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바람이 귓전을 때린다. 심박수는 고조되는 RPM에 맞춰 서서히 빨라진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엔진이 거칠게 울부짖는다. 어디선가 고무 타는 냄새가 나는 것도 같지만 상관없다. 달리다 보면 그 매캐한 냄새도 제낄 수 있을 테니.

영화 속에는 쾌속질주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이런 익스트림 곡예주행 빌런들도 줄기차게 등장한다. [트랜스포터3 라스트 미션 영화 장면]

우리는 영화·드라마 속이나 레이싱 경기장에서 스포츠카, 레이싱카의 ‘쾌속질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한번쯤 도로 위를 폭풍질주 해 보고픈 욕망이 생길 것이다.

특히 갓난쟁이때부터 ‘붕붕’거리면서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아봤을 남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여성이라고 해서 안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적든 많든 간에 약간씩의 질주 본능이 핏속에 흐르지 않나 싶다.

도심지 대부분의 도로는 고속질주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고속 질주도 어디까지나 로망일 뿐, 실제 도심 속 도로에서는 빠른 스피드로 달리는 것이 엄연한 불법이다. 폭풍질주, 곡예 주행 등은 남녀를 떠나 스피드광 모두가 꿈만 꿀 뿐, 실제로 도전해볼 기회가 그리 많진 않다.

극심한 교통정체에 스트레스받은 운전자들이 이상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라라랜드 영화 장면]

도심 속 교통정체가 문득 짜증스러워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나도 영화 속 제이슨 스타뎀처럼 질주액션을 선보이고 싶다면? 여러분의 ‘질주본능’을 무선조종, RC(Remote Control, Radio Control)로 대리만족해보자.

 

■ RC? 그거 장난감 아니야?

혹시 여러분 중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완구 코너’에서 무선조종 자동차 등을 본 이들은, 그것을 ‘애들 장난감’이라 취급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게 RC 자동차 제품 중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인 유아용 제품이 있으며, 눈코입 달린 버스나 기차 모양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뭐? 내가 유아용이라고? (히죽)

하지만 RC를 단순히 유아용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조금 성급한 태도다. RC는 50여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다양한 종류로 진화해왔으며,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어른 장난감’ 축에 속하는 종류가 훨씬 많다.

요즘 레저용, 방송 및 촬영용으로 많이 쓰는 드론도 RC의 일종이라 볼 수 있겠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드론’도 RC와 같이 분류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RC가 드론의 전신인 셈이다.

RC는 1955년 일본에서 출시된 ‘라디콘(Radio와 Control의 합성) 버스’를 시작으로 현재는 수많은 제조사의 다양한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과거 육상을 질주하는 모델이 대다수였다면 최근에는 해상, 공중까지도 진출하고 있다.

지금 설마, 날 더러 눈코입 달린 기관차 괴물이라고 말한 거야? (히죽)

이들은 대개 운송수단의 외관을 지녔는데, 레이싱 게임 ‘마리오카트’나 ‘토이스토리’, 앞서 설명한 그 눈코입 달린 기관차 괴물(…) 등의 장난감 형태부터 실제 차량이나 헬기 등을 그대로 축소한 고가형 모델 역시 존재한다. 이쯤 되면 여러 분야의 마니아층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취미 아이템이랄 수 있겠다.

 

■ 나도 한번, RC 입문부터 고급 모델까지

소소한 기능들은 인도어용이 많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아웃도어에서 질주하는 것 보단 환경이 안전하니.

다양한 분류 기준이 있겠지만, 대체로 RC 제품은 실내용(Indoor)과 실외용(Outdoor)으로 구분된다. 실내용은 말 그대로 실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된 제품이기 때문에, 작고 출력(스피드 등)을 낮춘 저가형 모델이 많다. 집에서 달려도 뭔가를 깨박살내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아웃도어용 RC모델 일부 제품은 오프로드 차량과 비슷하게 생겼다. 외형으로도 구분이 가능한 셈.

