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게임은 ‘여러 명이 한 자리에서 즐겨야 제 맛’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좁은 키보드를 둘이서 좌우로 나눠 게임을 즐기고, 오락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자웅을 가리는 일이 많았다.

사진 속 어린이들의 표정이 좀 과하게(…) 들떠보이는 것 같지만, 저만큼은 아니어도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면 한층 더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초창기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콘솔이 가정에 보급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도 이는 얼마 간 유지됐다. 방과 후, 게임 콘솔이 있는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가면 게임패드를 하나씩 붙잡고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불편했을 법도 하다. 지금이야 데스크톱이나 TV 모니터의 사이즈가 제법 크지만, 그 시절에는 그리 큰 화면이 흔치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좁은 화면을 둘로 나눠 게임을 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시절 키보드 하나를 가지고 둘이 달라붙어 두들기는 것도 지금에 와서는 ‘엄청 불편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굳이 얼굴을 안 봐도 게임 속에서 친구들과 만나기 상당히 쉽다. [드래곤볼 제노버스 게임 장면]

요즘에는 그런 불편들도 추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제 게임 문화와 기술들은 상당히 발달해버려서, 요즘의 게이머들을 보면 같은 게임을 하기 위해 그 시절처럼 ‘같은 공간’에 있을 필요가 별로 없다.

인터넷의 발달은 전자 유희 문화에도 상당한 흐름을 미쳐서, 이제 우리는 방안에 혼자 있어도 친구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게이머들과 함께 협동하거나, 대결을 펼칠 수 있다.

화면 분할이 필요없는 이런 게임 유저들 외에는, 게임 패드가 두개일 필요성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스트리트파이터5 게임 장면]

그래서일까?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 중에는 애초에 2명이 한 자리에서 플레이하길 권장하는, 소위 ‘카우치 코옵’이라 부르는 타이틀이 적다. 한 화면을 두 플레이어가 나눠서 보는 일명 ‘화면 분할’을 지원하는 게임도 그리 많지 않고, 화면 분할이 필요하지 않은 ‘대결류’의 게임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출시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그렇게 점차 없어져가고 있는 ‘오프라인 2인용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들’을 몇 가지 살펴봤다. 

 

■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 (2P 지원)

게임을 하다 보면 밀려오는 '뽐뿌'에 완구 매장을 전전하게 될 지도 모른다.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 게임 장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완구 제조사 ‘레고’와 세계에 슈퍼히어로 붐을 일으킨 ‘마블’의 콜라보. 레고는 그간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등 유명 영화 IP와의 콜라보를 진행하며 유사한 느낌의 게임들을 출시해왔는데, 이번 작품의 경우 게임성 자체도 상당히 호평 받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 게임 장면]

게임 제목부터 ‘어벤져스’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슈퍼히어로즈’인 것처럼, 마블 코믹스에 소속된 대부분의 슈퍼히어로와 빌런들이 총출동한다. 물론 이들을 처음부터 모두 조작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나둘씩 얻어야 한다고… 150여 명에 달한다는데 언제 다 모으지?

친구와 함께 각기 다른 슈퍼히어로가 돼 도시를 누벼볼 수 있겠다.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 게임 장면]

2인용 플레이를 지원하기에 슈퍼히어로 팬들이라면 친구와 함께 모여앉아 플레이해볼 법 하다. 특히 모든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레고이기 때문에, 레고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 게임의 특색이자 장점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나름 거둬서인지, 올 11월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2’가 출시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시리즈 최초로 공식 한글화까지 지원한다고 알려졌다.

