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측, '매각 중지 요구 소송' 카드로 도시바 반도체 인수 타진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 매각의 우선협상자 한미일 연합이 아닌 웨스턴 디지털(WD)측과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공감신문]

[공감신문] 일본 도시바(東芝)가 자사 반도체 부문 매각의 방향을 선회했다. 도시바가 매각협상 대상을 바꾼 것이다. 도시바는 당초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그 동안 "매각 절차를 방해한다"고 비판해왔던 미국 웨스턴 디지털(WD)과 반도체 부문 매각 협의에 들어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3일 이 소식을 보도했다. 매체는 또한 도시바가 이달 내 WD측과 매각 협상 결론을 내릴 것이라 예상했다. WD는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인수 연합을 형성하게 된다. INCJ는 한미일 연합에도 소속돼 있기 때문에, 도시바가 어느 쪽과 인수를 매듭지어도 INCJ가 인수 대상자에 포함될 전망이다. 

WD는 그간 협업해온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매각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중재법원에 준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도시바가 돌연 태도를 바꾸고 WD와 매각 협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간 WD가 제소해온 소송 등과 무관하지 않다. WD는 미국 법정과 국제중재재판소 등을 통해 도시바 반도체의 매각 절차에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이밖에도 한미일 연합의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에 의결권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로 매각절차가 교착상태 빠지자, 한시 바삐 매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도시바로서는 WD측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될 수밖에 없다. 도시바와 WD의 합의가 진척되면 WD는 매각 중지를 요구한 국제 소송을 철회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도시바 반도체 주력공장 욧카이치공장의 3월 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공감신문]

그러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WD측과의 협의가 도시바의 의도대로 끝나지 않을 경우, 도시바는 새로운 자본 증강안을 포함한 재건 방안에 대해 재검토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WD측과의 협의가 불발이 될 경우 매각과정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편 WD도 도시바가 눈길을 돌린만큼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WD는 INCJ이외에도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일본 정책투자은행 등과 연합해 총 1조 9000억엔(약 19조 6676억원)의 인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WD의 스티브 밀리건 CEO 등 수뇌부가 이달 중 일본을 방문, 도시바와 접촉해 반도체 부문 인수 합의안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했던 매각중지 소송을 철회한다는 것이다. 

도시바 측은 8월 중순, 거래은행단에 대해 WD·KKR 연합과 매각 교섭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WD의 교섭담당 간부 역시 이번 주 일본 현지에서 도시바 및 진영 관계자와의 교섭에 돌입했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채무초과 문제를 해결하고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늦어도 이달 중에는 매각 절차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도시바가 우선협상자를 변경한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요구 조건과 유사한 기술자 등 종업원의 고용 유지를 매각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고 상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매각 절차가 만약 남은 8월 내로 계약을 마무리해도, 인수자별로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약 6~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내년 3월 말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기에는 시일이 빠듯하다.

이에 따라 주무 부서인 경제산업성도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성은 INCJ나 정책투자은행이 빠른 시기에 매각할 수 있는 진영과의 협상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 과정의 변동에 업계 관계자 등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공감신문]

한편, 도시바와 WD의 합의시에는 한미일 연합에 속해있는 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도 연합에서 나와 WD·KKR 연합 진영으로 참가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시바가 WD와의 협의로 방향을 튼 이유를 WD와의 소송, 한미일 연합 협의 교착상태 등으로 꼽았다. 우선 국제중재재판소가 WD의 주장을 인정하고 매각 금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당초에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던 한미일 연합과의 협의는 멈춰선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WD와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한미일 연합과 재협상의 여지도 존재한다. 도시바와 WD가 인수액, 출자비율 등의 조건에서 타협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한 도시바는 WD나 한미일 연합 둘 중 한쪽 진영과의 매각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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