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금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에서 이전에 살고 있었던 5마리의 진돗개는 자리를 비워 주고 떠나고 이제는 새로운 식구 떠돌이 잡종 개 ‘토리’를 맞이하였다고 각종 매스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최고의 통치자들이 살았던 공간에는 반려동물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궁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동물들을 귀히 여기고 존중과 배려 할 줄 아는 덕이 많으신 임금님을 만나야 팔자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살아 갈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더운 삼복지절을 견디어내야 하는 개들 역시 주인 잘 만나야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내의원(약방) 궁중의 의약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

지금의 창덕궁에는 임금님이 살고 있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많은 동물들이 저마다 영역을 차지하고서 왕 노릇을 하려고 한다.

창덕궁 내부가 궁금하여 신선원전 궁장을 넘어 들어온 멧돼지는 불행이도 죽음을 맞이하여야 했다. 너구리 가족은 여전히 종묘와 창경궁 궁문과 여러 틈바구니 사이를 오가면서 대낮에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타나 이리 저리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관람객들이 그곳으로 모두 몰려가 사진을 찍고 함성을 지르는 바람에 해설에 방해를 받은 적도 있다. 어느 날인가는 궁에서 기르지도 않은 개가 나타나 관람객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여 시간을 지체하기도 하였다.

창덕궁에서는 여러 이유로 개를 길렀다. 동궐도에는 개모양의 그림과 개집으로 추정되는 자그마한 집모양이 여러 곳에 보인다. 창덕궁 후원의 영화당 월대 위, 지금은 사라진 정조 임금당시 왕대비인 숙종 계비 인원왕후의 처소였던 경복전 상단의 나무들 사이의 개 그림 그리고 부용지와 영화당 사이, 창경궁 자경전 주위의 개집모양의 그림 등으로 보아 궁궐에서 개를 길렀음을 쉽사리 유추 할 수 있다.

연산군은 사냥과 개를 매우 좋아하여 조준방(調隼坊)이라는 부서를 두어 사냥에 동원할 매와 개를 무수히 기르는 일로 인하여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 국고를 탕진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대간(臺諫)들이 자주 “전하께서는 방탕한 욕심을 경계하시며, 희노(喜怒)를 삼가시어 날이 갈수록 조심 하십시오”라는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종임금은 대신 등이 아뢰기를 연산군이 기르던 사나운 짐승은 없애버리고 개는 무사(武士)에게 나누어 주라고 상소하자 그리하도록 하라는 전교를 내린 일도 있다.

동궐도 경복전 상단 화려한 꽃 가운데 앉아 있는 개

숙종임금은 개를 싫어 하셨고 고양이만을 좋아하셨다. 승정원일기에는 가끔씩 궁궐내로 떠돌이 개가 들어온 사실을 기록에 남기고 있다. 영조 임금은 내의원에서 기르는 하얀 개가 대궐 뜨락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시고 궐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였으며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세종 임금은 조선에 온 사신들에게 개[狗]를 선물하기도 하였다. 사도세자는 그림에도 조예가 있어 개 그림을 그렸다고 하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중종 때 김안로의 권세가 막강할 적에 참봉 이팽수라는 사람이 있었다. 김안로가 개고기 구이를 좋아하는 줄 알고 날마다 개고기 구이를 만들어 제공하면서 아첨을 떨어 김안로의 추천을 받아 청현직(淸顯職)에 오르자 온갖 못된 짓을 다하였다고 한다.

창덕궁의 서궐내각사에는 왕실의 치료를 담당하는 내의원이 있다. 승정원일기의 기록에는 약재를 쓰기 위하여 하얀 개는 늘 상 키웠지만 검은 개는 필요에 따라 길렀다고 한다. 하얀 개의 젖은 눈 질환 치료에 좋고, 똥은 넘어져 다쳐서 혈액의 흐름이 막혀서 경맥 내에 머물러 있어 제거되지 않아 생기는 어혈(瘀血)을 치료하는데 잘 듣는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경기를 할 경우 하얀 개의 똥 즙이 효과가 있어서 구급약으로 또, 검은 개의 똥은 사분산이라는 약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진선문 안쪽 삼도에 나타난 떠돌이 개

三伏(삼복)더위의 한자인 伏(복)은 사람 人(인)과 개 犬(견)의 합성어다. 사람과 개가 이 폭염을 함께 견디어 내고 한편으로는 반려동물과 더불어 잘 살아가야함을 의미하는 것 같다.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는 자주 외부의 떠돌이개가 창덕궁을 들어왔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지엄한 궁궐이나 청와대를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하지만 궁궐을 찾는 살아 있는 뭇 생명들이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다른 이웃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비록 떠돌이 개라 할지라도 궁궐 구경 온 동물로서 누려야할 권리는 존중받아야함이 마땅하다.

삼복에 궁궐 길라잡이들이 제일 먼저 챙기는 것 중에 하나가 시원한 물 한통이다. 찜통더위와 길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전신을 화끈거리게 하지만 궁궐을 자주 많이 찾아주시는 관람객들의 열정적인 궁궐사랑과 열정은 길라잡이들에게는 무더위를 어느 한순간에 싸~악 잊어버리게 하는 청량제이자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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