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참모들 트럼프의 발언 알지 못해…‘오바마 지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보여

트럼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전면 금지 방침'에 대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자신이 누구인든 누구나 나라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신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장성 및 군사전문가들과 협의 결과 미국 정부는 트랜스젠더가 미군의 어떤 자리에도 복무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게시했다.

이어 “우리 군대는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 군대 내 트렌스젠더가 야기할 엄청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을 떠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오바마 지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트위터 발표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백악관에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다만 “국방부는 소위 트럼프 대통령의 새 지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국방부는 조만간 개정된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1일 오바마 정부 때의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트랜스젠더 군복무를 허용한 바 있다. 이에 이미 군복무 중이었던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편하게 드러내는 것은 물론 의료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카터 장관은 당시 올해 7월 1일까지 트랜스젠더의 입대 지침도 마련해 본격적으로 시행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후임자인 매티스 장관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이를 유보한 뒤 지침 검토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미 국방부는 트렌스젠더 군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숫자를 밝히고 있지는 않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전체 군인 130만명 가운데 트랜스젠더는 현역의 경우 2500~7000명, 예비군은 1500~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AP통신은 현역 군인 250명이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성전환 허가를 받았거나, 현재 허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보수진영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렌스젠더를 포함한 성(性) 소수자와 진보 진영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트럼프의 '트랜스젠더 복무 금제' 발언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우리는 봉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다"면서 "누군가에 대한 차별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캡쳐]

트럼프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전면 금지' 발언에 존 매케인(애리조나),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리처드 셸비(앨라배마), 오린 해치(유타) 상원의원을 필두로 공화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는 트위터에서 “69년 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미군 내 인종차별을 철폐했다. 오늘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 트랜스 편견을 정책으로 전환했다”면서 “트랜스젠더 미국인의 군 복무를 막는 트럼프의 결정은 우리나라를 지키려는 용감한 개인들에 대한 비열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LGBTQ(성소수자) 공동체가 혐오스러운 정치적 어젠다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것을 보는 게 역겹다”며 “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은 자랑스럽게, 잠자코, 몇 년간 우리 부대에서 복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애국심을 존중하는 대신 그들의 위엄과 복무의 가치를 공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중진인 매케인 사우언 군사위원장은 “이번 일은 중대한 정책 발표가 왜 트위터를 통해 나오면 안 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좋은 사례”라며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배치될 능력이 있는 군인이라면 내쫓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화당 피터 킹(아이오와) 하원의원은 “우리는 군대를 갖고 시험할 필요가 없다”며 “(트렌스젠더 지원에 필요한) 그런 별도의 재정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트럼프의 트윗에 찬성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군목부 금지 조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이미 커밍아웃을 한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해 지금처럼 계속 의료혜택을 지원할지, 아니면 이들을 강제로 군대에서 퇴출해야 할지 등을 놓고 큰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트렌스젠더 군 복무 전면 금치 방침에 실리콘 밸리의 주요 인사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자신이 게시한 글에 '그들을 복무하게 하라(LetThemServe)'는 해시태그를 붙여 SNS에 업데이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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