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뒤통수를 맞았다’ 혹은 ‘때렸다’ 등의 표현은 상대방에게 속았거나,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에 자주 사용된다. 다른 단어로는 ‘배신’이라는 말이 주로 쓰인다.

최근에는 ‘뒤통수를 때리다’라는 말이 ‘배신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검은 털 달린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옛말이 있다. 타인을 전부 믿지 말고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뜻인데, 기자는 이 문구를 볼 때마다 ‘혹시 배신은 우리 본성(?)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도 그럴게 당장 본인과 동료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급한 상황에 빠졌다고 가정해보자. 둘 중 하나만 살아야한다! 고 가정했을 경우, 여러분은 누구의 목숨을 구하겠는가? 바로 ‘자신’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배신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악질 중에 악질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배신을 당해본 이라면 더욱 그 고통을 잘 알겠지.

배신을 당해봤거나 간접적으로 체험해 봤다면 그때 느껴지는 ‘화’는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

아직까지 배신당해보지 않았거나,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이라면 그 아픔을 절대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들부들’ 떨려오는 그 느낌이란 말로 형용하기 참 힘들다.

아무튼, 배신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저질 행위 중 하나로 다가오는 ‘충격’이 큰 단어다. 그래서인지 작중에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소재로 자주 쓰이곤 한다.

자, 그럼 각종 작품에서 자기 살고자 배신을 하는 ‘얌체’ 같은 캐릭터들이 누구누구 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 본 포스트는 ‘배신’을 하는 작중 인물들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배신이라는 소재 특성상 작중 반전요소나 결정적인 사건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영화 ‘암살’, ‘겨울왕국’, ‘트랜스포머’, ‘300’ 등)

 

■ ‘암살’, “해방이 이리 빨리 올 줄 알았나...”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된 조선인 노무자의 한이 담긴 낙서. 낙서가 발견된 장소는 홋카이도 탄광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뼈가 깎여나가는 고통을 겪었지만,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국’, ‘친일파’ 등과 같은 단어에 민감하다. 특히 친일파의 경우 아직까지 우리의 공분의 대상이다.

일제강점기 밀정 역할을 한 ‘염석진’이라는 가상인물의 행보가 보는 이로 하여금 화를 일으키게 만든다. [영화 ‘암살’ 포스터]

‘친일파’는 부정적인 의미로 우리의 공감대를 사고 있기 때문에 각종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최근 상영한 영화 중에는 친일파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2015년 개봉한 ‘암살’이 있겠다.

암살에 등장하는 인물 중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겁’과 ‘비열’이 느껴지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염석진’ 되시겠다. 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고 어느 정도 실존했던 친일파 중에서 ‘비겁한’ 속성만 빼다 박은 인물이다.

작중 염석진은 자신의 머리에 총부리를 들이대며 배신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대담한 모습까지 보인다. ‘대단한 녀석’ [영화 스틸컷]

작중 염석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으로 등장한다. 대략 지금으로 치면 경찰청장  쯤 되는데, 직책만 들으면 저런 고위급 인사가 어떻게 배신을 할까라는 생각이 딱! 든다. 

더군다나 중후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영화배우 ‘이정재’가 배역을 맡았기에, ‘이놈이 배신자구나!’라는 생각을 갖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염석진은 과거 독립운동 도중 일본군에 잡힌 후 밀정을 하는 대가로 풀려난 ‘배신자’였다(...) 일본군 장교를 암살하려는 독립군의 계획을 몰래 빼돌리고, 암살자를 고용하며 동료를 죽이는 등! 잔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피가 거꾸로 치솟게 만든다. 하...

해방 후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사고 있는 염석진의 모습. 재판에서 독립운동가라고 끝까지 우겨서 살아남았다. 이 장면 후 염석진은 ‘암살’ 당한다. [영화 스틸컷]

그는 해방 후 끝까지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우리 혈압을 ‘마구마구’ 높여주지만, 그의 최후는 참으로 애처롭다. 그는 과거 동지였던 안옥윤의 손에 ‘암살’ 당하는데, 최후에 “해방이 이리 빨리 올 줄 몰랐다”는 말을 남긴다. 정말 끝까지 ‘비겁한 녀석’이다.

 

■ ‘겨울왕국’, “잘 생긴 놈들이란..쯧”

모든 조건이 완벽한 존재 그 자체 ‘엄.친.아’. 주륵 [웹툰 '골방환상곡' 컷 중 일부]

잘생기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는 이들을 우리는 흔히 ‘엄친아’라고 부른다. 자매품 ‘엄친딸’도 있다. 영화 겨울왕국 내 전형적인 엄친아로 등장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한스 웨스터가드’가 되시겠다.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흠이 없는 왕자로 등장했지만, 후반부에 그는 야심에 찬 나쁜 녀석이었다는 사실이 탄로난다!

한스는 전형적인 디즈니 왕자 역할로 등장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 녀석’이 작중 배신을 하는 악역이라는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훈훈하게 생겼는지 주인공 ‘안나’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치는 모습도 보인다.(매너 있고 위트 있고 밝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나쁜녀석)

작중 안나가 부르는 ‘For the first time forever’과 안나와 한스가 같이 부르는 ‘Love is an open door’를 듣고 있노라면 둘은 전형적인 행복한 ‘왕자와 공주’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 포스트 주제가 무엇인가? 바로 ‘배신자’ 아니던가! 결론은 악질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안나의 언니인 ‘엘사’를 죽이려 하는 ‘한스’. 사실 기자는 한스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딱! 사악해 보였다. [영화 스틸컷]

12명의 형을 가진 한스는 항상 관심 받지 못한 막내 왕자였는데, 안나와 잘 돼서 왕위를 찬탈할 계획이었던 것. 안나의 언니인 엘사를 죽이려는 시도까지 하지만 디즈니 작품에서 악이 승리할 수 없는 법. 

