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신창현 의원 주최 '과로사 및 과로자살 방지를 위한 토론회' 열려

[공감신문] 1970년 11월 13일 서울시의 청계천 다리 밑에서 한 청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노동운동가인 고(故) 전태일 열사다. 그가 열악한 근로환경의 개선을 주장하며 산화한 지 약 40년이 지났음에도, 대한민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해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 1766시간 보다 347시간 많은 수치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의 근로시간은 171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낮다.

장시간 근로해, 그만한 성과가 나온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경기 의왕시과천시)은 21일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창현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과로사 및 과로자살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21일 국회에서 '과로사 및 과로자살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신 의원은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에게도, 사용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특히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사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2008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과로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2994명이다. 이는 연 평균 332명 수준”이라며 “노인, 청소년 등 모든 계층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다. 무려 지난 12년간이나 계속돼 왔다. 높은 자살률은 결코 과로자살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과로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과로사나 과로자살에 대한 정의, 정부차원의 통계·분석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과로로 인한 사망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로사나 과로자살이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고, 정부차원의 통계·분석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로사와 과로자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특정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까지 발생했던 집배원의 과로사, 과로자살 문제를 비롯해 복지부 워킹맘 과로사, 게임업체 직원 과로사, 방송국 PD 과로사 등 민간과 공공영역을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이런 상황임에도 과로사 정의 등 법적 용어가 존재하지 않아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를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신 의원은 더 이상 과로로 목숨을 잃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도 발제를 통해 과로사·과로자살의 개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연구위원은 “아동노동을 ‘백인노예제’라 의제화한 초기 산업화 시기의 상징 투쟁처럼, 과로죽음을 정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개념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문제를 문제로 조명하는 일조차 힘들다. 과도한 업무와 실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개념이 부재한 상태여서 과로로 인한 사회적 죽음들이 ‘개인적인 죽음’으로 환원되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과로자살의 원인 규명 노력과 동시에 개념을 생성해,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착취적 생산관계로 발생하는 사회적 질병임을 의제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로사·과로자살 방지 토론회’에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축사를 통해 한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추미애 대표는 시장에 가면 상인 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 것 같지만, 대부분 정치에 관심을 둘 수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바쁜 분들이라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실 그렇다. 많은 이들이 당장 먹고 사는데 바쁘다.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기자의 친구는 술자리에서 '최순실 사태'로 인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당장 매출 등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관심 갖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이를 두고 게으른 핑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직면한 바쁜 현실은 정치는 물론, 자신의 건강까지 돌볼 수 없게 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반드시 법적용어로 정의되고, 방지 대책이 수립·시행돼야 한다. 과로사에 대한 법적용어 부재는 근로현장 문제임과 동시에 현재 사회의 단면이다. 그렇게 과로사 문제를 시작으로 쌓여 있는 문제들이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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