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TV나 영화 속에서 10대, 20대 풋풋하고 파릇파릇한 미청년들을 보면, 아마 그들은 20년이건 30년이건 시간이 지나도 그 얼굴에 싱그러움이 묻어날 것만 같다.

만화 속 '남주' 같은 남주혁. 크… 싱그럽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 드라마 장면]

잘 빚어놓은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에 빨래판 같은 복근은 또 어떤지. 심지어 “난 할 수 있어!”라거나, “우린 아직 젊으니까!”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에는 패기가 넘친다.

'더티 섹시'의 아이콘, 류승룡 기모찌. [내 아내의 모든 것 영화 장면]

그러나 가끔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나 젊은 혈기가 아닌, 원숙함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조금은 지쳐 보이고 삶에 찌든 듯한, 마냥 순수하고 해맑지만은 않은 그 표정 말이다.

명품배우 황정민도 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 [곡성 영화 장면]

영화‧드라마 속에서 인생의 단맛, 짠맛, 쓴맛부터 신맛까지 다 본 것만 같은 그 표정은, 우리가 극중 벌어지는 갈등, 시련, 고난에 조금 더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든다. 그리고 그 극복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 캐릭터의 처절함, 절박함 등을 가슴 깊이 공감하기도 한다.

어째 아직은 '아저씨'라 부르기 어색하다만, 배우 조진웅도 대표적인 40대 남자배우 중 하나다. [해빙 영화 장면]

젊은 배우들에게 엿보기 힘든, 아저씨 배우들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 이번 공감포스트는 그런 매력 넘치는 아저씨 배우들을 소개한다. 충무로에는 매력 넘치는 아저씨들이 차고도 넘치지만, 그 중에서 기자가 ‘애정’하는 분들만을 꼽아봤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 섹시한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 김윤석

섹시한데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나쁜 놈, 중호 역할을 맡은 김윤석. [추격자 영화 장면]

아무리 외모가 빼어나도 50대의 나이에 ‘섹시하다’는 평가를 듣는 남자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많지 않은 배우들의 중심에는 김윤석이 있다.

섹시한데 살인청부업자 나쁜 놈, 면정학 역할을 맡은 김윤석. [황해 영화 장면]

그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떠오른 스타 같다. 하지만 사실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본인의 전공(독어독문학과)과 무관하게 연기 동아리를 통해 연기활동을 펼쳐왔고, 여러 영화,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배역을 맡아왔다.

섹시한데 못된 짓만 하는 나쁜 놈, 도인 화담 역할을 맡은 김윤석. [전우치 영화 장면]

많은 팬들이 그의 매력 포인트로 ‘목소리’를 꼽는다. 주로 ‘쎈’ 역할이나 악역을 맡는데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을 만큼 목소리가 섹시하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그는 역할을 맡는 족족 캐릭터를 미칠 듯이 섹시하게 만들어버리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섹시한데 도박판을 전전하는 나쁜 놈, 짝귀 역할을 맡은 김윤석. [타짜 영화 장면]

비록 작년 말 그의 성희롱 발언으로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느끼고 떠나기도 했지만, 김윤석은 진솔하고 빠른 사과로 우선 논란을 매듭지었다.

섹시한데 구마의식을 하는 나쁜… 아니 신부님, 김신부 역할을 맡은 김윤석. [검은 사제들 영화 장면]

그러나 아직 그 사건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는 이들은 많다. 앞으로 김윤석 배우가 그 점을 염두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을 수 있기를, 팬 중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기원한다.

 

■ ‘트인낭’? 인생 좀 낭비하면 안 돼? 김의성

발언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분명 있는 배우, 그러나 그만큼 매력도 많은 배우 김의성. [더 킹 영화 장면]

악역 전문 배우의 계보를 이어가면서 최근 들어 부쩍 주목받고 있는 배우가 있다. 영화 ‘부산행’ 속 그 ‘천하의 나쁜XX’로 등장했던, 배우 김의성이다.

