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자에 대한 관용적 태도, 당사자주의, 두 가지를 실천해야

▲ 강란희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니스트]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빚을 진 채무자들이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새로운 출발을 꿈도 꿀 수 없는 사회로 변해 버렸다. 법원은 보수화 되고 법원이 임명한 파산관재인이나 개인회생위원은 완전한 굴림 자로서 자리를 잡고 궁지에 몰린 채무자들을 쥐 잡듯 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 곳곳에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이 기댈 곳은 오직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란 제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만만치 않다. 채무자들의 어렵고 힘든 사정을 말하면 이들은 도덕적 해이를 같다 부친다. 또 이들은 채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힘들게 하면 마치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채무자든 사회적 약자든 빛을 볼 수 있는 날은 없을까?

여기서 잠깐 우리는 인생을 100m 달리기에 비유해 보자. 누구나 인생의 출발점은 동일 선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금 수저와 흙 수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경주를 하기위해 출발점에서 출발한 선수들 가운데 경주도중 어떤 이유로든 넘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할까?

경기도중 넘어진 선수들을 그대로 경기의 탈락자로 놔두는 게 과연 옳을까? 하지만 넘어진 선수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선수 일 수도 있다. 이 선수를 그냥 탈락자로 버려두면 이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재능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패자부활전이다. 패자들 끼리 경주를 다시해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선수를 선발하면 된다. 때로는 패자부활전에서 뽑힌 선수가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실패를 하고 패자부활전의 출발점에 다시 한 번 세워달라는 수많은 개인파산자나 개인회생신청자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일부 파산관재인이나 개인회생위원들은 마치 이들을 벌레 보듯 취급하는 등, 그냥 인생 낙오자로 점찍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원성이 높다.

 

여기서 기막힌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3월 19일 목요일 파산관재인을 면담하러 간 A씨가 제보를 해 왔다. 약 30분정도 기다렸다가 파산관재인과 면담을 했는데 A씨는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대역죄를 짓고 취조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회고 했다.

A씨는 관재인의 요구대로 육하원칙에 맞춰서 작성하면 좋겠지만 개중에는 육하원칙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냥 사실그대로 있는 그대로 작성해서 가지고 갔는데, 관재인은 진술서를 살펴보더니 육하원칙에 맞지도 않고 그냥 써 왔다면서 ‘자신이 숙제를 내 줬으면 그걸 해오고 말을 해야죠, 애들한테 공부하라 하지 말고 이것도 엄마 공부에요.’라고 하면서 핀잔을 주었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사업하다가 사기를 당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하자 관재인은 ‘그건 돈을 떼인 거지, 그게 사기입니까? 나(관재인)도 5~6년 전 일 말 하라면 기억이 안나요. 하지만 못 배운 사람들은 매일 그날이 그날이니 다 기억할 수도 있지, 갑자기 큰일을 당하면 기억이 나지 안 나겠어요?’라는 인격 모독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참다못해 울면서 ‘왜 저에게 다그치십니까? 저도 여기 오면서 죽고 싶은 심정으로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관재인 ‘그러니까 오기 전에 숙제를 제대로 해 왔어야죠, 안 그래요?’ A씨는 ‘죄송합니다. 제가 무지 했네요.’라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관재인의 요구나 호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든 가족 즉 남편 아들 딸 시어머니 시아버지 등등 가족들의 금융거래와 휴대폰 사용내역 전 월세 거래내역 기타 셀 수도 없는 서류들을 12년 전부터 요구했다. A씨 이것이 개인파산이 아니라 가족 파산이라고 말하고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채무자들은 삶의 존엄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불법적인 채권추심에서 벗어나 패자부활전 새 출발선에서 새롭게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 기회를 한번만 달라고 제도에 호소하는데 결국 법원은 삶을 포기하고 인간의 존엄마저 포기하라고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오갈수도 없는 현실에서 빚을 갚으라고 궁지에 몰아넣을수록 가난한 채무자들만 삶과 죽음의 공포와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된다. 채무자도 인격을 갖춘 사람이기에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한다.’

 

2015년 대법원 사법통계(도산) 사이트가 완료되었다.

서울중앙법원은 개인파산 13,516건(전년도 13,805건)

개인회생 21,351건(전년도 25,167건)

 

전국법원은 개인파산 53,866건(전년도 55,467건)

개인회생100,096건(전년도 110,707건) 등이고

 

개인파산은 전국적으로는 2.9%감소(서울중앙법원은 2.1%)

개인회생은 전국적으로는 9.6%감소(서울중앙법원은17.2%)

<자료:한국금융피해자협회>

 

위자료에서 보듯이 개인파산이나 회생이 전년대배 현저히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다중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도덕적해이로 볼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사회의 잉여 인간들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자료에 따르면 관재인 업무를 수행하는 한 법조인은 “서울중앙법원의 개인회생 감소 추세가 이례적인데 재작년부터 시행한 회생브로커 체크리스트제도와 법무법인 경고 및 고발조치(대한변협/대한법무사협회/법조윤리협의회/검찰 등)의 영향으로 보이고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에서 브로커 정보를 전국적으로 공유할 것을 2015년 말에 대법원에 건의하였으므로 전국적으로 위 제도가 시행될 경우에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법조인은 “실무상 개인파산 신청해야 할 사안이 너무나 명백함에도 억지 춘향 식으로 채무자를 기만(?)하여 회생으로 유도하는 듯한 사건이 너무나 많으므로 회생이 파산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은 비정상적이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우려스러운 것은 “그 비율을 인위적, 작위적인 수치로 맞출 수 야 없지만 회생신청인이 변제계획을 정상적으로 완주하는 비율이 파산면책비율(90%이상~98%)에 버금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훨씬 밑도는 면책 율 하에서 과도한 회생으로의 쏠림은 문제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사정을 접한 한 법조인은 “실패한 자에 대한 관용적 태도, 당사자주의 이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파산법원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채무자들을 사지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을 갖춘 파산관재인이나 개인회생위원들로 구성하여 정말 공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를 철저히 가려내어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욕보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중 채무자들도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부모이고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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