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학창시절 각종 공식을 배우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분명 알아두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를 모조리 외우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다.

학창시절 수학공식을 외우는 일은 정말 고됐다. 특히나 문과생이라면 주륵...

이렇듯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힘든데, 자신만의 독창적인 결과물을 창조하는 작업은 얼마나 힘들까.

물론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대부분을 타인이 이룩해 놓은 걸 답습하지만,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해야 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주로 예술·방송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그렇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한 집단에서는 남의 것을 베끼는 행위가 종종 일어난다.

이들에게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본인의 생존수단(?)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데, 가끔은 각종 장르에서 비슷한 작품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단순 재미를 위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패러디하거나, 존경과 존중의 의미를 담아 오마주하는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도를 넘어서 ‘이거 베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종종 보인다.

이익을 노리지 않고 단순 재미로 누군가를 따라하는 이같은 경우는 예외로 두자. [MBC ‘라디오스타’ 장면 캡쳐]

누군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행동 대부분이, 앞서 살아간 누군가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인생 최대의 낙일 수 있다.

원제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베끼는 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최근 지적재산권이 강조되는 까닭이 이 때문이겠지만.

본 포스트를 보고 표절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이 해주시길.

아무튼, 각설하고 오늘 준비한 포스트 주제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비슷한 작품들’이다. 기자는 직접적으로 ‘이 작품은 ~를 베꼈네’ 등의 표현은 하지 않겠다. 판단은 우리 독자분들이 해주시길.

 

■ ‘라따뚜이’? 아니 ‘라따또잉’

대작 애니메이션 영화 장르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로 픽사를 꼽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픽사에서 만든 작품 중 꽤나 성공을 거둔 작품 중에는 ‘라따뚜이’가 있다.

‘라따뚜이’는 귀여운 쥐와 요리라는 두 소재를 잘 소화해낸 작품이다. [영화 ‘라따뚜이’ 포스터]

딱히 기자가 설명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한 번쯤 포스터 정도는 봤을 듯하다. ‘라따뚜이’란 이름을 가진 쥐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요리를 주제로 다룬 영화다.

‘라따뚜이’는 쥐와 요리라는 어색한 두 소재를 잘 소화해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 중 하나다. 우리나라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라따또잉’ 포스터. 어딘가 ‘라따뚜이’와 비슷하단 인상이 팍 들지 않은가.

이 ‘라따뚜이’가 생각나는 같은 장르의 작품이 있다. 바로 ‘라따또잉’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그래 이름 정도는 비슷할 수 있다. 얼씨구나 이게 웬걸. 주인공도 쥐다. 포스터를 보면 이 쥐가 요리사 복장을 하고 있다.

‘라따뚜이’를 아는 이라면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도 그럴게 너무 대놓고 음...?

‘라따또잉’을 제작한 업체는 브라질의 모 회사로, 이같이 유사한 작품을 많이 찍어내기로 유명하다.

‘니모를 찾아서’.....아니, ‘킹덤 언더 더 씨’의 포스터. 니모가 왜 여기 있나(...)

이들이 제작한 작품으로는 ‘니모를 찾아서’가 생각나는 ‘킹덤 언더 씨’(Kingdom under the sea), ‘업’(UP)이 생각나는 ‘왓츠 업’(What’s up), ‘해피피트’가 연상되는 ‘태피 토스’(Tappy Toes) 등이 있다.

 

■ 이 영화 ‘트랜스포머’ 아니야?!

과거 어릴 적 변신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가 참 많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비주류 장르로 전락하게 됐지만, 이를 다시 부흥시킨 작품이 바로 영화 ‘트랜스포머’다.

2007년 개봉 후 단숨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 영화 ‘트랜스포머’ 1편 포스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게임, 만화를 넘나들며 장르를 크로스오버해 재탄생하고 있다. 물론 영화가 원작이 아니지만 어쨌든, 영화 덕에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부흥한 건 분명하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경우 1편이 2007년에 개봉했다. 그와 동시에 같은해 ‘트랜스모퍼’라는 작품도 개봉해 꽤나 많은 수익을 올렸다.

대표적인 ‘목버스터’(Mockbuster) 영화 ‘트랜스모퍼’의 포스터 중 일부. 허허허허(...)

‘트랜스모퍼’는 이름마저 헷갈리게 지었을 뿐만 아니라,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는 소재 또한 비슷하다. 애초에 ‘트랜스포머’의 후광에 묻어가려고 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보통 대작 영화를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고 부른다. 그럼 ‘트랜스모퍼’와 같이 묻어가는 B급 영화는 뭐라 부를까? 다행히 이를 칭하는 단어가 있다.

