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정신적 고통 인정해 일부 배상 결정...유사소송에 영향 줄 듯

카드사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법원이 첫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번판결은 현재 진행중인 수십건의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법원이 22일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정보유출 고객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원고 일부 승소결정을 내렸다.사진은2014년 당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개인정보 유출에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형준 부장판사)는 22일 정보유출 피해를 본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 고객 5000여명이 카드사와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상대로 낸 4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각 1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드회사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상 의무를 위반해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KCB도 직원에 대한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피고들에게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를 받은 피해자 5000여명은 1인당 20만∼70만원씩 총 13억여원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실제 재산상 피해가 확인이 안 된 점, 카드사가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1인당 10만원만 인정했다.

2014년 초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 1억400만건을 유출됐다. KCB 직원이 카드사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보안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PC로 개인정보를 빼돌리다가 발생한 일이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고객의 이름, 주민번호, 카드번호 및 유효기간, 결제계좌번호, 주소, 휴대전화, 타사카드 보유현황 등 20종에 달했다. 유출 규모도 당시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진 개인정보유출사고 중 3번째로 컸다.

금융당국은 상당수가 회수·폐기됐다고 했지만 실제론 8000만여건이 2차 유출돼 대출중개업자에게 넘어갔다. KCB 직원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정보유출 피해자들은 카드사에 정신적 고통 등을 배상하라며 집단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2014년의 하반기 기준으로 서울중앙지법에만 유사소송이 80여건 제기됐다.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1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판결이 확산될 경우 카드사와 KCB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관련 소송이 서울에서만 90여건이 진행되고 있고, 지금까지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수는 약 2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드사들은 판결과 관련, "우리 잘못으로 벌어진 일인 만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유사한 선고가 이어질 경우 경영상의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카드업계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거듭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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