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일상을 다룬 만화와 함께하는 주말 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기자가 아직 학생일 때만 해도, 만화(만화책)는 공부에 방해가 되고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종종 “숨겨뒀던 만화책을 엄마가 찾아내 죄다 버렸다”거나, 심한 경우 “찢어버렸다”는 식의 속상한 얘기들이 들려오곤 했다.

이제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웹툰'이 서비스되고 있다. [라인 웹툰 웹사이트 캡쳐]

그랬던 게 불과 십 몇 년쯤 되는 것 같은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웹툰’ 등을 본다.

물론 젊은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나이 지긋하신 중년 신사분도, 뽀글뽀글한 머리의 아주머니들도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웹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계신다.

이제는 "만화책은 나쁜 것"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한때 어른들에게 뺏기고, 금지당하고, 심한 경우 찢기기까지 했던 만화가 이제는 우리 삶 속에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와 있다. 만화를 보는 인구수의 급증이 이를 방증한다. 환갑을 넘기신 기자의 아버지도 웹툰을 볼 만큼, 그렇게 만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즐거움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우리는 왜 만화를 볼까? 뭐,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다. 취향이란 게 그 무엇에도 ‘이거다! 저거다!’라 확답을 내릴 순 없는 거니까.

우리가 겪지 못하는 일… 이를테면 괴상한 노트를 줍게 되는 일이라던가…

하지만 조금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만화를 보는 이유는 ‘우리가 겪지 못하는 일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니까’ 쯤 되지 않을까? 그래서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그런가하면 우리가 평소 겪는 ‘일상’을 다루는 만화들도 있다. 혹자는 ‘일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어디까지나 ‘만화’이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며, ‘일상물’이 아닌 ‘비일상물’이라 봐야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바보같은 실수 하나, 맘에 드는 여성에게 부적절한 농담하기.(불월불월불웗…) [갸오오와 사랑꾼들 웹툰 장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만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와 상당히 닮아있다. 특히 바보 같은 짓을 할 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 등.

일상을 소재로 한 만화들, 함께 알아봅시다!

일상을 소재로 한 만화 중에서, 기자가 재밌게 봤던 몇 편을 꼽아 여러분에게 소개해볼까 한다. 이번 주말, 별다른 계획이 없어 무료하다면 만화책방으로 떠나보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재밌게 사는지, 그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화 장면 캡쳐의 경우,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에 ‘짤’처럼 범용 사용되고 있거나 부분 유료 웹툰의 경우 무료 회차를 사용했다. 만화가 궁금하신 교양공감 포스트 독자 분들은 해당 만화를 직접 구매하거나 유료 결제를 하는 등 올바른 소비생활을 해 주시길 바란다.

 

■ 선천적 얼간이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만화. ‘선천적 얼간이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처럼, 작가이자 주인공인 가스파드와 그의 주변인들의 ‘얼간이’스러운 일상을 코믹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재밌는 장면들은 이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짤'로 쓰이고 있다. [선천적 얼간이들 웹툰 장면]

‘병맛’ 감성이 넘치는 이 웹툰은 정식 연재 전(베스트 도전)부터 개성 있는 그림체와 위트 등으로 높은 주목을 받다가 13화만에 정식 웹툰으로 승격됐다. 네이버 웹툰에 입성한 뒤 부터는 더욱 큰 인기를 끌다가 지난 2013년 10월 말 시즌1을 마무리 지었다.

하도 괴랄한 일상을 그려 사람들이 안 믿는 수준이란다. [선천적 얼간이들 웹툰 장면]

흔히, 선천적 얼간이들을 “판타지 같은 일상 만화”라고 평한다. 실제로 ‘일상’을 표방하지만, 가스파드 작가의 일상은 상당히 비현실적인지라 ‘비일상 만화’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화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의외로 쁘띠하신 가스파드 작가님. [MBC 무한도전 방송 장면]

참고로 작중 일어난 기묘하고 신기한 상황들은 거의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작가는 상당수 에피소드를 사진 등을 통해 인증하기까지 했으니… “참 재미나게 사시는구나”하며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 폭두 타나카 시리즈

일본의 고등학생들이라고 해서, 만화처럼 허구헌날 싸움만 하거나 매일 연애질만 하는 건 분명 아닐게다. 그네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바보같은 짓도 하고, 성적인 번뇌와 함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는 성장기를 겪고 있을 터다.

이제는 인터넷에 상당히 퍼져있는 짤. [폭두고딩 타나카 만화 장면]

폭두 타나카 시리즈는 주인공 타나카 히로시의 고등학생(폭두고딩 타나카) 시절부터 고교를 자퇴한 이후 놈팽이같은 일상을 영위하는 백수 시절(폭두백수 타나카),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사회인이 되어가는 시절(폭두직딩 타나카), 모종의 사건으로 방랑을 떠나는 시절(폭두방랑 타나카) 등을 차례별로 그려내고 있다.

어머니의 쓸데없는 걱정에 대한 인기없는 타나카와 친구들의 반응. [폭두고딩 타나카 만화 장면]

타나카와 친구들의 고교시절부터 줄곧 함께해온 독자들이라면, 다소 코믹하게 표현된 그의 일대기가 마치 친구나 자신의 경험담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더욱 바다 건너 남의 나라 고등학생, 백수, 직장인의 얘기에 공감간다.

