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30% 인하 요구…정부 “부담이 크지만, 상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들이 저유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재차 밝혔다. 유부총리는 "유류세 부담이 크지만, 국제적으로, 상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유류세에 손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제도의 재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저유가여서 환급금을 줘도 (소비 등의) 효과가 크지 않고 세수만 줄어들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유류세의 10%에 해당하는 2조원 정도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나눠주기 정책을 쓰고 있지만 소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국회 본회위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유류세 세목 단순화하고 30%가량 인하해야“

앞서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토론회에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 유류세를 30% 정도 인하하고 유류세 세목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 유류세는 중하위권이라고는 하지만 일본보다 원화 환산 기준으로 30% 이상 더 많다"면서 "미국은 휘발유 1ℓ당 세금이 150원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900원 정도에 달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이어 "현행 유류세 체계는 세목이 8가지나 되고 소비자가격의 60% 이상이 세금"이라며 소비절감, 환경보호 등 세 도입목적을 고려해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원유가격 변동 때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량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유류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유류세목 중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현재 ℓ당 529원인데, 이 세목은 ℓ당 382원이 적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이를 30% 정도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유류세 세목이 8가지나 돼 너무 많다며 이를 단순화해 석유제품에 꼭 필요한 부분만 부과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물가수준을 고려한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소비자 요구와 서민경제 부담 완화, 국내 제조업 대외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거나 경차 또는 운행빈도가 낮은 서민층에선 체감이 어렵다면서 유류세 인하에 반대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정부가 유류세는 낮추지 않고 주유소간 가격경쟁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유가인하 정책을 펴 주유소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매년 한 주유소에서 유류세 징수로 인해 추가로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가 2,705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국제 유가가 20~3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국내 휘발유 소비가격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는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그 원인은 유류세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휘발유 1리터 당 붙는 유류세는 746원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리터당 475원이 붙는다. 세금을 수량에 따라 메기는 종량세 방식을 적용하는데, 이 때문에 원유가격이 하락해도 항상 같은 금액의 세금이 부과돼 소비자 유류가격 하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가 종량세 과세구조를 띠고 있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세금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했다. 기름값보다 기름에 관련된 세금이 더 많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세금 깎아주는 착한 정부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부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 구조조정, 규제개혁이 필요하지만, 급한 것은 재정의 조기 집행,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처럼 내수, 소비를 조금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하는데 세수가 필요하고, 든든한 세원인 유류세를 깎을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착한 정부는 보기 힘들다. 결국은 정부가 국민들이 기름 세금을 걷어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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