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알려도 무대책·무관심 일관, 노동자 보호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인터넷이 느리다'는 이유로 50대 인터넷 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A씨. 현장 검증을 위해 범행현장에 들어서고 있다.

[공감신문] 지난 6월, 인터넷 설치기사가 고객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사망했다. 같은 달, 온풍기를 철거하러 온 설치기사를 고객이 낫으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방문노동자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되면서 보호를 위한 작업중지권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시민단체 모임인 ‘기술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지난 7월 21일부터 3주간 인터넷‧케이블방송‧가전제품 방문설치 수리기사 79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1%(614명), 10명 중 7명이 ‘고객의 폭언‧폭행으로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에 항의하는 유족들. 숨진 인터넷 설치기사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와 화목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칼, 망치, 톱, 드릴 등 흉기로 위협을 당하거나 술 취한 고객이 양주병을 집어던졌던 사례, 또 멱살을 잡히거나 뺨을 맞는 등 실제 폭행을 당한 사례도 보고됐다.

폭력 상황 발생 시 사후 대처를 묻자 ‘사측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응답은 14.6%, 82명이 불과했다. 대부분 위협적인 상황, 폭력을 당한 상황에서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기사가 알아서 처리했다’는 응답자는 85.4%, 48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회사에 알렸으나 무대책‧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응답자는 332명, ‘회사에 알리지 않고 혼자 감당했다’ 83명, ‘회사에 알렸으나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고 사과를 강요했다’ 41명, ‘회사에 알렸으나 오히려 기사를 질책’ 23명, ‘직접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객을 호소했다’는 응답은 12명이었다.

3주간 인터넷·케이블방송·가전제품 방문설치 수리기사 79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7.1%(614명), 10명 중 7명이 ‘고객의 폭언·폭행으로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방문기사들이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묻는 항목에서는 ‘위기 상황 시 업무를 거부할 수 있는 온전한 작업중지권‧기사 안전 방어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71명, ‘2인 1조 근무’ 85명, ‘갑질‧진상고객에 대한 삼진 아웃제 도입’ 56명 순이었다. 

조사에 따라 공동행동은 “고객의 집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기사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는 사람이 없어서 고객의 폭력 행위가 더 노골적으로 일어나는 경향도 있다”고 방문노동자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상황을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방문노동자의 안전과 작업중지권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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