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규 축제이야기] 어둠 속에 비치는 반딧불이의 세계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머리 위에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

내 안에는 도덕 법칙,

무주 들녘에는 반딧불 불빛”

 

'무주 반딧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반딧불이 신비 탐사다.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므로 먼 곳에서 온 여행자는 체력 조절을 잘 해야 한다.

반딧불이에 대한 사전 지식을 배우기 위해 반딧불이생태관이 있는 반딧불체육관으로 간다. 반딧불이생태관에서는 반딧불이의 일생과 반딧불이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 성충으로 변태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형설지공 체험장에는 임시동굴을 만들어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를 그물 속에 넣어두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신비한 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이 어두운 동굴에서 반딧불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반딧불이를 직접 어린이들 손바닥에 올려놓아 빛이 발산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남대천에는 전통 환경 토피어리 작품(꽃과 식물 등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든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초가집을 중심으로 옛집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작품과 다양한 동물 그리고 로봇 같은 작품들이 예쁘게 만발한 꽃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여자애들은 작품 가까이 갈까 말까 망설이다 손가락으로 콕 찔러보기도 하고 예쁘게 만져보며 사진을 찍는다. 반면 남자애들은 작품위에 올라타든지 작품을 흔들든지 역시 개구쟁이답게 분주하게 장난질에 바쁘고 부모들은 사진 찍으랴, 애들 꾸짖으랴 바쁘다.

농악 소리를 따라 가보면 섶다리 공연이 펼쳐진다. 섶다리란 Y자형 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 등을 깔고 흙을 덮어 만든 임시 다리를 말한다. CNN이 운영하는 여행 사이트 ‘CNN GO’에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 50선에 섶다리가 선정되었다.

섶다리 위로 부사 행렬과 일터 나가는 농부들, 결혼 행렬과 상여 행렬이 지나간다. 섶다리 공연에서 특이한 것은 무풍 기절놀이다. 기절놀이라기에 처음엔 시체놀이나 기절놀이 같은 건 줄 알았는데, 80여년 전부터 무주군 무풍면에서 전해오는 놀이로서 고도마을의 윗마을과 아랫마을 주민들이 농악대의 가락에 맞춰 마을의 상징인 커다란 기(旗)를 앞세우고 서로 절을 주고받으며 양쪽 마을간 화합을 다지던 민속놀이다. 다리 이쪽저쪽에서는 사진작가들이 촬영하기에 바쁘다.

▲ 남대천에 만들어진 조형물에서 앙증맞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사진=강낙규

남대천 다리 위에서는 환경지킴 지구특공대와 환경파괴범과의 물싸움이 벌어진다. 전쟁터에 나가는 우리의 어린 전사들은 부모님과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늠름하게 파랑색 우의를 전투복처럼 입고 농약 살충제 같은 물총을 들고 드디어 출전을 한다. 악마의 가면을 쓴 환경파괴범이 트럭 위에서 훨씬 성능이 좋은 물 펌프로 무자비하게 우리의 어린 전사들에게 물을 뿌린다. 온 몸이 흠뻑 젖는데도 불구하고 지구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우리의 미래 전사들은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 마침내 지구특공대는 환경파괴범을 물리치고 엄마 품으로 돌아온다.

남대천에서는 맨손 송어잡기가 막 시작된다. 호루라기와 함께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수백 명이 뛰어든다. 흰 목장갑 끼고 엄마, 아빠 손잡고 첨벙첨벙 뛰어든다. 한 마리를 잡아서 흔들다 놓친다. 이번에는 잡아서 모자에 담는다. 그물 쪽에 붙어 있는 송어를 잡아서는 셔츠에 둘둘 말기도 한다. 아직 잡지 못한 아빠에게 빨리 잡으라고 들볶는 아이 고함소리에 아빠는 넘어져 온몸이 물에 젖어도 활짝 웃는다. 결국 한 마리를 잡고는 의기양양하게 큰소리 뻥뻥 치며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제 서서히 어둠이 지기 시작하면 루미나리에의 환상적인 불빛이 들어온다.

사랑의 다리에는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조형물에서 LED불빛이 파랑, 빨강, 노랑 그리고 여러 색깔로 변하면서 다양한 빛을 발광한다. 몇 해 전에는 사랑의 다리를 수천 개의 꼬마전구로 꾸몄는데 시대의 변천과 함께 꼬마전구에서 LED로 바뀌었다. 반딧불이의 불빛을 표현하는 것으로는 꼬마전구가 LED보다 더 신비롭고 환상적이었다.

