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스마트 디바이스로 영화나 TV쇼를 볼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 플랫폼들이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기존의 ‘미드(미국 드라마)’ 팬들 뿐 아니라 여기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미드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사랑과 이별 등을 다룬 이야기도 좋지만, 뭔가 새로운 걸 즐기고플 때도 있다.

2000년대 초반쯤부터 유행 물살을 타기 시작한 미드는 국내, 특히 공중파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로 제작되며 우리에게 색다른 감상을 전해준다. 그 동네 제작사나 방송사 사정은 우리보다 한결 자유로운지, ‘맨날 사랑타령만 한다’고 지적받았던 한국 드라마와는 결이 다르다.

자신의 기준에 의해 악당을 추적해 단죄하는 연쇄살인마, 덱스터. [드라마 덱스터 스틸 이미지]

인기 있는 미드 주제 중에는 ‘나쁜 놈들만 골라 죽이는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했다가 다시 갇히는 형제’의 이야기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온갖 소재들로 드라마가 제작된다. 심지어 최근 계속해서 극장에 걸리고 있는 슈퍼히어로 무비처럼, 그것보다는 규모를 작게 축소한 ‘슈퍼 히어로’ 드라마도 상당히 많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미드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은 흔히 미드를 ‘폭발하고, 누가 죽고, 추리하고, 누가 죽고, 야하고, 누가 죽고’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드의 매력은 그게 다가 아니다.

뭔가가 펑펑 터지고 누군가 매일 죽어나가는 미드만 있는 건 아니다. [드라마 IT크라우드 스틸 이미지]

이번에 공감포스팅팀이 소개할 미드들도 그런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미드가 아니다. 우리네 일상과 조금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그래서 더 관심이 가는 ‘시트콤’ 들이다.

영국 드라마, '영드' 중에도 재미난 시트콤들이 많다! [드라마 미란다 스틸 이미지]

그 중에서도 특히, 친구들과 함께 보면 좋을 우정의 미드 대표작들을 꼽아봤다. 취향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맥주를 놓고 치킨을 뜯으며 가볍게 보면 좋을 듯 싶다. 입문용이라 보기에는 그쪽 동네 문화에 대한 나름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이 작품들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런 미드들은 캐릭터가 핵심이기에, 드라마 소개와 함께 각 캐릭터들, '친구들'을 함께 소개해드리려 한다. 이런, 마치 실제로 내 친구들을 소개하는 것처럼 설레인다!

※ 미국 시트콤을 미시라 칭하자니 어째 이상해본문에서는 미드로 통일해 작성했다또한 등장인물도 친근감을 위해 성은 떼고 이름만 표기했다. 긴 시즌동안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친구처럼 느껴질 것이다!

 

 

■ Friends (1994~2004)

보다보면 이 장면에 괜히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Friends 인트로 영상 캡쳐]

서문을 읽은 이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법한 미드는 아마 ‘프렌즈’가 아닐까? 이 미드는 한 시즌 당 1년씩 총 10년에 걸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 분야의 레전드다.

이제는 다 내 친구들 같다. [드라마 Friends 스틸 이미지]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도시,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배경으로 하는 시트콤이며,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방영됐기 때문에 당시 시청자들은 극중 여섯 명의 등장인물과 실제로 친구가 된 것처럼 느끼기도 했단다. 완결 이후에도 아직까지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으로, 주로 ‘영어공부하기 좋은 미드’ 추천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작품.

어라… 분명 친구들이었는데… [라이프앤스타일 웹사이트 캡쳐]

한 시즌당 20여분짜리 에피소드 약 24개 정도로 구성됐으니 에피소드 수는 240개 가까이 될 듯 하다. 평소 미드를 한꺼번에 몰아보는 사람이라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듯. 그러나 긴 시간을 들여 감상하다보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착도 깊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 가지 단점은, 첫 방송 이후 20년 넘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조금 촌스럽다고 느낄만한 부분도 많다. 또한 화질도 요즘 미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나쁘다. 그래도 그 모든 단점을 커버할 만큼 재밌고, 또 사랑스러운 미드 중 하나다.

- 센트럴퍼크의 여섯 친구들 -

로스 (데이빗 슈위머)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고생물학자. 상당한 로맨티스트인데다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나름 허세도 좀 있는 편이고 대놓고 허당이다. 결혼한 아내가 돌연 레즈비언 선언을 하면서 이혼을 하게 되고, 이혼남이 된 상태로 작품이 시작된다.

 

 

 

모니카 (코트니 콕스)

여섯 친구들이 모이는 아파트의 실질적 주인이자 로스의 여동생. 직업은 요리사로, 결벽증이 심한데다 승부욕도 높고, 어린시절의 비만 때문에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다. 늘 완벽하려 애쓰지만 결점투성이라는 게 모니카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다. 