반대로 실외용은 실내라는 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모델들이 많으며, 빠른 속도의 주행 및 활공에 적합하다. 실내용 모델은 대체로 배터리를 사용하며, 실외용 모델 중에는 연료 모터를 쓰는 제품이 많다. 물론, 실외용이 더 고가다.

과거에는 RC 관련 제품을 전문매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RC 관련 제품이 대중화되면서, 비교적 접근이 쉬운 다양한 매장에서도 RC 제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비 전문가용 토이 RC 제품들은 2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RC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도 많다고 한다. [speedymodels 웹사이트 캡쳐]

한편 온·오프라인 전문매장에서는 상급자용 RC 제품 및 부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일종의 ‘카센터’인 셈이다.

내 취향에 꼭 맞게 부품을 교체하는 것도 RC카의 매력 중 하나다. [hackedgadgets 웹사이트 캡쳐]

RC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는, 다양한 기자재를 장착하거나 부품을 바꿔가면서 자신의 입맛과 용도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RC카에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장착해 흙길을 과감하게 달려보거나, RC 헬기에 카메라를 장착해볼 수도 있다.

 

■ 공간의 제약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RC카로도 사람 많은 곳에서 폭주하면 실제 차량처럼 위험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 폭풍질주를 RC로 공간적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RC는, 어디까지나 ‘비교적’ 안전할 뿐, 정말 아무데서나 즐기기엔 위험한 점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RC 제품과 관련된 충돌 사고나 추락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저런 게 갑자기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누군가는 쬐그만 장난감에 부딪혀봐야 얼마나 다치겠느냐고 비아냥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어린아이가 커다란 RC차와 충돌했다고 생각해본다면 그런 비아냥도 쏙 들어갈지 모른다. 심지어 RC헬기가 머리 위로 추락한다면? 명랑만화처럼 머리에 혹 하나 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 RC 동호인들은 약 5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니기에, RC 레이싱이나 비행을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이런 데서 RC 항공기나 드론을 날렸다간 호되게 혼나는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위키백과 캡쳐]

특히 보안상의 이유로 항공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드론을 날렸다가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는 이들에 대한 소식도 종종 들려오고 있다. 비행 금지 구역에서는 드론은 물론이고 RC 헬기도 날리지 말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구역의 어디 어디가 비행 금지구역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의 RC카 경기장. 국내에도 있다고 한다! 만세!

전국 곳곳에 있는 RC 레이싱 경기장, 드론이나 RC 헬기를 날릴 수 있는 곳도 있으니, 동네에서 아무렇게나 날렸다가 고장은 물론이고 사고까지 나기 전에 한 번쯤 찾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합법적인 곳에서만 날리고, 안전한 곳에서만 달리시길 바란다.

 

■ 여름철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질주해보자

토니 스타크가 망치를 땅땅거리며 기계공학자의 면모를 드러낼 때 취향을 저격당한 이들도 많다. [아이언 맨 영화 장면]

RC는 우리 핏줄 속에 펄떡대는 질주 본능을 대리만족 시켜줄 수 있다. 또한, 비록 우리가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수는 없지만 영화 속 토니 스타크처럼 무언가를 뚝딱뚝딱 고치고 개조하는 공학자 비슷한 모습을 흉내내 볼 수도 있겠다.

RC카라고 해서 교통사고가 안 난다는 법은 없다. 심지어 사람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유튜브 캡쳐]

하지만 그저 장난감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제품에 따라 타인의 안전을 크게 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든, 모형으로든 안전 주행이 최우선이란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란다. 또한 육해공을 통틀어 어디에서든 기체 분실, 파손 등도 함께 조심하자.

한번 달려보지 않겠나?

한 번쯤 영화 ‘분노의 질주’ 속 주인공이 돼, 도심을 가로질러보고 싶었다면? 야밤의 도로에서 질주하면서 온갖 법규를 어기는 건 절대 금물! 그보다, 묵직한 리모트 컨트롤러를 들고 RC와 함께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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