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비만과 다이어트

[공감신문] 늦은 저녁, 온 가족이 모두 잠든 시간이 돼서야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불 꺼진 집에서 유일하게 나를 반겨주는 작은 강아지를 바라본 적이 있나? 눈이 빠지도록 펑펑 울고 있을 때, 시크하게 다가와서 마치 쓰다듬어주듯 손을 ‘척’ 올리는 고양이를 바라 본 적은?

물론 존중도 하고 이해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우리는 대체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편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호부가 갈리기도 한다. 이는 분명 존중돼야 할 가치관이지만, 이번 공감포스트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이야기이기에 독자들을 이 ‘반려인’들로 상정해 얘기해볼까 한다.

얘들은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행동을 골라 할까?

우리는 왜 반려동물을 사랑할까? 외모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고, 그렇게 똘망똘망한 눈으로 혀를 헤벌죽 내밀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 작은 생명체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들은 우리가 호되게 야단쳐도 결국 우리 품안으로 파고들어온다.

평소엔 '쌩'을 까더라도 위로가 필요할 때 만큼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고양이는 또 어떤가? 평소 본체만체하며 지나치다가도 뜬금없이 ‘빙구美’를 뿜고, 도도한척 하지만 내심 만져주길 바라며 다가오는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나!

간식이 떨어졌다고? 잘못 들은 거겠지?

걔들도 안다, 우리가 걔들에게 껌뻑 죽는다는 걸. 그래서 영악하게도, 우리를 ‘심쿵사’ 시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재롱을 떨고 재주를 부린다. 그러면 우리도 모르는 새 간식을 내주게 된다.

어둡고 텅빈 방에 홀로 남은 동물들은 우울감을 매우 많이 느낀다고 한다.

잠깐 다른 얘기로 빠져보자. 이 포스트를 읽고 있을 반려인 중 상당수는 바쁜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자랑스런 사회인일 터다. 그리고, 워낙 바쁘다보니 반려동물들과 함께 산책을 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한 분도 분명 계실 것이다. 꾸준히 반려동물을 운동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다.

못 들은 척 하지 마라 이 햄덩어리야.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러다보니 결국 우리는 걔들의 애교에 간식을 주고, 운동은 시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반려동물들은 우리가 출근하고 나면 불 꺼진 집 안에 있기 마련이다. 먹기는 먹으면서, 운동량은 점점 적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사람을 포함해 어떤 동물이건 간에, 먹기만 하고 운동을 안 하면 점점 살이 찐다. 그렇게 반려동물에게 문득 비만이 찾아올 수가 있다.

 

■ 반려동물 비만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반려동물의 비만에 대해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반려동물에게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질색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겠다. ‘있는 그대로가 자연스럽다’거나, ‘포동포동 살이 오른 모습이 더 귀엽다’고 하면서 말이다.

미국 내의 반려견 53.9%, 반려묘 58.9%가 비만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반려동물 비만방지협회는 작년 조사 결과 개 중 53.9%, 고양이 중 58.9%가 과체중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반려동물의 보호자(반려인)들은 정작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사 결과,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이 정상 체중이라 생각하는 보호자는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의 다이어트는 단순히 우리가 그들을 좀 더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이 과체중, 그러니까 비만일 경우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장질환이나 당뇨, 지방간 등 질병이 올 수 있다. 노령견의 경우 관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호흡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의 다이어트를 미용 목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건강 문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반려동물에게 온갖 질병이 발생할 경우의 병원비 역시 무시하진 못할 수준이 될 터다. 반려동물의 비만에 대해 조사한 한 동물병원은, 비만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그렇지 않은 보호자보다 향후 4년간의 의료비 지출이 17%~36%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면 이제는 건강에 대해 더 각별히 신경써야겠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팔에 안긴 반려동물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제는 반려동물 비만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 우리 집 야옹이/뭉뭉이는 다이어트가 필요할까?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이 비만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비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 첫 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뚱뚱보? 너 왜 시비냐?