 

 

레이첼 (제니퍼 애니스톤)

돈 많은 집안의 장녀. 허영심이 많고 철이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모니카와는 학창시절부터 절친 사이였으나, 공주와 시녀 관계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수 있다. 인기는 많지만 사회 경험은 전무하다.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도망쳐 나오면서 친구들 그룹에 합류한다.

 

 

피비 (리사 쿠드로)

괴상한 성향을 가진 마사지사. 조금 철 지난 말로 표현해보자면 상당한 ‘사차원’ 캐릭터다. 의외로 다재다능하고, 소싯적에는 상당히 화려했던 듯 보인다. 친구들 중 가장 따로 노는 것 같지만, 그런 점에서 비롯된 개그 요소들도 많다. 

 

 

 

챈들러 (매튜 페리)

친구들 중 ‘드립’을 담당하는 인물.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에서 일종의 방어기재로 부적절한 농담을 마구 쏟아낸다. 세 명의 남자들 중에서도 상당히 찌질한 면모를 보이는데, 그만큼 매력도 많아 시청자들에게 인기있다. 

 

 

 

조이 (맷 르블랑)

챈들러의 룸메이트이자 단짝친구. 주로 ‘먹방’과 ‘멍청’을 도맡는 포지션이다. 다소 아둔하지만 친구를 아끼는 마음이 매우 크다. 무명배우라 가난하다는 점, 먹는 걸 매우 좋아한다는 점, 바람둥이라는 점이 한데 엮여 재밌는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낸다. 

 

 

 

■ How I Met Your Mother (2005~2014)

How I Met Your Mother, 줄여서 HIMYM이라고도 부른다. 국내서는 '하우멧'이라고도 칭한다. [드라마 How I Met Your Mother 스틸 이미지]

구성상의 유사함 탓인지 프렌즈와 많이 비교되는 미드다. 하지만 프렌즈와는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상당한 수작이다. 국내 인지도는 저조한 편이라고 한다. 단, 프렌즈와는 다르게 남자가 셋, 여자가 둘인데다 나름 주인공이 정해져 있어 남성적 성향이 엿보인다.

테드가 아이들에게 "Kids~(얘들아)"라며 시작되는 에피소드가 많다. [How I Met Your Mother 드라마 장면]

시점이 상당히 독특하다. 2030년의 어느 날, 주인공 테드가 두 자녀를 앞에 앉혀놓고 ‘내가 너희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How I Met Your Mother)’를 들려준다는 액자식 구성이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2030년 어느 날의 회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개그 요소도 많다. 초반 시즌에 뿌린 떡밥을 후반에 가서 회수하는 등의 복선과 복선회수도 상당히 재밌다.

어째 맨날 술집에서만 모이는 것 같다. [How I Met Your Mother 드라마 장면]

다만 결말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리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들지만, 결말이 어처구니없다며 분노하는 팬들도 많았다. 이는 스포일러이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시즌9까지 9년간 방영됐으며, 보다 보면 대체 ‘엄마(아이들의)’가 누구냐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등장하니 궁금해도 참아보자.

- 맥클라렌스의 다섯 친구들 -

테드 (조시 레드너)

작품의 주인공. 엄청난 로맨티스트로, 운명적 상대를 찾아 헤매거나 기다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상형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그런지 숱한 여자를 만난다. 대체로 연애를 시작하면서 “저 여자가 ’엄마‘인가?”싶게 만드는 낚시 연출이 독특하다. 

 

 

마샬 (제이슨 시겔)

직업은 변호사. 성격은 매우 유순하고 순수하며 유아적이기까지 하다. 릴리와는 연인 관계. 테드-릴리-마샬은 대학 기숙사 시절부터 친구지만, 로빈과는 엮일 일이 그리 많지 않아 약간의 어색함이 있다. 다정하고 상냥한데다 릴리밖에 모르는지라 1등 신랑감이란 평가도 있다. 

 

 

릴리 (앨리슨 해니건)

마샬의 연인으로, 키가 작아 둘이 함께 있으면 고목나무에 매미를 보는 것 같다. 장기 연애 중인지라 죽이 지나치게 잘 맞고,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트러블메이커이자 만악의 근원(...)이라는 시청자 평가도 있지만, 결국은 그녀 덕분에 깨알 재미 요소가 많이 나온다.

 

 

바니 (닐 패트릭 해리스)

바람둥이에 돈도 많지만, 유치하고 사악한 성격을 지닌 인물. 단단히 뒤틀어진지라, 진지한 연애를 극도로 기피하며 하룻밤 불장난에 만족하며 산다. 사실은 친구들을 매우 아끼지만 그것을 겉으로 티내지는 않는 츤데레 스타일. 극의 에피소드를 이끌어내는 핵심 인물 중 하나다.

 

 

로빈 (코비 스멀더스)

우리에겐 영화 ‘어벤져스’의 ‘마리아 힐’로도 유명할 그녀는 테드가 첫눈에 반한 상대로 작중 첫 등장한다. 하지만 첫 데이트부터 ‘사랑해요’라 말해버린 테드로 인해 결국 친구(?!)로 지내게 되면서, 맥클라렌스 그룹에 합류하게 된다. 의외로 총기류 마니아라는 설정이 있다. 

