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서울의 밤은 밝다곤 하지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것은 어째 캄캄한 어둠뿐이다. 밤이 내려앉은 서울 야경이 밝을지는 몰라도, 그 위는 그저 까만 먹지처럼 한 점 빛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종종 하나, 둘 쯤 반짝이는 빛을 발견할 수 있다. 그토록 많다는데도 도심 속 우리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그것은 바로 ‘별’이다.(물론 위성이나 비행기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도시에서는 이런 밤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반짝이는 저 별빛이 사실은 수십, 수백, 수천의 시간을 넘어 상상조차 힘들 만큼 먼 과거의 빛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모두 알고 계실 것이다. 빛의 속도가 제아무리 빠르다 해도, 아득히 먼 거리에서 빛나는 별빛이 우리 지구로 날아오기까지는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 쯤은 상식이니까.

까마득할 만큼 먼 거리의 저 빛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새삼 신기하다. ‘시공을 초월’한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어쩌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저 별빛이야말로 시공을 초월해 우리 눈에 빛나고 있는 것일 테다.

경외감마저 들 만큼 드넓은 우주로 데려다주는 천체망원경은, 우리의 탐사선이다.

우주, 별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사람 중에는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겠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 물건은 아득히 먼 별이나 달 등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시공을 초월하게 해주는 우주 탐사선이라 봐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 천체망원경 유형과 특징

한스 리퍼세이. [위키미디어 캡쳐]

최초의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 기술자 한스 리퍼세이(Hans Lippershey)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겹치는 방식으로 발명된 당시의 광학 망원경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구미를 당겼고, 그에 의해 1609년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게끔 개량됐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위키미디어 캡쳐]

그 뒤로도 천체망원경은 기나긴 세월 동안 발전과 개량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우주를 관찰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개인용 천체망원경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발전해오면서 현재 우리가 ‘천체망원경’ 하면 흔히 떠올리는 바로 그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천체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방식에 따라 굴절식, 반사식으로 나뉜다. 물론 다른 물건들도 그렇듯, 두 형태를 합한 ‘하이브리드’ 격인 ‘반사 굴절식’ 망원경도 있다.

 

반사식 망원경

반사식 망원경 원리. [BBC 캡쳐]

오목렌즈와 거울을 이용해 빛을 반사하는 형태로 관측하는 반사식 망원경은 빛이 렌즈를 통과하면서 흩어지는 ‘색수차’가 거의 없거나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굴절식 망원경에 비해 휴대가 간편하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렌즈에 맺히는 상이 불안정하고 명암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물론 존재한다. 행성 관측보다는 성운, 성단 관측에 유리하다는 평이 있다.

 

굴절식 망원경

굴절식 망원경 원리. [BBC 캡쳐]

굴절식 망원경은 구조에 따라 갈릴레이식, 케플러식으로 또 한번 분류될 수 있다. 볼록렌즈를 이용하는 굴절식 망원경은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때문에 천문관측 입문자들에게는 반사식보다 굴절식 망원경을 추천한다. 흔히 달이나 행성을 관측할 때 쓰인다.

단점으로는 색수차 현상이 심해 별을 선명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또한 가격대가 반사식에 비해 다소 높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겠다.

 

반사 굴절식 망원경

반사 굴절식 망원경 중 '막스토프-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의 모습. [위키미디어 캡쳐]

이름 그대로 반사와 굴절의 원리를 모두 이용해 단점을 보완한 방식의 망원경이다. 경통이 짧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점거리가 길기 때문에 휴대나 보관이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예상하시듯, 두 형태의 망원경을 합한 셈이다 보니 가격대가 높다고 한다.

 

■ 천체망원경은 비싸다?

천체망원경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게, 외견만 봐도 상당히 예민해 보이는 데다 구조도 상당히 복잡해 보이기 때문이다. 렌즈나 경통이 묵직하다는 점도 그렇고.

사실 천체망원경이 저렴한 취미는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보급형 제품도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이다. 천체망원경은 독서나 게임 등 다른 취미생활에 비해 진입장벽이 확실히 높긴 하다. 더군다나 이런 장비들 대부분이 그렇듯, 천체망원경도 비쌀수록 제값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너무 실망 마시라. 요즘은 가성비 좋은 보급형, 저가형 모델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니까. 그 덕에 우리는 큰 맘 먹고 천문대를 가지 않아도 원하는 곳에 천체망원경을 들고 은하수를 탐사하는 여행자가 돼 볼 수 있다.

 

■ 천체망원경을 구매할 때

천체망원경은 기본적으로 정밀과학기기다. 때문에 비전문가들의 눈에 규격이나 생김새가 비슷해보여도 사실 그렇지가 않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천체망원경의 ‘규격’에 대한 고민을 간과하는데, 사실 상당히 중요한 점이 바로 규격이다.