안나의 마음을 훔치고 권력을 거머쥐려 했던 작은 야심가인 한스는 결국 권선징악의 진리 아래 감옥에 갇혀 본국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잘됐다 요놈.

 

■ ‘트랜스포머’, “왕이자 스승에서 배신자로”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판 ‘트랜스포머’ 시리즈.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흔치 않아서인지, CG가 대단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아이부터 성인 골고루 사랑받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영화 ‘트랜스포머3’에 등장하는 ‘센티널 프라임’의 모습. [영화 스틸컷]

많은 작품 중 3편에서 ‘센티널 프라임’이라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스승이자 과거 오토봇을 이끌던 수장이 등장한다. 외형부터 지혜로운 노인의 느낌을 풍기는데, 마치 영화 ‘반지의제왕’에 등장하는 ‘간달프’와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작중 옵티머스가 그에게 표하는 존경심이 담긴 대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악의 세력인 디셉티콘을 금방이라도 물리치고 인류와 오토봇에게 평화가 올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는 그와 반대라는 사실. 역시 나이가 들어도 훈훈한 느낌이 나는 남성 인물은 믿으면 안 된다. 불변의 진리랄까.

그가 배신하게 된 내막을 설명하자면 조금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결론적으로 센티널 프라임이 내세운 명분은 ‘자기 종족 보존’이었다. 

배신의 대가를 죽음으로 치르는 ‘센티널 프라임’ [영화 스틸컷]

어차피 오토봇은 디셉티콘에게 열세고, 지구의 자원을 이용해 고향별인 ‘사이버트론’을 재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뭔가 장황한 대의명분 같지만, 제자격인 옵티머스의 입장에서는 스승에게 거하게 배신당한 셈이다.

말 안 해도 이미 눈치들 채셨겠지만, 배신자의 말로는 끔찍한 법. 센티널의 최후는 더욱 그러한데, 옵티머스와의 싸움에서 패해 머리 부분을 관통당해 그대로 고철 신세가 돼버린다. 

 

■ ‘300’, 살아있는 악몽 ‘에피알테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개봉한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영화 ‘300’을 기억하시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근육질의 남자들의 죽음을 건 전투를 그려낸 마초적 성향이 농후한 작품이다. 또 기자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라는 사실.

늠름한 스파르타 300인의 복근과 창과 방패가 같은 남성의 가슴도 쿵쾅거리게 만든다. [영화 스틸컷]

실제 역사적 사건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모티브로 영화한 작품으로, 페르시아군에 끝까지 맞서서 고향을 지키려는 스파르타인 300명의 사투를 그려냈다. 복근과 전우애로 똘똘 뭉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쿵쿵 뛴다. 

아, 기자는 참고로 남성 취향이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시고. 아무튼, 영화에서 레오니다스를 필두로 한 스파르타인들은 수십 배는 많은 페르시아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묘사된 ‘에피알테스’의 모습. 굽은 등으로 인해 창으로 찌르기는 할 수 있으나, 방패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절망했다. [영화 스틸컷]

하지만, 최대의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꼽추 ‘에피알테스’다. 보통 스파르타에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 바로 죽임을 당하지만, 그의 부모는 에피알테스를 죽이지 않고 스파르타에서 도망쳤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살리고 불명예를 택한 것.

비록 꼽추로 태어났지만, 부모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테르모필레 전투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지를 레오니다스에게 전하지만, 거절당한다. 

영화를 보면 스파르타인은 왼손에 큰 방패를 들고 본인과 주변 전우들을 보호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레오니다스는 에피알테스가 꼽추라 그게 불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에피알테스의 배신으로 페르시아군에 사방에 둘러싸여 최후를 맞이하는 ‘레오니다스 왕’. 이제는 너무 유명한 장면으로 ‘THIS IS SPARTA!!!’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화 스틸컷]

에피알테스가 얼마나 절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곧바로 페르시아 왕을 찾아가 후방에 샛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배신자로 전락해버린다.

에피알테스의 배신이 영화에서 스파르타인들이 패배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통 기자처럼 외모가 다소 떨어지면 마음이라도 따뜻한 법이지만, 이 녀석은 겉과 속이 전부 썩은 천하의 몹쓸 놈이다. 

참 불명예스럽게도 에피알테스의 이름은 아직까지 그리스에서 쓰이는데, 일반명사로 ‘악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꼭 그래야만...속이 후련했냐?”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는 ‘배신’은 지양해야 할 행동이지만,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어서 문제다.

‘배신’이라는 개념은 세계 어디를 가든, 어느 시대가 됐든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 행위로 간주돼 왔다. 즉, 시공을 초월해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것이다. 

왜 그렇냐고? 거창하게 말할 필요도 없이 당장 주변에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알고 보니 뒤에서 나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다녔다고 가정해 보자. 뒷담화에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작게는 ‘당혹’에서 크게는 ‘분노’까지 느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배신’을 한 자는 반드시 응당한 결과를 맞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뒷담화’ 같은 작은 일도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배신으로 인해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입거나 혹은 목숨까지 빼앗기게 된다면 그 얼마나 억울하리. 그러니 배신을 한 자는 응당 그에 맞는 결과를 맞이해야 한다. 대부분 공감하지 않나?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상대의 ‘뒤통수’를 때리는 배신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겠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영화 속처럼 배신자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는 그런 세상, 거기에 앞서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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