 

 

 

■ The Big Bang Theory (2007~)

시즌이 지나면서 짝을 찾게되는 친구들도 있다. 축하해! [드라마 The Big Bang Theory 스틸 이미지]

과거에는 이런 시트콤 류의 미드 대표작으로 ‘프렌즈’가 꼽혔다면, 최근에는 아무래도 ‘빅뱅이론’을 꼽는 이가 압도적일 터다. 심지어 미드 문외한도 이름만큼은 들어봤을 법 하다. 다만 미국 문화 외에도 서브컬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개그 포인트를 잡기 힘들 수도 있다.

친구들을 끌어모으려면 일단은 집이 커야하는건가… [드라마 The Big Bang Theory 스틸 이미지]

반대로 ‘너드(Nerd)’로 분류될 법한 사람들은 이 미드를 보면서 정말 배꼽 빠지게 웃을 수도 있겠다. IT기기나 기업, 게임, SF영화, 과학, 슈퍼히어로 등등 온갖 주제가 센스있게 곳곳에서 튀어나오니 말이다.

이렇게 친구들끼리 코스프레를 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드라마 The Big Bang Theory 스틸 이미지]

‘Smart is The New Sexy’라는 말을 유행시킨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의 ‘뇌섹남’ 열풍도 어쩌면 여기서 비롯된 것일지 모르겠다. 이 드라마가 ‘너드’ 문화를 미국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다루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현재까지 10개의 시즌이 나왔으며, 최소한 시즌 12까지는 제작이 확정됐다고 한다.

- 천재적인 ‘덕후’들과 페니 -

레너드 (자니 갈렉키)

본작에서 나름 주인공 격에 해당하는 인물. 괴짜스럽지만 다정하고 착한 성격으로, 네 친구들 중 가장 정상적인 인물로 보인다. 허나 그도 그리 평범하다고만은 볼 수가 없는 편이다. 옆집으로 이사를 온 페니를 짝사랑한다. 셸든의 룸메이트.

 

 

셸든 (짐 파슨스)

많은 이들이 본작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꼽는 인물. 온갖 기벽은 다 가지고 있으며, 유아적인 성격은 가끔 ‘소시오패스’ 같기도 하다. 자신감 넘치는 천재지만 유아적이고 이기적이란 설정 때문에 재밌는 장면을 이끌어내는 일등 공신이다. 

 

 

하워드 (사이먼 헬버그)

네 명의 덕후들 중 아마 가장 음탕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가장 이성을 밝히고, 또 가장 적극적으로 들이대지만 그의 작업 멘트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성희롱 드립이다. 때문에 연인관계까지 골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라제쉬 (쿠널 나이어)

인도 출신 천체 물리학자로, 독특한 인도식 영어발음이 개그포인트다.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 탓에 발생하는 에피소드도 관전 포인트. 여자 앞에서 말을 못한다는 설정이 있지만, 술을 마시면 또 잘만 한다. 어째선지 계속 여자가 꼬이는 스타일이다. 

 

 

페니 (칼리 쿠오코)

네 덕후들의 소굴인 레너드와 셸든의 아파트 옆방으로 이사 들어온 금발미녀. 다소 멍청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성격도 좋고 친절해 레너드를 심쿵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덕후들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그들 문화에 적응해나가는 모습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

 

 

 

■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최근에는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점차 장르의 폭을 넓혀가는 등 다양해져가고 있다. 한때 ‘형사들끼리 연애’하고, ‘병원에서 연애’하고, ‘재벌2세와 연애’하는 등 천편일률적이라 비판받았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 반갑기도 하다. 

정말 재밌게 봤던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SBS 웹사이트 캡쳐]

그러나 어째선지 가볍게 볼 수 있는 시트콤들은 찾아보기 힘들 만큼 서서히 없어져가는 추세다. 한때는 우리나라에도 명작이라 불릴 만 한 시트콤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웃음을 잃어가는 겐지 요즘은 방청객 웃음소리가 더빙된 시트콤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불과 몇년 전에도 재밌는 시트콤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흔치 않은 것 같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방송 장면]

물론 방청객 웃음소리가 더빙된 시트콤들이 최근 나오고 있는 명작 드라마들보다 좋은 콘텐츠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시트콤이 아예 멸종되다시피 하니까, 한 편으로 그리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기야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라면 뭔들 재미가 없겠는가!

이번에 공감포스팅팀이 소개한 미드들 외에도 추천하고픈 미드가 있다면 댓글을 통해 ‘미드 알못’ 기자에게 제보해주시길 바란다. 친구들과 함께 맥주 몇 캔 놓고 깔깔거리며 보면 딱 좋을, 바로 그런 미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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