 

■ 팻 프린세스 어드벤쳐스 (2~4P 지원)

제목을 직역하면, '뚱뚱보 공주의 모험' 쯤 되려나? [팻 프린세스 어드벤쳐스 게임 장면]

검색포털에 ‘여자친구와 하기 좋은 PS4 게임’이라는 식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늘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이다. 팻 프린세스 어드벤쳐스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으로, 아내를 졸라 PS를 구매한 많은 이들이 플레이해봤을 법 하다. 그만큼 최근의 다인 플레이 게임 중에서는 유명하고, 여성 게이머들이 재밌게 플레이했다는 평가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캐릭터는 귀여워도 피 튀기는 고어한 연출은 들어가있다. [팻 프린세스 어드벤쳐스 게임 장면]

게임은 뭐랄까… 조금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버전의 ‘디아블로’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래픽이 아무리 귀여워도 기본적으로는 액션 RPG이기에, 의외로 유혈이 낭자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 기능은 마음 여린 유저들을 위해 꺼둘 수도 있다. 또한, 줄곧 비교되는 디아블로처럼 아이템을 파밍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 레고월드 (2P 지원)

마인크래프트를 하며 '레고'가 떠올라 좋았다면, 레고 자체 IP로 만든 이 게임도 추천한다! [레고월드 게임 장면]

“뭘 레고 게임을 또?!” 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레고월드는 앞서 소개한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즈’처럼 액션 어드벤쳐 장르는 아니다. 이 게임은, 말하자면 ‘마인크래프트’류의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에 속한다.

만들고, 탐험하고, 부수고를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은 레고를 사랑하는 어린이와 키덜트 모두를 만족시키기 충분하지 않을까? [레고월드 게임 장면]

사실 레고라는 완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만든다’는 점 아닐까? 그렇게 보자면, 금전의 압박을 받지 않고도 원하는 대로 만들고, 그곳을 직접 탐험해보고, 또 부술 수 있는 이 게임이야말로 레고 고유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 아닐까 싶다.

드넓은 맵을 분할화면으로 보는 게 답답하다면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뛰어드는 것도 재밌겠다. [레고월드 게임 장면]

최대 2P까지를 지원하며,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게임 장르 특성상 화면 공유가 아닌 화면 분할을 채택했다. 물론 온라인 멀티플레이어도 지원(최대 4P)한다.

 

■ 비욘드 투 소울즈 (2P 지원)

초능력 때문에 아기때 부터 인생 제대로 꼬여버린 주인공 조디 홈즈. [비욘드 투 소울즈 게임 장면]

비욘드 투 소울즈는 ‘인터렉티브 무비’ 형식이라는, 상당히 독특한 장르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어드벤쳐성이 강한 게임이면서도, ‘게임’이라기 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플레이가 이런 류의 게임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싱글플레이 전용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싱글플레이와 2인 플레이를 함께 지원한다!

영화배우 엘렌 페이지와 윌렘 데포가 표정과 모션 캡쳐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비욘드 투 소울즈 게임 장면]

영화배우 ‘엘렌 페이지’를 캐릭터 모델로 사용한 이 게임은 초현실적인 존재인 ‘에이든’과 얽힌 여성 ‘조디 홈즈’의 생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 속에서 조디는 에이든과 함께 협동하거나 소소하게 부딪히곤 하는데, 이 과정을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즐겨볼 수 있다.

두 플레이어가 각각 조디와 에이든을 맡아 위기를 해쳐나가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비욘드 투 소울즈 게임 장면]

이 게임이 영화에 가깝다고 평가한 이유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상케 하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조디와 에이든을 조작하면서 엔딩까지 함께하다보면, 어느새 게임의 엔딩을 보면서 가슴 깊이 감동받게 될 지도 모르겠다.

 

■ 그 밖의 대표적인 ‘접대용 게임’들

프로레슬링이 유행일 땐 이런 게임도 떠들썩하게 모여 즐기기 좋았다. [WWE 스맥다운 게임 장면]

과거에는 게임 콘솔을 보유한 사람이 친구들의 취향을 고려한 게임 타이틀, 이른바 ‘접대용 게임’들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었다. 주로 2인 내지 4인용의 대전, 협동 등의 게임들을 가정에 구비해놓고, 친구들이 떼로 몰려오면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닝'이 없으면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타이틀을 사주기도… [위닝일레븐 게임 장면]

2인 이상의 플레이어가 경쟁이나 협동을 하는 것이 핵심요소인 게임들은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게임들도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고는 있다지만, 아무래도 같은 공간에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런 ‘접대용 게임’들을 여분의 게임 패드와 함께 준비해두자.