다양한 루미나리에 빛과 사랑의 다리 빛 그리고 등나무운동장에서의 레이저 빛과 함께 시가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루미나리에의 불빛과 함께 한바탕 신나는 춤과 연주로 축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관람객들은 하나가 되어 신바람 나게 춤을 춘다. 연이어 무주군 각 면 단위의 가장행렬이 들어온다. 태권도복을 입은 긴 수염의 할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쥑고 RV카를 몰고 오는가하면 거대한 용의 행렬, 무주 특산물을 이고 오는 아주머니의 행렬 등 음악과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가 펼쳐진다.

이제 무주 반딧불 축제의 또 다른 볼거리인 안성낙화놀이를 보러간다. 낙화놀이는 무주군 안성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속놀이다. 남대천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갈래의 본선을 설치하고 그 본선에 한지로 싼 뽕나무와 숯, 소금 뭉치를 100~200개 정도 매단 보조선에 불을 붙이면 줄을 타고 들어가는 불꽃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한지뭉치가 타들어갈 때 나는 소리와 날리는 숯가루 그리고 물위에 어리는 불빛이 삼박자를 이루어 특별한 감동을 준다.

안성낙화놀이는 하회마을의 선유낙화놀이, 줄불놀이와 비슷한 우리 고유의 불꽃놀이로서 서양의 불꽃놀이와는 사뭇 다른 감동을 준다. 하늘에서 펑 하고 터지면서 반짝이다 이내 사라지는 불꽃놀이와 달리 낙화놀이는 수백 개의 보조선에 단 뭉치가 계속 타들어가며 향긋한 향기를 날리면서 거의 한 시간 동안 계속된다. 서양 불꽃이 순간의 쾌감을 준다면 우리의 불꽃놀이는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느낌을 준다.

불꽃놀이가 끝나면 수상무대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남대천에 설치된 수상무대와 남대천 위로 일렁이는 빛의 향연이 감미로운 트렘펫 연주, 다양한 재즈 연주와 함께 달콤한 와인을 마시는 듯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자연 회복과 반딧불이의 부활'이란 주제로 무주읍내 전 조명을 일시적으로 끄면서 1만3,000여 마리 반딧불이의 환상적인 반짝임을 감상하는 퍼포먼스를 행한다. ‘존재는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몇 해 전 서울시청 부근의 전 빌딩의 불을 일시 소등하는 퍼포먼스를 행한 적이 있는데 수시로 이런 행사를 통해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 하회마을의 선유낙화놀이. 우리 고유의 불꽃놀이는 서양 불꽃놀이와는 또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사진=강낙규

반딧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반딧불이 신비탐사 체험이다.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지정된 주차장으로 간다. 출발 5분 전에 전국에서 신청한 40명이 1명의 지각자도 없이 제 시간에 다 모였다.

7년 만에 다시 반딧불이 신비탐사에 나섰다. 그 당시 반딧불이 탐사에 나섰을 때 자원봉사자가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는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 군무 같은 것은 없습니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몇 마리라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황당하기까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 내려서 왕복 한 시간 이상을 걸어다니며 모두 5마리의 반딧불이만 봤을 뿐이었다. 영화 ‘아바타’에서 반딧불이들이 함박눈처럼 쏟아지듯 환상적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을 떠올리며 반딧불이의 신비한 비상을 촬영하려고 삼각대까지 가져갔는데 실망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번에는 과연 몇 마리의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체험 장소로 간다. 카메라 삼각대는 들고 가지 않는다.

“오늘처럼 청명하며 약간 습기가 있는 날에는 더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는 안내자의 말에 기대를 가진다. 버스는 잠두 반딧불이 생태보존지역조성지로 향한다. 지난번에는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서 갔는데 이번에는 수십 대의 버스들이 같은 지역으로 간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갔을까, 주위의 수풀 속에서 수십 마리의 반딧불이가 마치 어둠 속에서 비밀 접선하는 것처럼 빛을 반짝반짝 비춘다.

심지어는 바로 옆의 어린아이 주위로 날더니 앞에 툭 떨어진다. 꼬마애가 얼른 손바닥 위에 반딧불이를 올려놓는다. 주위로 어린아이들이 몰려들면서 한 명씩 차례로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톡톡 건드려 본다.

신기하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개체 수가 늘어나다니 정말 생태보존의 효과가 대단함을 실감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훨씬 많은 반딧불이들이 환상적인 군무를 춘다. 아! 탄성이 절로 난다. 5마리의 반딧불이가 불과 7년 만에 이렇게 늘어나다니. 정말 이 정도의 반딧불이 숫자라면 장노출로 반딧불이의 비상을 촬영할 수도 있겠다.