밤에도 잠들지를 못하는 도시에서는 너무 밝아서 별을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익히 알고 계시듯, 도심지는 밤이 돼도 상당히 밝다. 따라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만족스러울 만큼 별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어둑한 교외로 나가야만 한다. 이때 자가용 운용이 불가능할 경우, 휴대가 간편한 모델을 선택해야한다.

이 밖에 자신이 무엇을 관측하려는 지를 염두하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 성단이나 성운 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굴절식 보다는 반사식이 적합하다. 반대로, 역시 “천문관측은 달이지!”라는 분들은 굴절식을 선택해야겠다.

별도의 장비가 필요한 취미에 입문하는 사람들 중 그런 이들이 상당히 많다. 왜, 남들이 좋다는 제품 사서 한 두 번 쓰고 나서는 창고에 쳐 박아두는 그런 분들 말이다. 기자 주변에도 그런 식으로 낚싯대, 스노우보드를 사서 창고를 채우는 친구들이 있긴 있다.

저 무수한 별들을 선으로 이으면 별자리가 될 것이다.

천체망원경 역시 그렇게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여러분이 천체망원경을 구매만 하고, 천체와 별자리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모든 점들 때문에, 대다수의 천문 관측 동호인들은 장비를 직접 구입하기 전 동호회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천체 관측 동호회 활동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단체 관측에도 함께 따라나서면서 각 제품의 특징과 장단점, 자신의 여건과 목적 등을 파악한 후에 장비를 구입하라는 것이다.

만약 동호회 활동을 할 여건이 안 되거나, 모르는 사람과 섞이기가 껄끄러운 쑥스럼쟁이들은 천문대를 미리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에는 생각보다 많은 천문대들이 있다. 일기가 적당한 날을 골라 천문대를 방문해보자. 눈앞에 별세계가 펼쳐지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 별을 더 잘 볼 수 있는 방법

천체 관측에 가장 좋은 계절?

이렇게 구름 낀 밤에는 별 보기 힘들다는 건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기가 건조해 빛의 산란이 적고, 미세먼지 농도가 적은 가을, 겨울철이 천문 관측을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물론 요즘 같은 여름철에도 기상상태만 맑다면 문제는 없다. 구름이 낀 날은 천체 관측이 어렵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어딜 가야 밤하늘이 잘 보일까?

지속적으로 언급하지만 도심지는 야간에도 빛 공해가 심해 천체 관측이 쉽지 않다. 적어도 이 대도시보다는 빛 공해가 적은 시골, 교외로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차량 운용이 어려운 어린 친구들이 혼자서 천체 관측을 하기 쉽지 않은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스마트한 세상, 천문 관측도 스마트하게

AR을 활용해 별자리를 알려주는 앱도 있다. [Sky Map /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쳐]

과연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은 게 분명하다. 천체 관측 역시 도와줄 수 있는 ‘앱’들이 있으니까. 천체 관측 앱으로 별자리나 행성의 위치를 확인해볼 수 있다. 요즘은 아예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천체망원경도 있다고 하니, 세상 참 좋아졌다. 만세!

 

■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온갖, 말 그대로 수만 가지 생각이 유성우처럼 머릿속에 쏟아져 내린다. 아직 덜 여문 어린이들은 저 별의 이름이 궁금해질 수도 있겠고, 그보다 조금 머리가 굵은 사춘기 청소년들은 자신이 우주에서 얼마나 먼지 같은 존재인지를 체감할 수도 있겠다.

어릴 적 별을 관측해본 경험은 상당히 오래도록 가슴 깊이 남을 수도 있다.

기자도 어릴 적 옥상에서 아버지와 함께 천체망원경을 타고 우주로 나서본 적이 있다. 물론 조종석, 그러니까 천체망원경의 각도 조절은 아버지가 도맡았지만, 아버지(그땐 아빠라고 불렀다)는 밤하늘 곳곳에 숨겨진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들려주며 내 곁에 꼭 있어주셨다.

그땐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아버지도 나를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셨겠구나, 싶다. 당신의 쬐그만 아이가 별을 보며 온갖 공상을 펼치고, 우주처럼 커다란 꿈을 갖길 바라셨을 테니까. 그러려면 아이에게 이것저것을 들려줘야 할 테니까.

기자는 퇴근길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어차피 서울에서 별을 보기가 쉽지 않으리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별 한 둘 쯤은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러다 하나 둘 반짝이는 그들을 발견하면 어린 시절 품었던 동경과 호기심이 되살아난다. 그게 퍽 기분이 좋더라. 반갑기도 하고.

지상의 별도 예쁘지만, 드물게 보이는 하늘의 별도 못지 않게 아름답다.

그렇게 별을 관측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어린 시절의 기억이 30살이 된 지금까지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할 만큼깊게 남는다. 어쩌면 여러분에게도 그런 소중한 추억이 자리 잡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천체망원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늘이 맑은 밤에는 종종 위를 올려다보자. 분명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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