이같은 영화는 ‘목버스터’(Mockbuster)라고 부른다. ‘Mock’이 ‘가짜의’란 뜻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 모여라 한국판 ‘E.T’!

넓적하고 감자 같은 얼굴, 특유의 기역자로 꺾인 긴 목, 짧은 다리와 긴 손. 무엇이 생각나시는지? 아마 E.T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꽤 있을 듯하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E.T. 기괴함과 귀여움을 넘나드는 외모가 눈에 띈다. [영화 ‘E.T’ 장면 중 일부]

‘E.T’는 아직까지 회자되는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오래된 대작 영화 중 하나다. 주인공 E.T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고로 비슷한 캐릭터가 중복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생각된...아니, 있다 분명히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작품으로!

다만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영화 형태로 존재한다. 두 작품이 있는데 ‘황금연필과 외계소년’과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그것이다.

‘황금연필과 개구쟁이 외계소년’ 포스터. ‘황금연필’과 손가락을 서로 맞대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황금연필과 외계소년’의 경우 1983년에 개봉된 오래된 작품이다. 국내 상영은 영화 ‘E.T’보다 무려 1년이나 앞섰다(?).

영화 ‘E.T’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아마 E.T와 아이가 손가락을 맞대는 장면이나, 자전거를 타고 달 앞을 지나가는 장면일 것이다.

또 다른 한국판 ‘E.T’.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의 포스터. 달 앞을 지나는 자전거의 모습이 선명하구나.

‘황금연필과 외계소년’ 포스터를 보면 손가락을 맞대는 장면이 잘 묘사(?)돼 있다. 다만, 손가락이 아닌 ‘황금연필’을 맞대지만(...)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의 포스터에는 자전거를 타고 달 앞을 지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고, E.T와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 빼고는 모든 구성이 다르지만, 그래도 영화 ‘E.T’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 “알고는 있으나 본적은 없어요”, ‘오토봇’

이번에도 픽사의 작품이 대상이다. 바로 2006년 개봉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올해 7월에 3편까지 개봉한 ‘카’ 시리즈가 되시겠다.

픽사의 유명작 ‘카’ 시리즈 1편 포스터. 의인화된 차가 등장하는 독특한 소재를 지녔다.

‘카’는 픽사 작품 중에서도 거의 최고 수익을 올린 대성공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의인화 된 차가 사람 대신 등장하는 세계관부터, 빈틈없는 CG와 무난한 스토리가 성공의 주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귀엽게 묘사된 주인공들의 모습과 ‘자동차’라는 점으로 완구류로도 제법 팔린 모양.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라서일까. 2015년 중국에서 ‘오토봇’이라는 비슷한 정도를 넘어선 작품이 등장했다.

‘오토봇’과 ‘카’ 중국판 포스터 비교 모습. 어느 것이 픽사가 제작한 원작품인지 맞춰보시라.

포스터를 비교하면 주인공이 빨간 도색이 된 유선형의 형태를 가진 자동차라는 점, 건방지게(?) 웃고 있다는 점, 자동차를 의인화한 CG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등 비슷한 부분이 상당수 보인다.

앞서 기자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다고 했으니 따로 대사를 적지 않겠다. “ㅂㄱㅎ ㅂㅁㅇㄴㄷ!” [영화 ‘실미도’의 명장면 스틸샷]

당시 중국 내에서도 두 작품을 두고 꽤나 논란이 됐었다. 이에 오토봇의 감독인 ‘줘 지안롱’은 “‘카’를 알고는 있으나, 본적은 없어요”라는 발언을 하며 논란을 부인했다.

 

■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물론 처음부터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니, 남의 것을 베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나홀로 기량을 연마하기 위해 연습하는 수준에서 베끼는 정도라면 몰라도...

실제로 글이나 그림, 작법 등을 익히거나 연습하기 위해 타인의 것을 연습 삼아 따라 하는 행위의 ‘습작’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연습하는 수준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다. 하지만 타인의 것을 자기가 한 것처럼 속이는 행위는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닐까.

물론 대다수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 작품이 저 작품을 표절했네’ 등의 의혹들은 항상 등장한다. 참 안타까운 실정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각종 ‘표절 논란’들.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 장면 중 일부]

기자는 솔직하게 ‘무단 표절’ 등의 비양심적인 행동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앞선 세대의 지식을 배워가며 살아가기에.

하지만 최소한 베끼고서 “그 작품은 알지만, 본 적은 없습니다” 등의 황당한 변명은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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