 

-피파17 (2~4P 지원)

갈수록 실제 스포츠경기를 보는 듯, 그래픽이 발전해가는 피파 시리즈. [피파17 게임 장면]

많은 이들이 꼽는 ‘접대용 게임’으로는 스포츠 장르, 그 중에서도 축구 게임이 가장 인기 있다 하겠다. 가장 대표적인 축구 게임은 피파 시리즈와 위닝 시리즈가 있겠지만, 최근에는 위닝 시리즈가 아무래도 라이센스 등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피파 시리즈에 밀리는 감이 있다.

직접 '빅 클럽 맨'이 되어 볼 수 있는 싱글플레이용 스토리 모드도 있다. [피파17 게임 장면]

시리즈 최신작인 피파17은 2~4인용 대결, 협동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싱글 플레이도 나름 깊이 있게 준비됐다. ‘스토리 모드’ 방식의 싱글플레이 ‘더 저니’는 이 게임을 단순히 ‘접대용’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철권7 (2P 지원)

좀처럼 늙지를 않는 스토리상 만악의 근원, 헤이하치 할아버지. [철권7 게임 장면]

한때 오락실에 ‘쫙’ 깔려있던 게임 장르가 바로 격투게임이다. 그 격투게임의 대표격이랄 수 있는 게임은 철권 시리즈,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등이 있다. 아직까지 격투게임 분야를 양분하고 있는 두 게임 중 가장 최근 출시된 쪽은 철권 시리즈의 7번째 게임이다.

물론 VS 모드가 핵심이지만, 싱글플레이어를 위한 요소들도 대폭 추가하는 것이 요즘 대전격투게임의 트렌드다. [철권7 게임 장면]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대결 기반의 게임도 최근에는 싱글 플레이, 온라인 멀티플레이 등 다양한 방면으로 플레이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철권7도 마찬가지다. 철권7에는 기본적인 2인용 대결 모드 외에도 싱글플레이어들을 위한 스토리 모드. 온라인 대전 모드 등이 있다. 이밖에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 1P, 2P의 추억을 되새기며

두 기기간의 접촉으로 경쟁 등이 가능했던 '디지몬' 게임기의 모습. [유튜브 영상 캡쳐 / UltimateReviewGuy]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엄청나게 달라져버렸다. 한때 우리가 쬐그만 ‘디지몬’ 기기를 맞대고 즐거워했던 모습은 물론이고, 오락실에서 동전의 탑을 쌓아놓고 뜨거운 대결을 펼쳤던 모습도 추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런 상황인지라 가정용 게임 콘솔이나 PC게임 역시 격변을 맞이해, 이제는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요즘은 그래도 모니터 크기가 상향평준화됐기에 화면분할 방식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마리오카트 게임 장면]

물론, 바빠서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한 화면으로 여러 명이서 게임을 즐기는 게 쉽지 않으리란 것은 잘 알고 있다. 또한 그 시절 그 불편했던 게임 방식을 이제 와서 다시 해보면 불편하고 번거로울 것은 뻔 한 일이다.

그 시절 아무리 즐거웠던 게임도, 눈이 높아진 요즘 게이머들 취향에는 안 맞을 건 뻔하다.

결국은, ‘돌아갈 수 없기도 하거니와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것이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져 편하고 쉽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기자의 본심일 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스포츠 게임은 역시 옆에 나란히 앉아 즐기는 게 제맛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불편이나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한 자리에 모여앉아 같은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게임 패드를 서로 돌려가면서, 팔꿈치를 부딪혀가면서, 괜히 밀치면서 방해도 하고, ‘얍삽이’도 쓰면서 약올라하는 얼굴도 직접 보고(인성 나온다). 혹은 협동 플레이로 함께 게임을 클리어하고 하이파이브를 했던 옛날 그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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