‘환경 보존과 생명 존엄성을 위한 환경축제’라는 무주 반딧불 축제의 테마가 이제 결실을 맺는 듯하다. 버스마다 자원봉사자들의 반딧불이에 대한 설명과 무주 관광 안내는 자신들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관광객에 대한 깊은 배려로 다가온다.

 

반딧불이는 형과(螢科)에 속하는 곤충으로 지구상에는 약 1,90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북방반딧불이, 꽃반딧불이 이렇게 6종류가 서식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만 있다고 한다.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데 운문산반딧불이는 5월 초순에, 애반딧불이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순까지, 늦반딧불이는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서식한다. 애반딧불이는 1~1.3㎝인 반면 늦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는 1.5~2㎝로 조금 더 크다. 늦반딧불이의 암컷 성충은 날개가 퇴화되어 전혀 날 수 없다는 점이 애반딧불이와 차이점이다.

반딧불이의 수명은 1년으로 알 - 애벌레(유충) - 번데기 - 성충의 순으로 변태과정을 이행한다. 알은 주로 짝짓기 후 4~5일이 지난 야간에 이끼 위에 300~500개를 낳게 되는데 알의 크기는 0.5~0.6㎜ 정도이고 20~30일 만에 부화한다.

애벌레(유충)는 이듬해 4월까지 250여일 동안 6회의 탈피 과정을 거치는데 15~20㎜까지 자란다. 낮에는 돌 밑에서 생활하고 밤에는 수중에서 다슬기를 먹고 자란다. 유충은 번데기가 되기 위해서 비가 오는 야간에 땅 위로 올라간다. 애벌레가 땅 위에 올라온 후 50여일 동안 번데기 집을 짓게 된다.

성충은 수명이 약 15일 정도로 이슬을 먹고 살며 암컷이 수컷보다 약간 큰 몸집을 가지는데 알을 낳고 11~13일경에 자연 폐사한다.

반딧불이가 왜 빛을 내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짝짓기를 위한 것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을 가진다. 반딧불이의 성비는 보통 수컷과 암컷이 50대 1로 쟁탈전이 치열하다. 수컷은 공중을 맴돌며 불을 밝히는 반면 암컷은 수풀 속에서 등대처럼 깜박깜박 신호를 보낸다. 강한 빛을 자주 반짝일수록 암컷의 호감을 산다고 한다. 반면 북미산 포투리스속 반딧불이 암컷은 다른 종 수컷을 잡아 먹기 위해서 포티누스속 반딧불이의 불빛신호를 흉내 내서 설레며 다가온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하니, 이래저래 수컷은 암컷의 빛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반딧불이의 빛은 배에 있는 루시페린(Luciferin)이란 발광물질과 루시페라이제라는 발광효소가 들어있는 특수세포가 만든다. 산소가 공급되며 아테노신삼인산(APT)이라는 물질이 생기는데 루시페라이제가 이것과 결합하면 불안정한 물질로 바뀌고 이 고에너지 물질이 안정적인 물질로 변하면서 내는 빛이 반딧불이다.

반딧불이의 빛은 유전공학에 응용되는데 발광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집어넣어 각종 유해 세균을 빠르고 값싸게 검출하는 데 쓰인다. 몇 주 동안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대신 이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살모넬라, O-157, 내성결핵균 등에 감염되었는지를 몇 시간 만에 빛의 밝기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나 암세포를 가려내는데도 발광유전자가 쓰인다고 한다. 반딧불이 배에 달린 화학 전구는 차가운 고효율의 빛을 낸다. 보통 전구는 에너지의 10%만을 빛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한다. 이에 비해 반딧불의 효율은 98%에 이르며 바람이 불거나 물에 닿아도 꺼지지 않는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중국 진나라의 차윤(車胤)이 가난해서 등을 밝힐 기름을 살 돈이 없어 여름밤 반딧불이를 잡아 그 빛으로 책을 읽었으며, 손강(孫康)은 겨울에 눈빛으로 밤을 밝히며 책을 읽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뜻으로 쓰이는 고사성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과연 반딧불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반딧불이 한 마리는 3룩스의 반딧불을 밝히는데 이론상 80마리를 모으면 1쪽 당 20자가 쓰여진 천자문을 읽을 수 있고 200마리를 모으면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밝기가 된다. 하지만 반딧불은 동시에 반짝이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