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다정한 정보'...노트북, 무드인디고, 봄날은 간다 등 감성영화 7편 소개

장마철 침대 밖은 위험해요, 집에서 볼만한 영화 추천 / Pixabay

[공감신문] 권지혜 기자=올해도 어김없이 장마철이 시작됐다. 유감스럽게도 앞으로 최소 한 달은 매일 아침 우산을 챙기고, 현관에 들어서면 발부터 닦아야 하는 날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데다가 기온과 함께 면역력도 뚝 떨어져 질병에 걸리기 좋다. 게다가 햇볕을 쬐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면 계절성 우울증마저 걸릴 수 있다.

누구나 꺼리지만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장마철.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어도 감성만큼은 재우기 싫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감성 영화 7편'과 함께 침대 영화관으로 떠나보자.

일생을 관통하는 첫사랑의 기록, ‘노트북’

영화는 요양원에서 시작된다. ‘듀크’라는 이름의 노인은 한 치매 환자에게 책을 읽어준다. 목수 ‘노아’와 부잣집 딸 ‘엘리’가 만나 너무 다른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내용으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러브스토리다.

영화 '노트북'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하지만, 엘리 부모님의 반대로 이별하게 된다. 이별 후 노아가 보낸 편지조차 중간에 빼돌린 부모님으로 인해 엘리와 노아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엘리는 전쟁터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만난 ‘론’과 사귀게 되고, 노아와 달리 배경이 훌륭한 론을 엘리의 부모님은 기쁘게 맞는다. 하지만 결혼 직전 엘리는 신문 광고에서 노아를 보게 되고, 그녀의 마음은 크게 흔들린다.

사랑했던 시절 함께 저택을 구입해 꾸미고 살자던 두 사람의 약속을 홀로 지켜낸 노아는 저택 광고를 신문에 낸 것. 엘리는 노아의 저택을 찾아가고, 두 사람을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과연 노아와 엘리는 맺어질 수 있을까?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무드 인디고’

프랑스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의 대표 작품인 무드 인디고는 보리스 비앙의 소설 ‘세월의 거품’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무드 인디고'

부유한 발명가 콜랭은 클로에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한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클로에가 폐에 수련이 자라는 병에 걸리면서 메말라가고, 콜랭은 클로에를 살리기 위해 가혹한 노동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처음 비비드한 색감으로 시작한 영화는 파스텔을 지나 점점 모노톤으로 바뀌어가고, 종래에는 색을 잃게 된다. 영화의 색감은 두 주인공의 사랑과 같은 양상을 띤다.

환상적인 상상력과 연출로 러닝타임 내내 시각을 자극하는 무드인디고. 특히 두 주인공이 구름자동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은 잠시 현실을 잊게 할 정도로 초현실적이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봄날은 간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와 라디오PD ‘은수’는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함께 일하게 된다.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빠르게 사랑에 빠진다. 

영화 '봄날은 간다'

어느 날 상우는 은수에게 아버지를 함께 만나러 가자고 제안하고,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묘하게 어긋나던 두 사람은 여느 커플처럼 자연스레 헤어지게 된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익히 아는 ‘라면 먹을래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의 대사는 위트있게 소비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영화의 주제를 꿰뚫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즐겨먹는 라면은, 그들의 사랑과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것이 감상 포인트다.

기억 너머 잊혀진 것들을 찾아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치히로’네 가족은 이사를 가던 중 오래된 터널을 발견한다. 치히로는 왠지 거부감을 느끼지만, 부모님을 따라 터널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치히로의 불안한 예감은 적중한다. 이 곳은 신들을 접대하는 공간이었던 것. 신들의 음식을 먹은 부모님은 돼지로 변하고, 밤이 되자 신과 요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치히로는 도망치지만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몸으로 밤을 맞은터라 몸이 사라져 가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 소년이 나타난다.

‘하쿠’라는 이름의 소년은 부모님을 찾으려면 마녀 ‘유바바’에게 찾아가 일을 얻으라고 조언하고, 이름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여곡절 끝에 유바바에게 일을 얻는 데는 성공하지만 ‘센’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본래 이름을 잊게 된 치히로.

치히로는 부모님과 이름을 되찾아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바웃 타임’

모태솔로 ‘팀’은 연애 한번 못해본 쑥맥이다. 그런 팀에게 어느 날 아버지는 가문의 중대비밀을 알려준다. 바로 ‘우리 집안 남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눈을 감고 원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

팀은 첫눈에 반한 ‘메리’와의 데이트에서 실수를 저지른 후 능력을 처음 사용하게 된다. 그는 시간을 되돌려 실수를 수습하지만, 처음 메리와 만났던 순간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돌이키고 싶은 순간’ 마다 실제로 삶을 돌이켜 버리며 인생을 쉽게 사는 듯 보였던 팀.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의 시간을 되돌린 그는 큰 혼돈에 빠진다.

‘로맨스 영화’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사실 그 틀에 가둘 수 없는 주제를 담고 있다.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어바웃타임이다.

운명은 사랑을 따라 흐른다, 오해 너머의 진심에 대하여 ‘오만과 편견’

좋은 집안에 딸들을 시집 보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어머니와 인자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엘리자베스’는 자존심 강하고 영리한 소녀다. 그녀의 꿈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

그녀는 대저택 댄스파티에서 명망 높은 가문의 신사 ‘다아시’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그도 그저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귀족들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기게 된다.

영화의 원작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모든 로맨스물의 원조로 불린다. 오만과 편견에서 파생되고 발전한 클리셰들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당시에는 새롭고 획기적인 감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스토리를 넘어 수려한 영상미와 연출이 개연성이 되는 오만과 편견, 웰메이드 시대극으로 대표되는 작품이다.

기억이 삭제돼도 마음은 남는다, ‘이터널 선샤인’

내성적인 성격의 ‘조엘’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클레멘타인’의 거침없는 면모에 끌리고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음 끌렸던 반했던 모습은 흐려지고, 권태기를 지나 이별을 하게 된다. 조엘은 다시 클레멘타인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새로운 애인과 함께인 채로 그를 모르는 사람인양 대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분노하던 조엘은 ‘라쿠나’라는 회사에서 온 편지를 읽게된다. ‘클레멘타인이 조엘을 기억에서 삭제했으니 그녀에게 둘의 관계를 언급하지 말라’는 것. 조엘은 라쿠나를 찾아가 자신의 기억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수록 조엘은 조급해져가고, 급기야 클레멘타인을 지우지 않기 위해 기억 속에서 필사적으로 숨기 시작한다.

사랑에 비례하는 상실감을 견딜 수 없었던 두 사람, 기억을 지움으로써 서로에 대한 사랑을 삭제할 수 있을까? 비현실적인 내용과 영상 속에서 현실적인 사랑의 경험을 찾게 되는 영화, 이터널선샤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함께 팝콘을 나눠 먹고, 관람 후 영화에 대한 평을 나누며 공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필 필요 없이 오직 나만의 감성에 빠져 마음껏 울고 웃을시간이 필요하다.

주룩주룩 내리는 장맛비로 집에 갇혔다면, 침대 영화관을 열고 스스로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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