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말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

 

[공감신문 박판주 농촌 전문가] 제주도에서 시골생활을 하는 김충희 만화가가 작년에 출간한 만화책, 「시골이 좋다고? 개뿔!」.

도시에 살면서 시골 생활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을 갖고 사는 분들에게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무작정 시골로 온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함축적인 문구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 후 소득부족과 지역사회 갈등 등을 이유로 도시로 돌아가거나 다른 농촌으로 재이주한 귀농귀촌인이 한 곳 농촌에 머문 기간은 2.11년이었고, 이들 중 46.7%는 첫 거주지에 머문 기간이 1년 미만이란다.

텔레비전에는 트렌드인 것처럼 몇 명이 귀농귀촌했다는 뉴스와 시골생활의 아름다움을 그린 프로그램들이 보인다. 주민등록만 있고 실제로 시골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와 시골 생활 실패로 다시 도시로 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시골생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충분한 준비를 하고 시골로 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나들이하는 멧돼지가족들. 시골은 자연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잘사는 시골을 만들어서 평생직장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시골에 온지 8년. 귀농귀촌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알아야 할 시골생활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1. 부부중 여자가 귀농귀촌을 원해야 성공한다

- 가족이 있다면 가족의 동의가 없이 혼자 오는 경우는 실패확률이 높다. 남자에 의해 주도된 시골생활은 여자의 바가지 또는 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다. 시골에서 사소한 즐거움을 못 느끼는 여자들은 문화생활이 불편하고 또래가 없음에 힘들어 한다.

 

2. 시골은 생활비가 적게 든다?

- 여자가 음식솜씨가 있어서 산과 밭에서 나는 것을 활용하는 경우 먹거리 비용이 절감된다. 그 외에 난방비와 통신비는 더 든다. 수도와 변기 등 고장과 교환을 직접 해결하지 못하면 도시보다 출장비 명목의 비용이 많이 든다. 찬조와 회비라는 명목의 각종 비용을 생각해야한다.

 

3. 전원생활을 꿈꾸며 땅을 사고 집부터 짓는다?

- 잡지책이나 TV에서 보던 자연과 어우러지는 멋진 전원생활을 꿈꾸고 땅을 사고 집부터 짓는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 돈이 아주 많은 경우는 예외로 하고 몇 억 정도를 가지고 와서 시작한 경우 유동자금이 없는 옹색한 삶을 살 가능성이 있다.

 

4. 농사는 노력을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 가끔은 공사장 막일보다 힘든 일을 하면서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예상치 못한 기후나 가격하락으로 한해의 노력이 수익으로 나오지 않는다. 농산물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정확한 계산과 예측이 어렵고 위험성을 내포한다.

 

5. 보조금에 큰 기대를 하는 경우 코를 꿸 수 있다

- 지자체에는 귀농하면 어떤 혜택이나 지원이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자주 온다. 보조금이나 지원이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농업 보조금의 경우 자부담에 필요한 자본이 일정 부분 있어야 한다. 지원사업의 경우 세금계산서를 필요로 하는데 납품이나 시설업자들의 배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농기계 가격도 보조금을 계산해서 농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농기계의 가격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늘어난 부채와 관리기간에 묶인 시설을 가지고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결정을 하게 된다.

 

6. 아이들이 어리거나 성장한 후 오는 것이 좋다

- 시골생활이 초등학교까지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남다른 교육의 장을 만들어 준다. 효용이 크다. 커가면서 농사로는 교육비의 감당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타지로 학교를 가는 경우 그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성장한 후 두 부부만 생활하거나 고정적인 연금이 있는 경우 경제적으로 안정화 된 경우이다.

 

7. 상대방의 삶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다른 환경을 이해한다.

-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은 시골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어르신들에게는 이들의 이야기가 삶의 재미가 되기도 한다. 그럴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시골길을 밤에 운전해 가다보면 고라니가 자해행위를 하기도 한다. 멧돼지가 나들이를 다니기도 하고 너구리가 고구마와 옥수수를 훔쳐 먹기도 한다. 주위의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배워야한다.

 

지금 시골은 고령화로 노동력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규모화도 중요하겠지만 노동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부가가치를 높여 소득을 향상시키는, 작지만 강한 농업(强小農)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할 일 없으면 하는 농업이 아닌,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본 도시의 인재들을 불러들여 행복하게 함께 잘사는 농촌이 되기를 바란다.

 

박판주
1969년 생. 현재 농촌진흥청 민간전문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광고마케팅 팀장으로 다양한 MPR을 기획하여 기업홍보와 회사 수익창출에 기여하였고 박수칠 때 회사를 떠남. 홍보 및 마케팅 강사. 2008년 경북 상주로 귀촌 후 농사를 지으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마을간사, 상주오디 사업단 사무국장 등을 역임. 극장이 없는 상주에서 최초의 영화시사회를 기획 진행하였고, 다양한 프로모션과 농촌체험행사로 지역민 소득향상과 창출을 위해 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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