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 일각, 일본 수출 제한 핑계로 규제 완화…또 다른 참사 발생할 것”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박준석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어린이 (2019.7.3)

[공감신문] 권지혜 기자=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1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적 차원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을 촉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지금까지 환경부에만 맡겨진 피해 구제 대책은 앞선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틀을 전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려면 첫 단추부터 현행법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피해자들은 한시가 급한 만큼 대통령께서 직접 문제를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또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일본의 경제보복성 수출 규제와 관련해 화학 물질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한 데 대해 “세계 최악의 바이오사이드(화학물질에 의한 대량 살상) 참사가 벌어진 나라에서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에 완화를 논할 때인가”라고 지적했다.

가습기넷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 일각에서 일본의 보복성 수출 제한 조치에 따른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 요구를 핑계 삼아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마저 사라진다면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피해자들의 전신질환을 인정하고 판정 기준을 대폭 완화해달라"며 "현행 피해단계 구분을 전면 재구성하고 판정 근거를 명확히 해달라"고 말했다.

가습기넷은 기자회견 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명과 김기태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이용선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을 면담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홍지호 전 대표는 유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부인했다. SK케미칼은 2002년 애경산업과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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