 사건을 목도한 우리들의 몫이다.

 

■ 도가니(2011)

도가니 영화 포스터.

지난 2000년, 광주의 한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에서 5년에 걸쳐 반인륜적 아동학대, 아동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 이 사실은 당시만 해도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지난 2009년 소설로 만들어진 데 이어 2011년 영화화까지 되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도가니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해당 영화의 아동 성폭행 묘사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으나, 실제 사건은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참혹했다고 알려져있다.

도가니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결국 흐지부지 묻혔던 이 사건은 영화 개봉 이후 재수사가 개시되기에 이르렀으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도가니 영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해당 영화의 파급효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OO판 도가니’, ‘XX판 도가니’라 이름 붙은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가니 영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잇단 고발들이 영화의 후속효과라 볼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이런 일들이 자행되는 곳이 많았다는 방증이라 할 수도 있겠다.

 

■ 이제는 직시해야 할 때

외면해왔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영화를 보면서 ‘에이, 저런 게 어딨어?’라는 말을 한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도, 아무리 불편한 내용이라도 그저 ‘영화적 연출’이겠거니 하면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우리에게 더 크고 깊은 충격을 전해준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고발영화라면 얘기가 다르다. 어느 정도 각색이 있었다한들,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배우가 등장한다고 한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불편함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가슴 아픈 사건들이 우리에게 그런 불편함, 먹먹함을 남긴다고 해서, 그것을 외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뼈아픈 상처를 얻은 후, 그것을 되새기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또는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있는 피해자들, 가해자들을 지켜봐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거나 피해자가 구제되지 못한 사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다. 그런 사실들을 다룬 고발영화가 더 많이 나와서, 우리 사회 곳곳에 곪아있는 상처를 터뜨리고 새살이 돋아나듯 많은 일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