물론, 앞에다 두고 “요 녀석, 완전 뚱뚱보네”라 돌직구를 날리기란 여간 가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스러운 저 앞발을 보라! 어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겠나? 쉿! 잔인한 사람!

우리 눈에 아무리 귀여워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객관적으로 보일 터다. 가장 확실한 비만 진단 방법은 병원이 될 수 있겠다. 어쩌면 수의사 선생님의 눈에는 여러분의 ‘사랑스런 내 새끼’가 ‘돼지새끼’로 보일지 모른다.

내 눈에 '통통한' 내 새끼도 수의사 선생님 눈엔 '돼지새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 냉철한 평가가 무섭다면 자가진단이 다른 방법이 되겠다.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의 종/연령의 평균 체중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정보 쯤은 요즘은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요즘따라 부쩍 들어올리기 무거워졌다거나 육안으로 봐도 배가 뚱실하다면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문득 여러분께 "어휴- 저 살 찐 것좀 보라지"라고 하면 기분 나쁘듯, 개들도 싫어할 것이다!(분명히!)

반려동물들도 귀가 있으니 다 듣는다. 적어도 기자는 그렇게 믿는다. 옛날이야기 중 검은 소가 일을 더 잘 한다고 말 못했던 농부가 그랬듯이, 우리도 입 밖으로 꺼내진 말고 마음속으로만 확인하자. 요 녀석 살 쪘구나, 하고.

 

■ 사료와 간식을 줄이자, 식단 조절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도 운동만큼 중요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바로 식단 조절이다. 먹는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꾸준히 운동을 해도 효과를 보기 쉽지 않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비만 반려동물에게는 평소의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애걔? 장난 나랑 지금 하냐?

정해진 시간마다 사료를 주는 경우, 그리고 자율배식(항상 사료 그릇을 채워두는 것)을 할 경우에도 평소의 양보다 적게 배급하면 나름의 식사량 조절이 될 것이다. 대체로 고양이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사료를 먹지만 천방지축 ‘댕댕이’들은 그게 잘 안 된다고 한다. 물론 그게 댕댕이들의 ‘댕청’한 매력일 수도 있고, 사람처럼 동물도 개체마다 성격차가 있긴 하겠다.

이렇게 지그시 바라보고 있어도 다이어트 중엔 간식을 줄여야 한다.

반려동물 비만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간식’이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반려동물에게 일종의 ‘특식’을 준다. 육포나 비스킷, 개껌부터 통조림 음식 등 말이다. 이것들을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불쌍한 눈으로 쳐다봐서’, ‘기분이 내켜서’ 등을 빌미로 아무 때나 내줬다간 비만이 생기기 딱 좋다.

참았다 먹으면 더 '개꿀맛'이란 걸 얘들도 알아야 한다.

아, 불시에 간식을 완전히 끊을 경우 반려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빈도를 서서히 줄이는 방법을 권장한다. 줄이는 양/빈도는 기존에 먹던 것의 절반 정도면 적당하다.

 

■ 활동량에 따라 다르게, 운동하기

저 휘날리는 귀가 매력포인트다. 자주 보려면 자주 달리게 해주면 된다.

식단조절만 한다고 체중이 놀랄 만큼 줄어든다면, 비만 문제도 지금보단 한결 덜 심각했을지 모르겠다. 체중 관리는 다이어트의 꽃, 운동과 함께 병행해야 한다. 이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우리는 반려동물을 종종 집에 혼자 두게 된다. 피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는 걔들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사료 값도 나가서 벌어 와야 하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컴컴한 집에 반려동물을 두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

1인 가정에 동물을 한 마리만 키우면, 그들에겐 우리가 유일한 친구일 터다. 유일한 친구가 사라지면 쓸쓸해한다. 

