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김영호 의원 주최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들' 토론회 열려

[공감신문] 기자는 부모님의 맞벌이로 유년시절을 조부모님과 보냈다. 기자의 조모는 어린 기자를 데리고 가끔 마실을 가곤 했다. 마실이라고 해봐야 어디 특별한 곳도 아니고, 조부모님의 옆집 정도였다.

자주 마실을 가던 그 곳에는 거동이 불편하고,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형이 있었다. 조모는 기자를 데리고 그 이웃집에 자주 방문했고, 기자는 지금도 그 형과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기억 때문인지 기자는 성장한 뒤에도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거리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만났고, 놀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데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가운데 뜬금없지만 22일 국회에서 통합놀이터 확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통합놀이터를 전문가 등의 말을 빌려 설명해 보자면 장애 유·무, 성별, 나이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다. 이 같은 통합놀이터가 왜 확산돼야 할까?

22일 국회에서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은 통합놀이터 조성이 ‘장애, 비장애를 아우르는 사회적 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의원은 노는 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권리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의원은 “몸이 불편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재밌게 노는 것을 지켜보며, 그저 부러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장애 아이들의 ‘놀 권리’를 위해 지난해 1월 국내 최초의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 놀이터’가 어린이대공원에 만들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꿈틀꿈틀 놀이터’ 이후로 통합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실질적인 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통합놀이터는 나이, 성별,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어린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김 의원은 통합 놀이터 조성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를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의원이 이처럼 강조하는 통합놀이터를 미국 등 선진국은 10여년 전, 그 이전부터 조성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남진 장애물없는환경시민연대 국장에 따르면 국내 통합놀이터 관련 상황은 법적 근거도 미약하고, 안전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은 더이상 미뤄질 수 없다.

앞서 지난 3일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유종필의 관악소리’를 통해 지난 2014년 구청장선거 때 길에서 만났던 한 발달장애 자녀의 엄마에게 들은 말을 전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세 가정의 부모가 자녀를 자기 손으로 저 세상으로 보낸 후, 자살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때의 충격과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유 구청장은 장애인종합복지관을 건립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놀이터 확산' 토론회에 참석한 수화통역산 분이 수화를 하고 있다. 수화통역사는 토론회 인사말 부터 발제까지 모두 통역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사는 대한민국은 유 구청장이 전한 사례처럼 슬프다. 이 때문에 통합놀이터는 놀이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앞서 김 의원은 통합놀이터는 나이, 성별,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통합놀이터의 확산은 단순한 놀이터의 확산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이 해소되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 본다.

통합놀이터가 확산되고, 그곳에서 나이, 성별,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그 때는 최소한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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