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는 빚을 진 것이지 죄를 진 것이 아니다

 

▲ 강란희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니스트] 한국 정부는 파산법이 금융과 경제를 망하게 하는 거라 착각하고 채무자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파산법을 엄청나게 엄격히 운영하려고 한다. 정부가 이러니 1%금융이 99%국민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고리대금업을 영위하며 막대한 이익을 올리지만,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 1,000조원의 내면에 엄청난 금융 부실이 쌓이고 있으며 현재 가계부채발 경제위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의 도덕적해이가 아니라 금융의 무차별적인 고리대금업 영위와 부실에서 발생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범법도 범죄도 아닌 파산, 파산은 미 헌법에 보장된 권리

미국 정부의 파산법은 금융을 거대한 공룡으로 비유하며 약탈로부터 99%국민을 보호하는 견제장치로 운영하기에 채무자는 파산법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재기할 수 있다. 만약 금융이 국민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약탈대출을 자행하면 그 금융은 도산하게 되므로 금융은 무차별적이고 무모한 고리대금업을 영위하지 않기에 미국 금융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경제가 탄탄해진다.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파산제도는 이렇다. “범법도 범죄도 아닌 파산-4개월 후면 새 출발, 파산은 미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은 한국과 달리 매우 적다.

미국의 도산법 전문가인 켈리 장의 파산법 칼럼을 살펴보면서 미국 파산법이 한국의 파산법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알아보고자 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가들도 파산을 통해 재기를 하고 훌륭한 업적을 세우며 더 큰 성장을 이루었다.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에게 갚을 의무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채무자는 막다른 골목에 놓여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의 파산법이 채무자의 재기, 또는 새 출발을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채무자를 보호 또는 구제하는 목적이 강한 반면 한국의 파산법은 채무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

파산자는 재기는 커녕 ‘빚을 감해준 대가로 고통의 삶을 사는 건 당연’ 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평생 파산자라는 무거운 족쇄를 달고 정상적인 사회,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게 한국의 파산법이다.

따라서 캘리장은 “한국과 미국의 파산법은 다음의 두 가지 면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보고있다. 첫째, 미국 파산법은 파산신청서를 접수하는 순간부터 ‘자동적 추심금지’ (automatic stay) 효력이 발생한다. 이는 채권자의 모든 빚 독촉-전화, 편지, 집이나 사업체 방문, 소송 등-이 법적으로 자동 중지된다는 뜻이다.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어기면 그에 따르는 결과 즉 빚 독촉은 따르는 게 당연하다. 빚 독촉은 채권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법은 채무자의 기본적인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채권자의 독촉행위에 법적 제한을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공정채권 회수법(The state Rosenthal Fair Debt Collection Practices Act and the federal Fair Debt Collection Practices Act)에 따르면 콜렉션 회사들은 오전 8시 이전 또는 오후 9시 이후에는 어떠한 콜렉션 행위도 금지되어 있다. 또한 채무자가 직장에서 개인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알거나 알만할 때 직장으로 전화하는 행위 역시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법적 제한이 존재해도 시도 때도 없이 행해지는 채권자의 불법 독촉행위를 일일이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채무자는 파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이용해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파산신청 사실을 알고도 계속 빚 독촉을 하는 채무자는 법정모독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 파산은 ‘자동 추심금지’ 라는 법이 없다.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해도 ‘보호’를 받기는커녕 지속적인 빚 독촉을 받으며 이 빚 독촉은 파산자가 면책통보를 받을 때까지 계속된다.

 

거듭 실패해도 계속 도전을 하도록 제2, 제3의 기회를 제공하는 미국

둘째, 미국의 파산법은 파산신청 이후 사회, 경제적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파산을 할 경우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의 취업의 문이 사실상 닫혀있고 면책선고를 받아도 금융기관 이용에 제약이 많아 ‘신용불량자’ 낙인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듯, 파산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법과 정서는 많이 다르다. 한국 정서를 가진 한인들의 파산에 대해 정서는 쉽게 바뀔 수 없겠지만 미국의 파산법이 채무자를 보호해주고 재기의 발판을 법적으로 보장해준다는 사실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듭 실패해도 계속 도전을 하도록 제2, 제3의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런 미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파산법이 있었다면 실리콘 밸리 같은 곳은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과 미국의 파산제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금융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금융은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무차별적인 고리대금 약탈을 영위하면서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주체인 뿌리(국민)는 썩어 문드러지고 천문학적인 금융 부실이 쌓여가고 있다.

현재 한국은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 및 개인채무자회생법은 폐지하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005년 3월 31일 법률 7428호로 2006.4.1부터 시행하고 분산되어 있던 도산법 체계를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파산법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금융의 약탈을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한국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아무리 법원은 서류로 말한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파산법원은 마치 이들이 극악무도한 중죄인 다루 듯 한다, 그러나 채무자는 말 그대로 빚을 진 것이지 , 죄를 진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는 사람과 무관한 가족과 친족의 금융거래 내용을 무작위로 요구하거나 통화기록과 집안사진까지 요구한다. 이것은 제3자의 사생활 침해나 사생활보호에 심각한 오류를 범하면서 이것을 인식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잘 못이다.

한국의 파산법원도 어쩔 수 없이 채무불이행자가 되어 갱생을 바라는 신청자들을 색안경만 쓰고 볼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가 이익이 어떤 곳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14년 05월 17일 <국민행복신문 www.htimes.kr> 기획 특집 "한국 파산법 이대로 좋은가?" 로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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