우리가 나간 동안 반려동물이 쾌활하고 즐겁게 놀면 좋겠지만, 걔들도 외로우면 축 늘어진다. 그리고 그런 심리가 운동부족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평일에는 힘들 수 있지만, 주말에는 꼭 운동을 시켜주자. 공원 산책이든, 가벼운 운동이든 간에 말이다.

반려견들은 야외 활동을 통해 운동량을 채워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것이 좋다. 산책 싫어하는 뭉뭉이들은 매우, 정말 매우 드물다. 나가면 일단 혀부터 내밀고 뛰어다니지 않나. 그러나 고령의 견‘옹’들은 산책도 조심하자. 그분들은 달리기는커녕, 걷는 것 조차 쉽지 않을지 모른다.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티가 팍팍 난다.

한편 고양이들도 대체로 야외활동에 무리가 있다. 고양이들은 야외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노령견, 고양이들은 실내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는 게 좋겠다. 너무 무기력하거나 나이가 많다면, 화장실(배변패드)과 밥그릇, 쿠션(자기 자리)을 멀찍이 떨어뜨려놓자. 그 벌어진 거리라도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게.

 

■ 반려동물 다이어트의 주의사항

-반려동물 전용 다이어트 약?

정말 효과도 있고 건강에도 이상 없는 다이어트 약이라 해도, 산책과 사료 양 조절을 병행하는게 더 좋지 않겠나?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다이어트 식품이나 약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람들이 먹는 다이어트약의 효과를 쉽게 보지 못하듯 동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또한 우리와 달리, 반려동물의 종마다 다이어트약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용 전 충분히 알아보자.

 

-사람 음식은 웬만하면 주지 말자

의견은 다소 분분하지만 사람 음식은 주지 않는 걸 추천한다. 먹을 거 가지고 약올리는 것도 좀 하지 말고!

우리가 무언갈 먹고 있으면 반려동물들이 쪼르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뭔가 냄새나 소리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저게 대체 뭘까?’ 싶을 테니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러워도, 가능하면 사람이 먹는 음식을 반려동물에게 주지 않기를 권장한다. 특히 달거나 짠 음식은 동물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다이어트도 컨디션을 확인해가면서

아플 때 아프다고 말도 못하는 애들이니 꾀병같아 보여도 일단 확인하자.

멍멍이와 야옹이라는 이름은 그들의 울음소리에서 따왔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들은 말을 못 한다. 다이어트가 힘들어도 “고만 합시다!”라 성질을 내진 못한다. 또, 달리다 발바닥을 다쳐도 “아야, 뭐 밟은 거 같은데?”하며 멈춰 설 수가 없다.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우리 몫이다. 반려동물에게 무리한 다이어트를 강행하려다 후회하지 말자.

 

■ 사랑하는 나의 반려동물에게

무리메게 즐거뭄과 햄복믈 주는 멈멈미뫄 먀몸미들. [몬라민 커뮤니티 캡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이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려인, 보호자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쓸쓸한 생활에 서로에게 위로가 돼 주기도, 때로는 행복이 돼 주기도 한다.

반려동물과의 작별, 정말 피눈물나는 경험이라고들 얘기한다.

그런 그들에게 비만으로 인한 온갖 질병이 발생한다면 너무나 슬플 것이다. 특히, 그런 질병으로 인해 그들을 일찍 떠나보내야 한다면? 잠깐 상상만 했을 뿐인데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흔히 강아지나 고양이는 인간의 7배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고들 말한다.

10년, 내지 20년 가량을 사는 반려동물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어째 책임감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지 않나? 하지만 그 정도 책임감은 반려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어야만 한다.

함께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요 예쁜 놈들아.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시간에 비하면, 반려동물들이 이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반도 채 되지 않는다. 짧게 이 세상을 스쳐가는 반려동물을 위해, 그들이 보다 건강하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해주자. 그리고 한 번만 더 꽉 끌어안아주자. 우리의 ‘반려’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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