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 “두테르테 식 묻지마 처형에 무고한 미성년자 목숨 잃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공감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에 독설을 가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여 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10대 청소년 피살사건 증가를 비판한 국가인권의원회에 “소아성애자냐”고 발언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7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남부 다바오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치토 개스콘 인권위원장을 지칭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아들은 마약 밀수 연루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 연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왜 개스콘 위원장은 젊은이들, 특히 소년들과 관련된 사안에 매몰돼 있느냐"고 말했다.

더불어 “당신은 10대를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 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당신 동성애자나 소아성애자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는 “목숨을 잃는 이들이 있고, 일부는 심지어 10대이지만 이는 우리가 마약과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며 “왜 이 나라를 괴롭히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선 보지 않느냐”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마약과의 전쟁이 유혈 전쟁 및 초법적 처형으로 확산되면서, 10대들이 경찰이나 괴한에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게 됐다는 인권위의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6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초법적 처형 반대 시위 현장

지난달 16일 필리핀 북부 칼로오칸 시에서는 고교생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가 마약 단속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같은 달 17일에는 마닐라 북부에서 칼 안젤로 아르나이즈(19)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바 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와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사범을 사살했다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찰을 사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묻지마식 처형을 부추긴 탓에 무고한 미성년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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