이건… 고딩땐가…? 백수시절인가…? 쟤는 매일 늘어져있어서 헷갈린다. [폭두 타나카 시리즈 만화 장면]

현재 타나카의 상태는 행복(しあわせアフロ田中 / 행복한 아프로 타나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최신작은 아직 국내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 결혼해도 똑같네

‘웹툰작가 부부’라는 소재를 다룬 결혼생활 만화. 유명 웹툰작가 캐러맬과, 그의 어시스트 출신 작가 네온비의 신혼일기인 셈이다. 두 작가는, 네온비의 만화 속의 그림체처럼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너무 귀엽다.

죽이 잘 맞는 부부… [결혼해도 똑같네 웹툰 장면]

그렇다고 작품이 마냥 달달한 신혼 일상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웹툰 작가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상상만 할 뿐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출퇴근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것만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아내가 엄한 소리를 해도 늘 다정하게 받아주는 남편. [결혼해도 똑같네 웹툰 장면]

이 작품은 프리랜서로서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 창작의 과정에서 겪는 산통(産痛)들마저도 우리가 엿볼 수 있게 잘 그려내고 있다.

'결혼 장려 웹툰'이라 평가될 만큼 달달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부!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결혼해도 똑같네 웹툰 장면]

네온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온갖 방식으로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게 ‘되게’ 부러우면서도 질투나 시기심이 나진 않는다. 귀여운 커플을 지켜볼 때 왜인지 모를 흐뭇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네온비 작가의 ‘덕후 기질’이 십분 발휘돼, 각종 인터넷 유행어 등의 패러디가 센스 있게 등장하는 것도 이 작품의 재미요소다.

 

■ 요츠바랑!

일상을 다룬 만화도 ‘개그’, ‘연애’ 등 핵심 소재에 따라 분류가 갈린다. 그 중, 소소하고 담백하지만 밝고 행복한 분위기를 담아낸 작품들이 있는데, 팬들은 이를 ‘치유물’이라 구분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되는 것 같다는, 한때 유행했던 ‘힐링’의 느낌을 받는다는 뜻이다.

초반에는 말투도 '애기애기' 하더니 이젠 제법 어른스러워진 요츠바. [요츠바랑! 만화 장면]

요츠바랑!은 요츠바라는 아이의 시선에서 본 일상을 다룬 만화다.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엄청난 굴곡의 드라마틱한 사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곤충 채집, 축제, 이웃친구와의 놀이 등이 매 회차 잔잔하게 이어진다.

일 끝난 팬티맨(아빠)와 함께 기쁨의 댄스! [요츠바랑! 만화 장면]

설명을 들으면 ‘짱구는 못 말려’나, ‘도라에몽’ 같은 작품이 생각날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어린이용이라 보기엔 애매한 것이, 이 작품의 개그포인트는 ‘아이들의 시선은 얼마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요츠바랑! 재밌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구!! [요츠바랑! 만화 장면]

한편, 앞서 비교한 짱구는 못 말려, 도라에몽 등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만화 대부분과 달리, 요츠바랑!은 느리게나마 꾸준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때문에 언젠가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요츠바의 모습 등을 만나볼 수도 있겠다.

 

■ 팀장님 만화 시리즈

얼마 전 큰 인기를 끈 인터넷 만화가 있다. ‘호에엥~’, ‘넘모넘모’ 등 명대사로 유명한, 팀장님 만화다. ‘짠짠맨’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작가는 직장 상사인 팀장님과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팀장님 몰래 만화로 그려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그런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 시리즈의 특징, 제목부터 웃기고 귀엽다. [팀장님 만화 시리즈 장면]

윈도우 ‘그림판’으로 대충 얼기설기 그린 것 같은 그림체지만 센스 있는 묘사와 유쾌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매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점점 인기를 끌더니, 결국은 팀장님에게 들켰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현재 자신의 블로그에 팀장님과의 일화 외에도 친구들과의 이야기 등을 함께 그리면서 인기를 얻고, 언론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팀장님께 들키고 난 뒤 투닥거리다 실장님에게 불려감… [팀장님 만화 시리즈 캡쳐]

만화를 본 수많은 직장인들은 주인공(작가) ‘이 대리’와 ‘팀장님’의 관계를 부러워하고 있다. 직장상사라기 보다는 ‘동네 친한 형’ 같은 느낌이 든다나. 실제로 만화에 달린 댓글 중에는 “팀장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 꽤 많은데, 작가가 또 심술 맞게 시리 팀장님의 실체를 까발리겠다며 한바탕 에피소드를 풀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 일상 속 주인공들은 바로 우리

만화 속 주인공이라고 해서 꼭 망토를 두르고 하늘을 날 필요는 없다. 변신을 하거나, 악의 무리를 소탕할 필요도 없다. 또한 현실 속에는 없을 법한 완벽한 이상형과의 달달한 로맨스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런 주인공들도 좋지만, 좀 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주인공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아하니까. 우리의 일상과 비슷한 듯 다른,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한 만화들처럼 말이다.

이번에 소개한 몇몇 작품들은 작가의 창작이 아니라, 아주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 작가의 실제 체험담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도 누군가는 찾아보고 싶을 만큼 재미난 한 편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뜻 아닐까?

무슨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인생! 그래서 삶이 더욱 재밌는 법이다.

결국 우리의 삶 또한 코믹한 일상을 그려낸 만화 속 장면들처럼, 남들이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재밌고 즐거울 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삶 속에서 종종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을 만나게 되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런 순간들은 당시에는 당황스럽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되새겨보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입에 "뭐 재밌는 일 없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의 일상도,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순간들을 눈여겨보자. 내 인생 또한 의외로 한 편의 시트콤처럼 느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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