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사랑의 해답을 찾고 있나요?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랐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 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이제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사모, 조지훈(1920 –1968)

[공감신문] 사랑에 관한 시 중에는 사랑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그리고 이루지 못한 애절한 시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 하면 조지훈의 '사모'라고 할 수 있어요. 조지훈 시인은 술을 사랑했던 터라 시 '사모'에서도 술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어요. 보들레르가 '파리의 우울'이라는 시집에 새겨 넣은 “끊임없이 취해야 한다. 무엇에? 술이건 시건 덕성이건 그대 좋을 대로 취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는데요. 사랑이든, 술이든 취해야 보이고 느껴진다는 뜻이에요.

생각해보면 술을 사랑하는 예술가가 많은 이유는 술이 주는 도취와 섬광처럼 내려오는 시적 영감 때문이 아닐까 해요. 시인의 '사모'를 읽을 때마다 겹쳐서 생각나는 시가 있는데요. 애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고정희 시인의 '지울 수 없는 얼굴'이에요.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 고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발자크는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고 했지만 사랑은 소유도 집착도 아니에요. 그대로 놓아두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야 멀리 오래도록 사랑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오래 기다린다고 해도 평생을 바쳐 노력한다 해도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이해한다 해도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된다 해도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는 거예요.

어쨌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사랑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 모두 지울 수 없는 얼굴들은 가득할 텐데요. "다섯 손가락 핏물 보일 만큼 아프도록 사랑한 당신,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는 무심한 당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 그래요. 살면서 지울 수 없는 얼굴들이 가득하죠. 사랑했던 사람은 여전히 그립고 미워했던 사람은 미운 정이 깊어 아프게 마음을 흔들잖아요. 

사랑은 소리 없이 조용히 찾아와 외롭게도 하고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죠. 진정으로 사랑하였다고 말하려 할 때는 헤어졌음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겠죠. 사랑보다 더 좋은 묘약이 있을까요? 사랑보다 더 나쁜 독약이 있을까요?

사랑을 말할 때마다 떠오르는 꽃은, 장미, 튜유립이에요. 또 사랑을 상징하는 색은 단연코 강렬하면서도 기적 같은 빨강이죠.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일은 기적이니까요.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 중에 진심으로 부드럽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적이고 축복이니까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나를 위해 웃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 울어주기도 하니까요.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향연'에서 사랑은 빈곤의 품에서 태어난 숙명 때문에 언제나 갈망하고 욕구한다고 했어요. 사랑에 있어 갈망과 욕구는 본성이고 숙명이며 거역할 수 없는 필연이니까요. 진정한 사랑은 때로는 숭고하고 때로는 초라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다치게 하지 않으니까요.

진정한 사랑은 필요에 따라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두 영혼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에요.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싶어 하고, 거리를 함께 걷고 싶어 하는 성실한 마음이에요. 본능에 가까우리만치 소박한 마음, 그게 사랑이에요.

사랑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상대를 갈망하게끔 되어있고 그것은 상대와 자신을 묶어주는 지상의 끈이라 생각하죠. 비록 사랑의 느낌이 감정과 본능에 기초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랑으로 흐르는 감정의 색깔은 느끼는 사람의 품성을 담고 있겠죠.

물론 사랑의 시작과 과정과 끝을 마음대로 의지대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으로 흐르는 색깔은 두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의지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도 새드 엔딩이 될 수도 있어요. 때문에 밀고 당기는 조절 능력을 가져야 해요.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에 이렇게 말했어요.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다면 적당한 간격을 지키며 단순해져야 해요. 단순해진다는 것은 생각과 행동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거예요. 계산하지 하고 비교하지 않고 따듯한 가슴으로 보이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에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토닥여주는 거예요.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세상의 악으로부터의 구원할 수 있는 길은 사랑하는 사람의 진정성이에요. 어쩌면 사랑도 처음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해요. 사랑나무는 단순한 마음으로 깊이 신뢰하며 애정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사랑은 천사이고 악마라 할 수 있죠. 사랑할 때는 축복을 안겨주지만 사랑을 잃었을 때는 고통을 안겨주니까요. 

지금 내가 든 사랑의 잔이 성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독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찾으려면 조지훈의 시에 나오듯 '미워서 미워지도록' 죽도록, 미치도록 사랑을 하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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