이때 못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얼굴만 봐도 명존쎄하고싶다. [부산행 영화 장면]

얼마 전 김의성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1년의 공백기에 대해 언급했다. 커리어를 다져가던 시기에 돌연 영화계를 떠난 것에 대해 그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가만히 있어도 기백이 넘치는 꽃 같은 시기를 다 날려먹었으니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 회고했다. 하지만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뭐라고요? 숨지고 싶으시다는 말을 돌려 하신 겁니까? [김의성 페이스북 캡쳐]

한편 김의성의 SNS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통 연예인들이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드문데,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소신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그의 발언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은 공감과 지지를 표현했다. 물론 개중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도 있긴 했다.

먹이를_노리는_매의_눈빛.jpg [소수의견 영화 장면]

그는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는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에 대해 “그럼 왜 인생을 낭비하면 안 되냐”고 반문한다. 규격화된 삶을 살면 그것이 ‘경제적인 인생’이랄 수 있겠냐며, 가끔의 사치가 행복감을 줄 수도 있다면서.

그의 말대로, 가끔은 그렇게 낭비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게 아닐까? ‘트인낭’은 결국 스스로를 가둬두는 프레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배우가 직업인 시민활동가, 권해효

으ㅡㅡ 박상만 팀장 핵 얄밉… [MBC 자체발광 오피스 장면]

지난 봄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 전형적인 ‘꼰대’형 직장상사로 배우 권해효가 등장했다. 평소 그의 팬을 자처하는 기자는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저런 무골호인의 얼굴로 진상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울릴까’라는 헛된 걱정을 했었다. 감히 그가 그동안 쌓아온 경력도 모른 채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늘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고 싶다는 배우 권해효. [가려진 시간 영화 장면]

그가 데뷔한지도 어느덧 30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어째 TV나 스크린에서 그를 만나볼 기회보다는 뉴스기사를 통해 그의 독특한 이름을 더 자주 보는 것도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우리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 사회활동가로 맹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의 연기활동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후 영화 장면]

그는 자신을 ‘배우가 직업인 시민활동가라 칭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주제는 주로 약자와 소수자들이다. 그간 의식하지 못했던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가 요즘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그런 인식이 생긴 것에 대해서도 ’환영할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밖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활동도 지속해오고 있다.

 

■ 최고의 자리에서 말하는 초심, 최민식

그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필요하겠나? [특별시민 영화 장면]

지난 2015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인 최민식은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최고의 연기를 펼친 그였기에, 수상 사실 자체는 그리 놀라운 결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수상 소감은 연기 후배들, 나아가 사회 곳곳에서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줬다.

최민식 배우 정도의 위치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나오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명량 영화 장면]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20대, 그보다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돌아봤다”며, “너무 많이 변했고, 너무 많이 물들었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해외에서도 그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뿜 해주신 대배우 최민식. [루시 영화 장면]

한국 영화에서 그처럼 티켓 파워가 강력한 배우도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정상’이라 손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들 중 하나가 바로 그다.

느그 서장이랑 밥묵고 사우나도 가고 그러신 분. 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영화 장면]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수상소감은 초심으로 무언가에 갓 뛰어들었을, 그리고 이제는 초심이 희미하게 옅어진 이들을 부끄럽게 하고, 또 공감하게 했다.

 

■ 살아온 삶이 ‘아저씨’ 배우들의 매력 요소가 된다

일명 '죽어야 사는 남자', AKA '코리안 숀 빈' 김갑수 배우. [공범 영화 장면]

어떻게 보면, 배우들에게 연기라는 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업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 그들에게도 ‘일’일 터이니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연기라는 분야에 있어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업무와 마찬가지로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다.

어딘가 지쳐보이고 조금은 현실에 찌든듯한 그들만의 매력이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악의 연대기 영화 장면]

그리고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능력을 타고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타고난 능력자라 해도, 결국은 경력이 풍부한 이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뭐든 간에 ‘안 해본 놈’보다 ‘해본 놈’이 더 잘한다는 건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논리 아니겠는가. 연기도 물론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방탄유리 아저씨로 유명한 배우 김희원 [아저씨 영화 장면]

빙 돌아왔지만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연기가 만약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입어보는 일이라면, 결국 더 많이, 오래 살아본 배우들을 두고 경력이 풍부한 것 아닐까? 그런 경력이 빛나기에, 그들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